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툭하면 '기밀·안보'..검찰·청와대 특활비 베일 벗겨질까

신민정 입력 2022. 02. 14. 05:06 수정 2022. 02. 14.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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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법원 잇단 공개 판결
"내밀한 내역 아니면
일반예산처럼 공개해야"
게티이미지뱅크

‘수사기밀’ ‘국가안보’ 등 천편일률적 이유로 비공개되던 검찰과 청와대 특수활동비(특활비) 내역을 공개하라는 판결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국가예산으로 지급되는 특활비는 어디에 얼마를 썼는지 증빙할 필요가 없다보니 해마다 수백억원을 쓰는 기관도 관리감독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보다 폭넓은 공개를 요구해온 시민단체들은 “막무가내식 특활비 비공개주의를 이참에 바꿔야 한다”고 요구한다.

특활비 공개 요구는 주로 국가정보원, 검찰, 청와대가 대상이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은 국정원 특활비를 받아 쓴 혐의로 유죄가 확정됐다. 연간 수천억원으로 추정되는 특활비를 쓰는 국정원 외에도 검찰, 청와대, 국회, 대법원, 국세청 등 정부 주요기관들이 많게는 수백억원씩 특활비를 쌈짓돈처럼 사용한다.

여전히 정보기관의 특수성이 인정되는 국정원을 제외하고 특활비 공개 요구가 거센 대상은 검찰이다. 검찰권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 요구가 커지면서다. 이와 관련해 최근 법원은 검찰 특활비를 공개하라는 첫 판결을 내놓았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이정민)는 ‘세금도둑 잡아라’ 등 검찰 예산감시 활동을 해온 시민단체가 검찰총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을 상대로 ‘2017~19년 특활비 사용 내역 등을 공개하라’며 낸 소송에서 지난달 사실상 내역 대부분을 공개하라고 시민단체 쪽 손을 들어줬다. 검찰은 “사용처가 밝혀지면 수사를 현저히 곤란하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수사과정에서 소요된 경비를 공개한다고 해서 곧바로 구체적인 수사활동 기밀이 유출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두 기관은 법무부 항소지휘에 따라 곧바로 항소했다. 특활비 내역은 절대 공개할 수 없다는 것이다. 2022년 기준 법무부에 배정된 특활비는 182억원이다.

법원은 또 대통령 내외 의전비용과 장·차관 회의 도시락 값까지 비공개한 청와대에 대해 ‘국가기밀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정상규)는 한국납세자연맹이 대통령 비서실장을 상대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의전비용 및 2018년 1월30일 청와대 장·차관 워크숍 도시락 가격을 공개하라”며 낸 소송에서 지난 10일 이같이 판결했다. 청와대는 ‘의전비용은 (최장 15년간 공개하지 않을 수 있는) 대통령지정기록물로 분류돼 비공개대상’이라고 했다. 도시락 값에 대해서는 ‘해당 업체의 영업상 비밀’ ‘공개될 경우 경호 문제로 인해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 등의 이유로 내역을 밝힐 수 없다고 했다. 청와대 식자재 공급업체 등이 노출되면 경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취지다. 앞서 박근혜 청와대도 새누리당 지도부와의 ‘샥스핀 오찬’ 논란이 불거졌던 2016년 7월 식자재 예산 공개 요구에 대해 같은 이유로 공개를 거부한 바 있다.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의전비용이) 향후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될 예정이라거나 그러한 가능성이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를 비공개대상 정보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도시락 값에 대해서도 “정보공개법의 비공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올해 대통령비서실 및 국가안보실에 배정된 특활비는 82억원이다.

불투명한 특활비 집행을 지적해온 단체들은 최근 판결에 대해 “당연한 결정”이라는 반응이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은 공개가 기본이며, 비공개는 예외적으로만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검찰 등은 이러한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 사항까지 관행적으로 비공개해왔다는 것이다. 정진임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소장은 13일 “‘특활비는 무조건 공개할 수 없다’는 막무가내식 비공개주의는 부당하다는 판결”이라고 평했다. 정 소장은 “특활비가 지속해서 문제가 되는 이유는 특활비를 마치 불가침의 영역처럼 비공개로 둬서다. 내밀한 내용은 당연히 비공개해야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보통의 다른 예산처럼 어디에 집행했는지 알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를 상대로 소송을 낸 김선택 납세자연맹 회장은 “국가안보와 관련한 일이 아님에도 특활비 내역도 공개하지 않는다는 건 국민주권 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법무부는 이미 항소를 결정했다. 청와대가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다면 1심 판결이 무의미해 질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 관련 기록물이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돼 비공개되기 때문이다. 박근혜 청와대 특활비 공개 소송 역시 1심에서 승소했지만 이런 이유로 상급심에서 각하 판결이 나왔다. 하승수 세금도둑 잡아라 공동대표는 “정보공개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사건은 이관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지 않나 싶다. 문재인 정부가 (정보공개와 관련해 이전 정부와)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비공개 행태는 이전 정부와 다르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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