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d 22년만의 '빅스텝' 갈까..'물가 쇼크'에 시장은 긴축 발작

윤상언 2022. 2. 11.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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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불러드 미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7월 1일까지 기준금리가 100bp(1bp=0.01%포인트) 인상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뜨거운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다음 달 금리 인상의 ‘빅뱅(Big Bang)’ 가능성에 시동 걸었다. 향후 몇 주간 이를 둘러싼 미 연방준비제도(Fed) 내부의 격렬한 토론이 벌어질 것이다."

지난달 미국의 소비자 물가가 4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르자 로이터 통신이 내놓은 전망이다. '인플레 쇼크'에 통화 당국과 시장 모두 당황한 기색이다. 물가의 거침없는 질주 속 실기 논란까지 나오며 Fed가 '빅스텝(0.5%포인트)'으로 금리 인상의 포문을 열 수 있다는 전망도 짙어지고 있다.

'빅스텝' 인상 전망에 무게를 실어주는 발언도 나왔다. 제임스 불러드 미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7월 1일까지 기준금리가 100bp(1%·1bp=0.01%포인트) 인상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Fed 내 대표적인 ‘매파(통화 긴축 선호)’로, 올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투표권을 갖고 있다.

오는 7월 1일 이전까지 예정된 FOMC 일정은 모두 세 차례(3월·5월·6월)다. 따라서 불러드의 희망대로 이 기간에 기준금리를 1%포인트 올리려면 최소 한 번은 '빅스텝' 인상이 이뤄져야 한다. Fed의 빅스텝 인상은 2000년 5월(6.0%→6.50%)이 마지막이다. 이후 베이비스텝(0.25%)으로 움직였던 Fed가 22년여 만에 보폭을 넓힐 수 있다.

시장의 관심은 당장 다음 달 열리는 FOMC에서 빅스텝이 나올 것이냐로 쏠렸다. 불러드 총재는 ‘3월 FOMC에서 금리를 0.5%포인트를 올릴 것인가’라는 질문에 “결정한 바 없다”고 즉답을 피하며 “제롬 파월 의장의 의견을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빅 스텝 인상’ 가능성을 묻는 말에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한미 기준금리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Fed가 22년 만에 ‘빅스텝’을 택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는 건 예상보다 센 인플레 압력 때문이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년 전보다 7.5% 올랐다. 상승 폭으로는 1982년 2월 이후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7.0%)에 이어 두 달 연속 7%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도 1년 전보다 6.0% 상승했다. 때문에 3월 FOMC 이전 발표되는 2월 CPI 상승 폭이 거셀 경우 Fed의 보폭 확대는 기정사실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시장은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는 모양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Fedwatch)에 따르면 연방 기금(FF) 금리선물시장과 연동된 다음 달 Fed의 0.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은 이날 한때 무려 96.7%까지 치솟았다. 하루 전 전망치(24%)에서 4배 수준으로 뛰었다.

‘인플레 쇼크’에 가시화 되는 ‘빅 스텝’ 금리인상.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인플레 쇼크(충격)’에 휘청인 시장은 불러드 총재의 ‘매파 발언’까지 더해지며 ‘긴축 발작’을 일으켰다. 이날 뉴욕증시에서는 다우존스(-1.47%)와 S&P500(-1.81%), 나스닥(-2.10%) 등 3대 지수가 하락 마감했다. 미 10년물 국채 금리(연 2.028%)는 2019년 이후 3년여 만에 2% 선을 넘어섰다.

긴축 발작은 국내 시장으로 이어졌다. 11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0.87% 하락한 2747.71에 거래를 마쳤다. 4거래일 만에 하락 전환했다. 코스닥은 전날보다 2.04% 떨어진 877.42에 장을 마감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가치는 전 거래일보다 2원 오른(환율은 하락) 달러당 1198.5원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미국의 긴축에 가속이 붙을 수 있다는 전망이 커지며 오는 24일 열리는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주열 총재의 임기가 다음 달 말로 끝나는 데다, 다음 달 9일 대선을 앞두고 한은이 금리 인상에 나서기는 부담스럽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럼에도 Fed가 빨리, 더 큰 폭으로 금리 인상에 나서면 한은의 계산도 달라질 수 있다. 한은은 지난해 8월 이후 세 차례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기준금리를 연 1.25%로 정상화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0.0~0.25%)와의 격차는 상단 기준 1%포인트로 벌어져 있지만, 이 폭이 빠르게 좁혀지면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출을 자극할 수도 있다.

윤상언 기자 youn.san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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