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에 멈춘 윤석열의 시간? 다시 떠오른 '실언 리스크'
지지율 상승 국면에 실언 리스크 재발할까 '우려'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실언 리스크'가 다시 한 번 부각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 유튜브 예능 채널에서 "고등학교를 기술고, 예술고, 과학고로 나눠야 한다"고 말한 윤 후보의 발언이 도마에 오르면서다. "교육을 정상화하자는 취지였다"는 국민의힘의 해명에도 논란은 진화되지 않는 분위기다. 윤 후보의 과거 실언들까지 재조명 받으며 실언 리스크가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논란에 휩싸인 윤 후보의 발언은 전날(9일) 공개된 유튜브 채널 《공부왕찐천재 홍진경》에서 나왔다. 윤 후보는 교육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중학교까지는 정규 교과과정을 똑같이 배우는 시간을 줄여 다양한 걸 배울 수 있게 하고 고등학교는 기술고, 예술고, 과학고 등으로 나눠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특수목적의 고등학교는 고교평준화를 보완하기 위해 이미 1973년 등장한 바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도 2003년 서울과학고를 졸업했다.
이에 국민의힘 선대본부 측은 "현재도 과학고, 외고, 예술고, 기술고, 인문계 등 고등학교가 기능별로 나눠져 있지만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지 않으냐"며 "외고나 과학고를 나와서 의대에 가는 현실을 바로잡아 원래 취지대로 정상화하고 교육의 다양성을 살리자는 취지"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해당 영상에는 "냉동인간 윤석열" "아직도 90년대에 머물러있나"라는 등 윤 후보 발언을 풍자하는 댓글이 계속해서 달리고 있다.
윤 후보는 지난해에도 청년실업 문제 해결책을 얘기하면서 이미 있는 구인‧구직 어플을 거론해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바 있다. 윤 후보는 지난해 12월 전북대학교 학생들과 가진 타운홀 미팅에서 "앱으로 구직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대가 곧 온다"고 발언했다. 같은 자리에서 "극빈의 생활을 하고 배운 것이 없는 사람은 자유가 뭔지 모를뿐더러 자유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해 가난 비하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같은 윤 후보의 '실언 리스크'는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다. 정치권에 데뷔한 지 약 8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탓인지 상대적으로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 자주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당장 지난 3일 열린 대선 주자 간 첫 TV토론회에서도 청약점수 만점을 40점이라고 오인해 체면을 구기기도 했다. 이외에도 이른바 120시간 노동 발언, 저출생 문제 페미니즘 탓 발언, 아프리카 비하 발언 등 숱한 실언 논란을 낳았다.
4번 남은 토론회, 尹 '실언'에 발목 잡힐까
다만 윤 후보의 실언 리스크가 실제 대선 판세에 끼칠 영향력과 관련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윤 후보의 실언 논란이 한 두 번이 아니었던 만큼 이미 지지율에 반영됐다고 보는 시각이 나오는 반면, 대선까지 남은 한 달 동안 판세를 뒤흔들 만한 실언이 터져 나올 가능성을 배제해선 안 된다는 전망이 상충하면서다.
지지율 추이를 보면, 최근의 실언 논란은 윤 후보의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하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청약 만점 40점' 실언이 부각된 지난 TV토론 이후에도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후보의 지지율은 상승 흐름을 기록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7~8일 1007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 기반의 차기 대선 후보 지지도를 조사해 전날(9일) 발표한 결과, 윤 후보 지지율은 직전 조사(1월17~18일) 대비 4.0%포인트 오른 40.1%를 기록했다. 특히 20대에서 31.3%로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을 보이면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와의 격차를 벌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고)
전문가들은 남은 TV토론회에서 윤 후보의 실언이 부각될 수 있다고 전망한다. 현재까지 예정된 TV토론회는 오는 11일 오후 8시 생중계되는 한국기자협회 주최 토론회와 선관위 주관 법정 토론회 3회(21‧25일, 3월2일)가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시사저널과 만남에서 "지난 토론에서 윤 후보의 펑크(실수)가 분명히 드러났다"면서 "윤 후보의 실언은 단순한 실언이 아니라 인식 자체의 오류에서 나오는 것이다. 아직 토론회가 남아있는 만큼 인식 자체를 점검해야 실언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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