'노무현 생각'에 울컥한 尹 "얼마나 힘들고 고독했을까"

강정마을 찾은 윤석열
"정쟁이 아닌  통합과 평화의 상징으로 바꾸겠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5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강정 해오름노을길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은희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제주 강정마을을 찾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평화 정신을 기렸다. 이 과정에서 눈시울을 붉히며 잠시 말을 멈추기도 했다.

윤 후보는 5일 제주 해군기지가 있는 강정마을을 방문했다. 그는 현장에서 성명문을 통해 “넓은 바다를 보니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해군기지 건설과정에서의 갈등으로 지난 십 수 년간  지역주민들이 고통을 겪었기 때문”이라며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7년 ‘제주해군기지는 국가의 필수적 요소다. 무장과 평화가 함께 있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라고 말했다”며 “주변의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고뇌에 찬 결단을 했다.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한 자주국방과  평화의 서막을 연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의 정치적 기반인 진보층의 거센 반대를 무릅쓰고 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한 점에 대해 존경심을 표한 발언이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를 자극해 진보 진영의 표심을 얻으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윤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뇌와 결단을 가슴에 새긴다”고 하는 과정에서 3초가량 말문을 잇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그는 “더 이상 이 곳을 정쟁이 아닌  통합과 평화의 상징으로 바꾸겠다”며 “자유대한민국의 국민통합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대한민국의 평화와 안전은 강력한 힘이 뒷받침되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윤 후보는 강정마을의 발전을 위한 ‘과감한 투자’를 약속했다. 그는 “이곳을 아시아 최고를 넘어 세계적 크루즈 관광 허브로 만들어 강정마을과 제주도민들께 보답하겠다”며 “제주 해양관광 클러스터 조성의 핵심 사업이 될 수 있도록 중앙정부차원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군의 임무수행에 차질이 없도록 지원하면서, 세계 최고의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윤 후보는 강정마을 취재진들과 만나 “군기지는 핵심전략 요충지다. 노 전 대통령의 결단이 없었으면 그게 과연 해군기지가 건설될 수 있었겠는가”라며 “본인을 지지하는 정치세력에서 반대하는 것을 국익이라는 한가지 원칙에 입각해서 결단을 내리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고독한 결정이었겠는가. 노 전 대통령께서는 순수하고 원칙 있는 국정 운영을 해 오신 분”이라고 평가했다.

강정마을을 해양건설 핵심 클러스터로 만들기 위한 구체적 방안도 밝혔다. 윤 후보는 “많은 사람들이 강정마을을 두고 해군기지와 관광산업이 동시에 발전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시행이 잘 되지 않고 있다”며 “주요 군기지 주변 지역이 전략적 요충지일수록 민간 부문도 함께 발전시켜야 한다. 강정마을이 해군기지와 함께 대한민국 국민들이 사랑하고 아끼는 지역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제주=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