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조선일보

"어려서 정치 모른다고요? 세상 함께 바꿀 '동료'입니다"

최지은 더나은미래 기자 입력 2022. 02. 15. 03:01 수정 2022. 02. 15.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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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치인' 전성시대] <3> 기울어진 운동장에 등판한 '어린것'들
우리나라 정치판에는 청년이 적다. 기초 의회는 만 39세 이하 의원 비율이 6%에 불과하다. 더 많은 청년 정치인이 나오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지난 4일 서울 광화문 인근 카페에 ‘2030 정치계 종사자’ 4명이 모여 이야기를 나눴다. (왼쪽부터) 강민진 정의당 청년정의당 대표, 서난이 전북 전주시의원, 주이삭 서울 서대문구의원, 박혜민 뉴웨이즈 대표. /이경호 C영상미디어 기자

지난 4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 청년 4명이 모였다. 이들의 공통점은 두 가지다. 먼저 2030세대다. 또 하나는 ‘정치계에서 일한다’는 점이다. 한마디로 기성세대 중심 정치판에 청년의 목소리를 담아 보겠다며 ‘도전장’을 내민 청년들이다.

강민진(27) 정의당 청년정의당 대표는 17세 때부터 청소년 인권 운동을 했다. 벌써 10년이 넘었다. 이 과정에서 사회를 변화시키는 데는 정당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걸 깨닫고 직접 정치를 해보기로 했다. 2019년 정의당 대변인으로 시작해 지난해부터는 당내 청년 조직인 청년정의당을 이끌고 있다. 서난이(36·더불어민주당) 전북 전주시의원은 2014년에는 비례대표로, 2018년에는 선출직으로 당선됐다. 누구도 손대지 않았던 지역 내 성매매 집결지를 해체하는가 하면, 청년 무료 건강검진 사업을 시행해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등 전국적으로 주목받는 의정 활동을 펼쳤다. 주이삭(34·국민의힘) 서울 서대문구의원은 9년 전 평범한 청년의 시각을 정치권에 전달하고 싶어서 정당에 가입했다. 이후 다양한 정당에서 활동하다가 ‘젊은 사람이 기초의원이 돼야 정치도 시대 흐름에 맞게 바뀔 수 있다’는 생각으로 2018년 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나고 자란 서대문구 지역을 발로 뛰며 주민의 불편을 해결하고 있다. 박혜민(29) 대표가 이끄는 뉴웨이즈는 지난해 2월 출범한 ‘정치 스타트업’이다. 더 많은 젊은 정치인(이하 젊치인)이 등장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각종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젊치인들 앞에는 높은 포부만큼 장애물도 많다. 선거법을 비롯한 각종 제도는 기성 정치인에게 유리하게 짜여 있고, ‘어려서 뭘 알겠느냐’는 편견도 일상적으로 쏟아진다. 정치권에서는 늘 청년을 거론하는데 막상 들어와 보니 청년에게 정치판은 ‘기울어진 운동장’인 셈이다. 더 많은 젊치인을 길러내려면, 그래서 정치적 의사결정에 청년의 경험과 우선순위를 제대로 반영하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선거 한번 치르는 데 4000만원… “돈 없으면 정치도 못 해”

―3월 대통령선거,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다. 요즘 한창 바쁜 시기 아닌가.

강민진(이하 강)=우선은 대선 준비에 정신이 없다.

주이삭(이하 주)=지방선거 예비후보로 등록 예정인 사람들은 이제 선거 사무실을 막 알아볼 때다.

서난이(이하 서)=목 좋은 사무실을 찾아야 하는데. 단기로 빌리다 보니 월세가 너무 비싸다. 3개월에 450만원은 내야 한다.

―청년 정치의 첫 장벽은 역시 돈인가?

서=현수막 제작비, 인건비, 식비, 사무실 임차료. 다 돈이다. 경선을 하게 되면 경선 비용도 후보가 부담해야 한다.

강=기초의원 선거 기탁금이 200만원이다. 선거를 치르는 데 또 4000만원은 든다. 청년정의당 대표를 선발할 때는 당내 경선인데도 개인 돈 500만원을 썼다. 기성세대보다 자산이 적은 청년에게는 큰돈이다.

주=선거가 끝나고 보전을 받는다 해도 1000만~2000만원은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2018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당시 서른 살이었는데, 10년 동안 알바하고 인턴 해서 모은 4000만원이 있어서 가능했다. ‘돈을 날리더라도 한번 창업한 셈 치자’ 하고 도전했다.

서=서른에 4000만원이나 모았다니, 성실한 사람이다(웃음). 나는 펀딩을 받아서 해결했다. 펀딩이라도 할 수 있었던 건 비례대표를 하면서 쌓은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당선 가능성이 있으니 유권자들이 믿고 준 것이다. 정치 신인이라면 이마저도 어렵다. 피선거권을 18세로 낮추면 뭐하나. 돈이 없으면 출마를 못 한다. ‘청년발전기금’ 같은 지원금을 지급해 청년 후보가 경제적 장벽을 극복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

―출마하려면 공천부터 받아야 한다. 청년 공천 비율은 얼마나 되나.

박혜민(이하 박)=2018년 지방선거 정당별 공천율을 조사해봤다. 더불어민주당은 광역·기초의원 후보에 만 45세 미만 청년을 각각 20%, 30% 공천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전체 후보자 중 청년 비율은 15%에 그쳤다. 당시 자유한국당이었던 국민의힘도 만 45세 미만 기준, 광역·기초의원에서 각 50% 이상 달성하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9%였다. 정의당은 만 35세 이하에게 전체 후보의 11%를 공천했다. 목표였던 10%를 달성하긴 했지만 애초에 목표치가 낮았다.

강=공천 결정 방식은 보통 두 가지다. 공천권자가 결정하거나, 구성원이 투표한다. 청년에겐 두 방법 모두 불리하다. 공천 권한이 주로 기성세대에게 있다 보니 우선 기성 정치인에게 잘 보여야 한다. 구성원 투표도 이제 막 당에 진입한 청년보다는, 오래전부터 당에서 활동한 사람에게 유리하다. ‘청년은 당에 헌신하면서 경험을 쌓아야지, (공천이라는) 과실만 따 먹어서는 안 된다’는 인식도 존재한다. 청년 의원 비율이 충분해질 때까지만이라도 제도적으로 공천의 장벽을 무너뜨려 줘야 한다. 지역구 후보와 비례대표 명부에 각각 20% 정도는 청년으로 배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청년은 정당 내에서 힘이 없는 것 같다.

서=정치권에서 청년을 자주 호명하지만, 막상 당에 들어간 청년에게 주어지는 일은 한정돼 있다. 선거 때 피켓 들고 유세하기, 회의록 작성하기 같은 실무적인 역할에만 머문다. 정책 어젠다나 지역에 관한 생산적 활동을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청년이 당에서 성장할 수 있다.

강=청년정의당을 만든 취지가 바로 그거다. 당에서 청년이 수동적 역할에 머물지 않게 하는 것. 청년정의당은 독립적으로 의사결정을 하고, 독립된 회계를 운영한다. 청년 당원이 투표해서 지역위원장과 대표를 뽑는다. 어른들에게 잘 보여서 얻는 자리가 아니라, 청년에게 신임을 받아서 임명되는 자리다. 당 주류로 진입하는 것이 다음 도전 과제다.

박=뉴웨이즈는 초당적으로 젊치인을 지원하다 보니 여러 당과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거의 모든 정당에 청년을 배척하는 분위기가 있다. 언제나 새로운 사람을 기대한다고 하지만, 소개하려고 하면 “당내에 분란 생겨서 안 된다”고 한다. 이미 준비된 사람이 많다고도 한다. 전체 비율로 따지면 얼마 안 되는데도 말이다. 어떤 산업이든 인재를 구하기 위해 힘을 쏟는다. 왜 정치권에는 이런 노력이 없을까.

서=정당에서 살아남기가 힘들어서 그런 거다. 내가 인정을 받아야 하니까 서로 배척한다.

강=정당인들은 연대 관계인 동시에 경쟁 관계다.

주=맞는 말이다. 한솥밥을 먹던 정치인이 적으로 돌아서면 가장 아픈 적이 된다.

의회에서도 ‘장유유서’ 외치는 기성세대

―정치권에서 청년의 비전과 실력을 홍보할 기회가 필요할 것 같다.

주=공개적으로 예비후보를 모집하고, 후보자가 비전을 발표하고, 후보를 선출하는 공정한 절차를 거치면 청년이 더 활약할 수 있을 거다. 우리 당에서 추진 중인 ‘국민의힘 적격성 평가(PPAT)’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도의 일환이다. 당헌·당규, 정치관계법, 시사 현안 등에 대한 시험을 치르고 결과에 따라 공천 시 가산점을 받는다.

서=선거운동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지금 선거 제도에서는 후보가 자신을 홍보하고 공약을 소개할 기회가 너무 적다. 기초의원은 TV토론회도 없지 않은가. 아침저녁으로 길에서 인사하는 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러니 지방선거에서는 더 인맥에 의존하게 되고, 지역에서 오래 활동하며 기반을 잡은 기성세대가 유리하다. 내 경우 PPT 자료를 만들어서 일일이 주민들에게 공약을 알리고 다녔다. 공천을 앞두고는 운 좋게도 지역위원회에서 토론회를 세 번이나 열었다. 또 당시 지역위원장님이 1-가 기호는 무조건 청년에게 주겠다고 했다. 덕분에 당선돼서 열심히 의정 활동을 할 수 있었다.

―기초의원으로 당선되면 대우가 나아지나.

주=그렇지 않다. 동료 의원들에게 “어리니까 참아” “혼자 말 많이 하지 마” “잘난 척하지 마” 같은 말을 자주 듣는다. 팩트를 바탕으로, 정당하게 발언권을 얻어서 말하는 건데도 그런다. 하대하는 거다. 의회에서 위원장 선거에 나가려고 해도 “너는 나중에 기회 많잖아”라며 막는다.

서=청년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확실히 있다. 성희롱도 아무렇지 않게 한다. 남자든 여자든 다 대상이 된다. 아들딸 같다면서 엉덩이를 두들기고 팔뚝을 잡으면서 말한다. “젊고 예쁜 의원이 내 옆으로 와” 같은 발언도 서슴없이 한다. 이를 문제 삼고 지적하면 “역시 젊은 사람은 까다롭다” “무서워서 옆에 못 가겠다”고 한다. 침묵하면 “의원이 돼서 정당한 지적도 못 하면 어떡하나”라는 질책을 받는다.

강=청년들은 할 말이 100가지 있어도 참고 참아서 3~4가지만 말한다. 그래도 “예민하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는 정치적 평가를 해버린다. 그러니 성희롱 같은 명백하게 잘못된 행위에 대해서도, 정치인이기 때문에 더 이야기를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젊치인이 더 많아져야 하는 이유는.

서=국내 청년 인구가 전체의 30%다. 의회에서도 이 정도 비율이 돼야 한다. 우리 사회의 제도와 시스템을 결정하는 자리는 대부분 기성세대로 구성돼 있다. 청년도 전문가로서, 사회구성원으로서 참여해야 한다. 우선 기성세대가 청년을 신뢰해야 한다.

강=물론 청년만이 청년을 대변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청년 정치인이 다른 세대 정치인보다 무조건 훌륭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지금의 세상은 과거 세대가 만들어 온 세상이다. 미래를 살아갈 새로운 세대는 어떤 사회를 꿈꾸는가도 들어야 한다. 청년이 정치에 진입해야 사회가 변하는 속도를 정치가 따라잡지 못하는 현실도 개선될 수 있다. 한국 정치의 품질도 높아질 것이다.

주=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로 정당을 구성하고, 누구에게나 공천의 기회가 열려 있게끔 정당도 노력해야 한다.

박=이렇게 쌓인 게 많으실 줄 몰랐다. 뉴웨이즈에서도 언제 한 번 ‘성토대회’를 마련해야겠다.

최지은 더나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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