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수출 막은 그 원료..국산화 해냈다

양연호 입력 2022. 2. 7. 17:24 수정 2022. 2. 7.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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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핵심원료인 'PGMEA'
켐트로닉스 '자체 생산' 쾌거
日규제 후 3년만에 성과 이뤄
순도 99.999%·친환경성 갖춰
EUV 공정 재료 독립 앞당길듯
수입대체효과 2000억원 기대
향후 1조원대까지 확대 예상
국내 기업이 그동안 일본에서 전량 수입해오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조 공정의 핵심 원료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2019년 일본이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종에 대해 한국 수출 규제를 강화한 지 3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거둔 성과다.
전자용 부품·화학 소재 전문기업 켐트로닉스(회장 김보균·사진)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극자외선(EUV) 노광 공정에서 핵심 재료인 포토레지스트(PR)의 핵심 원료를 구성하는 '프로필렌 글리콜 메틸 에테르 아세트산(PGMEA)'을 초고순도(순도 99.999%)로 생산하는 데 성공했다고 7일 밝혔다.

켐트로닉스 관계자는 "일본이 수출 규제를 발표한 후 EUV PR용 PGMEA 국산화를 목표로 제품 개발을 추진해왔다"고 전했다.

PGMEA는 페인트나 접착제 같은 일반 제품뿐 아니라 반도체, 액정표시장치(LCD),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전자제품 생산에도 사용되는 대표적인 용제다. 세계적인 화학 업체 다우와 라이온델 정도만 자체 기술로 PGMEA를 생산하고 있다. 특히 초고순도 PGMEA는 2019년 7월 일본이 한국 수출을 제한한 3대 재료·기술 중 하나인 EUV PR의 핵심 원료다. 그동안 일본과 중국에서 PGMEA를 수입하면 켐트로닉스가 정제 작업을 진행해 국내 기업들에 납품해왔다.

이번에 켐트로닉스가 PGMEA의 초고순도화에 성공하면서 고난도 기술력을 요구하는 EUV 공정의 재료 기술 독립을 한 걸음 앞당기게 됐다는 평가다. 한 소재업계 관계자는 "EUV급 PGMEA는 미세 공정인 EUV 식각에 필요한 화학 원료로, 가장 어려운 기술로 꼽힌다"며 "세계 최초로 5나인(Nine·99.999%)급 초고순도 PGMEA 기술을 확보한 것은 단순한 국산화의 의미를 넘어서 반도체 재료 기술 분야에서 초격차를 실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켐트로닉스는 PGMEA의 이성질체(β-isomer) 농도를 1PPM(100만분의 1을 나타내는 단위) 미만으로 낮추는 기술을 확보했다. 김보균 켐트로닉스 회장은 "그동안 글로벌 기업들은 PGMEA에서 유해물질로 분류되는 이성질체 함량을 10PPM 미만으로 낮출 것을 요구해왔다"며 "켐트로닉스는 친환경 PGMEA 기술을 개발하고 사업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성질체는 분자식은 동일하나 구조가 다른 물질을 말한다. 미국 국립직업안전위생연구소에 따르면 PGMEA의 이성질체는 생체독성이 강해 불임이나 기형아를 유발할 수 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ESG(환경·책임·투명경영) 흐름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켐트로닉스의 성과가 전자재료 산업 전반에 걸쳐 친환경 재료에 대한 인식을 전환시킬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켐트로닉스는 반도체급 PGMEA 제조 공정 기술을 적용해 곧바로 양산화에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자금 약 200억원을 투자해 올해 말까지 PGMEA 제조 공장을 완공한다는 목표다. 소재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PGMEA 시장 규모는 연간 2400억원 수준이다. 향후 반도체 산업이 더 성장하면 1조원까지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켐트로닉스 관계자는 "PGMEA를 시작으로 초고순도·친환경화 흐름을 감안해 다양한 전자재료 소재들의 국산화에도 나설 예정"이라고 전했다.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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