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죽자 54년 만에 나타난 어머니..보험금 모두 갖겠다는데 억울"

이가영 기자 2022. 2. 12.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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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생(왼쪽)이 어선 침몰로 실종되기 전 누나와 함께 찍은 사진. /연합뉴스

자녀들이 어린 시절 재혼해 50년 넘게 연락 없던 어머니가 아들이 사망하자 보험금 수령을 추진하고 있다. 현행법상 이를 막기가 어렵다며 동생을 잃은 누나는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12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부산시에 사는 여성 A(60대)씨는 최근 남동생의 사망 보험금을 놓고 수십 년 만에 만난 어머니와 다툼을 벌이고 있다.

어선의 갑판원으로 일하던 A씨의 남동생은 지난해 초 거제도 앞바다에서 배가 침몰하면서 실종됐다. 동생의 사망보험금은 2억5000만원이며 선박회사 측의 합의금도 5000만원에 가깝다고 한다. 3억 원가량의 돈은 A씨가 6살, 사망한 동생이 3살 때 다른 남자와 결혼해 연락을 끊었던 어머니가 받게 될 예정이다. 현행법은 사망자의 부인이나 자녀가 없다면 부모에게 상속권이 돌아간다. 동생은 결혼하지 않았고, 아버지는 동생이 태어나기 전 돌아가셨다고 한다.

보험금을 지급하는 수협중앙회 측은 “현재 사건은 실종이 확실해 보이기 때문에 서류만 접수되면 일주일 만에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말했다. A씨가 재혼해 낳은 아들 B씨는 변호사를 선임해 보험금과 합의금 수령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우리는 할머니와 고모 손에 자랐으며 형편이 어려울 때는 친척 집을 전전했다”며 “그런 우리를 한 번도 찾아보지 않은 사람이 어떻게 아들의 사망 보험금을 차지하겠다고 주장할 수 있느냐”고 했다. 그는 “나와 동생, 오빠를 키워준 사람은 고모와 할머니다. 그들이 진짜 보상금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라며 “그런데 모친은 동생의 사망 보험금을 나누지 않고 모두 갖겠다고 한다. 너무 억울하다”고 했다.

A씨가 원하는 건 보험금의 절반 정도다. 그는 “실종된 동생은 평생 어머니 얼굴도 모르고 살았다”며 “양심이 있다면 동생의 보험금은 절반만 가져가고 나머지 절반은 우리 형제들과 우리를 키워준 고모 등이 나눠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B씨는 “변호사와 상의하고 있다”면서 전화 통화와 문자 메시지들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일명 ‘구하라법’ 시행됐지만, 공무원에만 해당

자녀가 사망한 후 연락이 없던 부모가 재산을 상속받지 못하게 하는 이른바 ‘구하라법’이 국회에 제출됐지만, 현재는 공무원에게만 적용 가능하다.

지난 2019년 가수 구하라씨가 사망한 후 20여 년간 연락이 끊겼던 친모가 상속재산 절반을 요구하면서 친오빠 구호인씨는 ‘구하라법’ 제정에 힘을 써왔다. 민법상 고의로 피상속인 등을 살해하거나 사기로 유언을 하게 한 경우, 유언서를 변조·은닉한 경우 등에 한해서만 상속이 제한된다.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 자녀를 양육하지 않은 부모도 상속인 자격이 유지된다.

‘공무원 구하라법’으로 불리는 개정 공무원 재해보상법이 먼저 통과됐다. 재해유족급여를 받을 수 있는 사람 중 양육 책임이 있던 사람이 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는 심의를 거쳐 급여 전부 또는 일부를 지급하지 않을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8월 응급구조대원으로 일하다가 2019년 숨진 강한얼 소방관의 친모에게 해당 법이 최초로 적용됐다. 강 소방관이 숨진 이후 공무원연금공단은 법정상속인인 친모에게 유족보상금 8000여만원과 퇴직금을 지급하고, 유족연금의 절반도 지급했다. 하지만 친모가 30여 년만에 나타나 퇴직금과 연금을 챙긴 사실이 인정되면서 어머니의 재해유족 연금 비율은 50%에서 15%로 줄었다.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구하라법’은 법안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상속인이 될 사람이 피상속인에 대해 중대한 부양의무 위반 또는 범죄행위, 학대나 그 밖의 심히 부당한 대우 등을 한 경우 피상속인이나 법정상속인 청구에 따라 가정법원이 상속권 상실 여부를 결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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