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노조 "민주당, '카드 막고' 가사 그리 무서웠나"

김도연 기자 2022. 2. 7.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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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항의 후 '시사특공대' 하차에 외압 논란
DJ DOC 노래 소개 "이 카드로 저 카드 막고"
이재익 "하차는 회사 결정… 내로남불 비판한 것"
SBS 노조 성명 통해 사측과 민주당 강하게 비판
시청자 게시판 "이런 나라가 민주국가냐" 분노 분출

[미디어오늘 김도연 기자]

SBS가 더불어민주당 항의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이재익의 시사특공대' 진행자 이재익 PD를 갑작스레 하차시키자 안팎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SBS본부는 민주당을 겨냥해 “집권 여당의 왜곡된 언론관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직격했다. 이들은 하차 결정을 내린 사측에도 “항의를 받을 때마다 진행자를 교체한다면 어느 누가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고, 어떤 프로그램이 존속될 수 있겠는가”라며 “노사 대표가 참여하는 공정방송협의회를 신속히 개최해 진상규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7일 오후 현재 SBS 시사특공대 청취자 게시판에는 이재익 PD 하차에 반대하는 150여개 게시물이 올라와 있다. “항의 하나 들어왔다고 PD를 잘라?”, “이런 나라가 민주국가냐”, “이재익 PD 하차 반대한다”, “잭디(이재익 PD 애칭) 복귀하기 전까지는 안 듣겠다”, “지금 어느 시대인데 말 한마디에 진행자를 자르나” 등 내용이다.

▲ SBS가 더불어민주당 항의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이재익의 시사특공대' 진행자 이재익 PD를 갑작스레 하차시키자 안팎에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7일 정오 본방송이 생중계된 유튜브 채팅창에도 “김어준한테는 항의 안하는 민주당”, “민주당은 이재익 PD를 복귀시켜라!!! 대놓고 언론탄압”, “이재익 돌려내”, “제자리로 돌려놔라” 등 SBS와 민주당을 비판하는 청취자 분노가 실시간으로 분출됐다. 시사특공대는 정오부터 두시간 동안 방송되는 데일리 시사프로그램이다.

이재익 SBS PD는 지난 6일 자신의 블로그에 “민주당 항의로 하차한다”고 밝혔다. 이 PD가 지난 4일 DJ DOC 노래 '나 이런 사람이야' 가사 중 일부인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막 대하고 이 카드로 저 카드 막고”를 소개한 데 대해 이튿날 민주당이 이재명 대선후보를 겨냥해 불공정한 방송을 했다는 취지로 간부들에게 항의한 것. 민주당은 SBS 라디오부서 팀장과 라디오센터장 등에 소송을 포함한 강력한 조치를 예고했다고 한다.

이 후보 배우자 김혜경씨가 경기도 공무원에게 개인 심부름을 시키고 법인카드를 유용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상황에서 “이 카드로 저 카드 막고”라는 가사가 민주당 심기를 건드린 것이다.

권혁기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공보부단장은 7일 “선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방송과 보도가 있었는데 어떻게 모른 척할 수 있느냐”며 “우리는 정당한 권리로서 문의한 것이고 조치는 SBS가 한 것이다. 우리가 이래라 저래라 한 것은 없지만 우리에게 어필할 권한은 있다”고 주장했다.

이 PD는 7일 통화에서 “이재명 캠프인지 당내인지는 모르겠으나 우리 팀장과 센터장 모두 민주당으로부터 항의를 받았고 그 내용은 소송을 포함해 강력한 조치를 하겠다는 내용인 것으로 안다”며 “자진 하차는 아니다. 회사의 결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DJ DOC 가사를 소개한 데 대해 “내로남불을 비판했다. 이재명 후보를 겨냥한 것은 아니었다”라며 “내로남불은 대선후보 4명 모두 목소리를 높여 비판하고 있는 구태 아닌가.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막 대하는'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뽑아서는 안 된다는,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였다. 왜 그렇게 받아들이는지 아직도 모르겠다”고 했다.

집권 여당 항의 직후 단행된 진행자 하차 조치에 내부도 들끓고 있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7일 성명을 통해 “매일 정오에 청취자를 찾아가던 'SBS 이재익의 시사특공대' 진행자가 민주당의 항의 한마디에 교체되는 반민주적, 시대착오적인 일이 벌어졌다”며 “집권여당은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막대하고 이 카드로 저 카드 막고'라는 대중가요 노랫말이 그렇게 무서웠고, 불쾌했는가”라고 반문했다.

언론노조 SBS본부는 “사회 이슈를 전하며 권력을 비판하는 건 언론 본연의 역할”이라며 “가사 한 구절에 시사프로그램의 근본적 역할마저 부정하고 나선 집권여당의 왜곡된 언론관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특히 해당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여야를 구분하지 않고 비판을 해왔다. 해당 가사와 진행자 멘트 역시 특정 후보가 아닌 표리부동한 권력자들을 싸잡아 지적했던 것”이라며 “다의적 표현이 날카롭고 따끔하게 느껴졌으면 부끄러워하고 반성부터 하는 게 정상이다. 언론사에 항의부터 하는 후진적 모습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 SBS가 더불어민주당 항의를 받고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를 하차시켰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방송에서 하차한 이재익 SBS PD 모습. 사진=유튜브 SBS 시사교양라디오 화면 갈무리

언론노조 SBS본부는 사측에도 “정치권의 항의가 있자마자 진행자 교체를 한 사측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며 “항의를 받을 때마다 진행자를 교체한다면 어느 누가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고, 어떤 프로그램이 존속될 수 있겠는가. 얼토당토않은 정치권 항의, 부당한 압력을 맨 앞에서 막아서는 게 책임자와 사측 본연의 역할이자 공정방송을 지키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언론노조 SBS본부는 이번 사안을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해 노사 대표가 참여하는 공정방송협의회를 신속히 개최해 진상규명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PD는 7일 자신의 블로그에 새 글을 올려 이날 '대타 진행자'로 나선 경제평론가 박연미씨에게 감사함을 표하며 “바쁜 와중에 진행을 맡아주신 박연미 기자님께는 맛있는 술자리로 보답하기로 했다. 메뉴를 물어보니 1초도 망설이지 않고 회! ㅇㅋㅇㅋ 시원하게 SBS 법인카드로 사드릴게요~”라고 밝혔다. '법인카드'를 재차 언급하며 민주당의 졸렬함을 풍자한 것이다. 아래는 2월7일자 언론노조 SBS본부 성명 전문.


“졸렬한 권력은 비판을 참지 못한다.”

매일 정오에 청취자를 찾아가던 'SBS 이재익의 시사특공대'의 진행자가 민주당의 항의 한 마디에 교체되는 반민주적, 시대착오적인 일이 벌어졌다. 항의와 교체 사유는 황당함을 넘어 낯부끄러운 수준이다. 집권여당은 '나에게는 관대하고 남에게는 막대하고 이 카드로 저 카드 막고'라는 대중가요의 노랫말이 그렇게 무서웠고, 불쾌했는가.

사회 이슈를 전하며 권력을 비판하는 건 언론 본연의 역할이다. 가사 한 구절에 시사프로그램의 근본적 역할마저 부정하고 나선 집권여당의 왜곡된 언론관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특히 해당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여야를 구분하지 않고 비판을 해왔다. 해당 가사와 진행자 멘트 역시 특정 후보가 아닌 표리부동한 권력자들을 싸잡아 지적했던 것이다. 다의적 표현이 날카롭고 따끔하게 느껴졌으면 부끄러워하고 반성부터 하는 게 정상이다. 언론사에 항의부터 하는 후진적 모습에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

비판에 수긍 않는 정치권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권력을 이용해 다짜고짜 언론사 간부에게 항의하는 건 명백한 언론자유와 방송독립 침해이다. 신문 칼럼을 문제 삼아 필자를 고발했다가 비판에 직면했던 지난 총선을 벌써 잊었는가. 집권여당의 그릇된 언론관은 2년 전과 한 치도 달라진 게 없다.

졸렬한 권력은 비판을 참지 못하고, 얄팍한 권력은 힘을 남용한다. 오로지 대통령과 닮았다는 이유로 방송 출연을 금지하던 그 시절로 퇴행하길 원하는 게 아니라면, 집권여당의 방송 자유 침해는 중단돼야 한다.

정치권의 항의가 있자마자 진행자 교체를 한 사측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항의를 받을 때마다 진행자를 교체한다면 어느 누가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고, 어떤 프로그램이 존속될 수 있겠는가. 얼토당토않은 정치권 항의, 부당한 압력을 맨 앞에서 막아서는 게 책임자와 사측 본연의 역할이자 공정방송을 지키는 길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SBS본부는 이번 사안을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해 노사 대표가 참여하는 공정방송협의회를 신속히 개최해 진상규명에 나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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