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색깔 옷 입으면 모기에겐 '투명인간'으로 보인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2022. 2. 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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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샷] 녹색엔 반응 안해..모기 안 물리려면 붉은색 옷 피해야
실험에서 모기는 녹색 반점은 무시하고 붉은색 반점에만 앉았다. 모기는 사람 호흡에 섞인 이산화탄소를 감지한 뒤 피부에서 나오는 붉은색을 찾는 것으로 밝혀졌다./미 워싱턴대

모기에게 물리지 않으려면 붉은색 옷을 피해야 한다. 녹색 옷을 입으면 모기에게 투명 인간으로 보일 수도 있다.

미국 워싱턴대의 제프리 리펠 교수 연구진은 “피를 빠는 암컷 모기가 사람 냄새를 맡은 뒤에 피부의 붉은색 빛을 찾아 나서는 것을 실험으로 확인했다”고 지난 4일(현지 시각)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밝혔다.

모기는 사람의 호흡과 땀, 체온을 감지해 달려든다. 연구진은 이번에 모기가 피를 빨 대상을 찾을 때 쓰는 네 번째 신호를 찾았다. 바로 붉은색이다. 옷이든 피부든 붉은색이 있으면 모기가 달려든다는 말이다.

아무런 후각 자극이 없으면 모기는 실험 장치 바닥의 점이 붉은색이든 녹색이든 모두 무시했다(왼쪽). 반면 날숨처럼 이산화탄소가 뿜어져 나오면 붉은색으로 몰려갔다(오른쪽). 노란색은 모기의 밀집도가 높은 것을 의미한다./미 워싱턴대

연구진은 이집트 숲모기 암컷을 작은 상자에 넣고 실험을 진행했다. 이집트 숲모기는 사람 피를 빠는 과정에서 뎅기열과 황열병, 지카 바이러스를 옮긴다. 다른 모기처럼 이집트 숲모기도 암컷만 사람이나 동물의 피를 빤다. 상자 바닥에는 붉은색이나 녹색의 점을 붙여 뒀다.

후각을 자극하지 않으면 모기는 색과 상관없이 바닥의 점을 모두 무시했다. 반면 사람의 날숨처럼 이산화탄소를 뿜어주자 모기는 녹색과 파란색, 보라색 점은 무시하고 붉은색과 주황색, 검은색 쪽으로 날아갔다. 즉 모기는 사람 냄새를 맡은 뒤 눈으로 특정 파장의 빛을 찾는다는 것이다. 리펠 교수는 “길을 가다가 파이와 계피 냄새를 맡으면 제과점이 근처에 있다고 생각하고 주변을 둘러보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인간은 파장이 650㎚(나노미터, 1㎚는 10억분의 1m)인 붉은색과 450㎚인 파란색을 구분한다. 연구진은 모기가 사람처럼 색을 구분하는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모기가 이산화탄소를 감지하고 선호하는 색은 모두 파장이 긴 빛을 낸다. 연구진은 사람의 피부 역시 색소에 상관없이 붉은색과 주황색 계통의 장파장 빛을 낸다고 밝혔다. 모기가 붉은색을 따라간 것은 모기 눈에 사람이 붉은색으로 보이기 때문이라는 말이다.

사람 손가락에 앉은 모기. 호흡에 섞인 이산화탄소를 감지한 뒤 피부에서 나오는 붉은색을 찾는 것으로 밝혀졌다./미 워싱턴대

모기는 사람의 피부색과 같은 카드나 연구원의 손으로 실험했을 때도 이산화탄소를 감지하고 나서야 그쪽으로 날아갔다. 반면 장파장 신호를 차단하는 필터를 쓰거나 연구원이 녹색 장갑을 끼면 이산화탄소가 뿜어져 나와도 모기가 달라붙지 않았다. 연구진은 암컷 모기에서 붉은색을 선호하도록 유도하는 유전자에 돌연변이를 일으켰다. 그러자 이산화탄소가 있어도 특정 색을 선호하지 않았다.

모기의 시각에 대한 새로운 정보는 해충 퇴치제나 덫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리펠 교수는 “사람 피부에서 모기를 유인하는 색을 차단하거나 그 색을 가리는 옷을 입으면 모기가 무는 것을 막는 또 다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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