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유럽에 LNG 물량 양보하자… 러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 반대”

파리/정철환 특파원 입력 2022. 2. 10. 23:03 수정 2024. 1. 4.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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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사태 아시아로 확산, 美는 러 지지하는 中에 잇단 경고
일본 니가타현과 사도시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사도광산의 내부. 사도 광산은 일제 강점기에 조선인 노동자가 다수 동원된 강제 노역 현장으로 잘 알려져 있다./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둘러싼 서방과 러시아 간 진영 대립이 유럽을 넘어 아시아로 확대하고 있다. 중국이 러시아의 입장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한 후, 일본은 러시아의 가스 공급 중단 압력을 받는 유럽에 자국의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물량을 양보하며 미국과 같은 대열에 섰다. 그러자 미국이 중국에 경고하고, 러시아는 일본에 보복성 메시지를 내는 등 진영 간 갈등이 전 세계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러시아는 9일(현지 시각) 외무부 논평을 통해 “사도(佐渡)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은 2차 세계대전 중 일본 지도자들이 저지른 범죄 행위를 인류의 기억에서 지우려는 시도”라며 “유네스코와 산하 세계유산위원회가 다루는 의제에서 정치화된 문제들을 제외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네스코가 일본의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신청을 아예 기각해야 한다는 의미다. 러시아 외무부는 또 “당시 군국주의 일본이 식민지 국가에서 많은 사람을 광산 강제 노역에 동원한 사실을 어떻게 부인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사도광산에 반대하는) 한국의 입장을 이해한다”고도 밝혔다.

러시아의 이 같은 반응은 하야시 요시마사(林芳正) 일본 외무상이 이날 람 이매뉴얼 주일 미국 대사를 만나 “일본의 LNG 수입량 중 일부를 천연가스 수급 우려가 있는 유럽에 먼저 보내겠다”고 밝힌 직후에 나왔다. 일본 경제지 니혼게이자이는 “국내 수급에 여유가 없고, 일본도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 수요의 10%가량을 수입하고 있다는 이유로 정부 내에서 회의적 반응이 나왔지만, 미국이 우크라이나 문제에 일본도 관여토록 강력히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일본까지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억지력 강화에 참여시킨 셈이다.

미국은 러시아 지지에 적극적인 중국을 향해 경고 메시지를 내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 12월 15일과 이달 4일 잇따라 열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불가와 러시아 안보에 대한 문서화된 보장 등 서방에 대한 러시아의 요구 사항에 힘을 실었다. 또 러시아의 천연가스와 석유를 장기적으로 추가 도입하는 계약을 맺고, 경제 분야 협력도 약속하며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경제제재에 대해 완충 역할을 해주기로 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러시아를 지원하는) 중국도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며, 중국은 앞으로 이 점을 계산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앞으로 점점 더 많은 나라가 미국 혹은 러시아 편에 서기를 요구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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