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헤럴드경제

"왜 툭하면 고발하냐고? 그래야 권력자들이 겁 먹죠"

입력 2022. 02. 15. 11:22

기사 도구 모음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시민단체 대표들이 밝힌 고발 사유
선거철에 급증..남용이냐 필요악이냐
고발로 검경에 권력층 수사 명분 제공
후보자 의혹 검증에 대한 요구도 증가
사회적 사안에 대한 고발이 우리 역할
한국기자협회 주최, 방송 6개사 공동 주관 2022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가 열리는 11일 서울 중구 매경미디어센터 앞 도로에 경찰 병력이 배치돼 있다. [연합]

15일부터 대선 후보들의 공식 선거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여야와 시민단체 등에서 고소·고발도 이어지고 있다. 이를 두고 고발권 남용이라는 비판이 나오지만 일각에선 수사나 기소로 이어져 필요악이란 시선도 있다.

매년 수십 건의 고소·고발을 이어나가고 있는 시민단체 관계자들을 만나봤다. 이종배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 대표는 15일 헤럴드경제와 전화 인터뷰에서 고발의 목적과 원칙에 대해 털어놨다.

이 대표는 “고발은 수사기관이 권력층을 상대로 조사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그는 “검찰과 경찰이 범죄혐의가 의심돼도 권력층을 상대로 한 수사를 하기엔 어려운 경우가 있다”며 “고발장 없이 인지수사를 하면 정치적 중립성 논란이 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세련은 정치인이나 정부 고위인사 같은 권력자를 주로 고발한다. 현행법상 죄가 성립되지 않으면 무리하게 고발하지 않고 이미 고발된 사안에 대해서는 중복으로 하지 않는다는 내부 방침을 소개했다. 이 대표는 “단, 일반인이라도 논란이 되는 사안에 대해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경우는 예외”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2019년 6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연가투쟁 당시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하면서 본격적인 법세련 활동을 시작했다. 유 장관이 연가투쟁을 불허하고 불법행위자를 징계해야 할 직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법세련은 이후 120여 건의 고발을 진행했다. 이 중 14건이 재판에 넘겨졌고 24건은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지난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하던 검찰이 찾지 못했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휴대전화를 경찰이 확보한 일은 법세련의 고발에서 시작됐다. 이 대표는 “휴대폰을 분실신고해 본 사람으로서 검찰의 해명이 납득이 가지 않았다. 점유이탈물 횡령 등으로 신원불상자를 고발했더니 며칠 뒤 경찰이 휴대폰을 찾았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후 검찰은 기존 해명에 대해 사과했다.

고발을 잘못하면 무고죄로 역으로 고소나 고발을 당할 수 있어 이 대표는 변호사들에게 법률 자문을 구하기도 한다. 그는 “지금까지 무고로 고소당한 건 한 건 정도였다”고 말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윤미향 무소속 의원 등 진보 진영 인사에 대해 선택적으로 고소·고발한다는 일각의 의견에 대해서는 “그렇게 보일 수 있겠지만 그런 생각으로 고소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위)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관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전 경기지사) 고발, ‘흉기난동 부실대응’ 책임 전 인천 논현경찰서장 고발 등 지난해 30~40건의 고발을 진행했다.

김순환 서민위 사무총장은 “서민에게 영향을 주는 중견기업 이상 대기업이나 노동자들의 성과를 사적으로 활용하는 사람들, 세금을 받고 잘못된 행동을 하는 공무원·권력자 등을 고발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치인들이 고발로 언론에 오르내리면 조심하는 게 느껴진다. 감시와 고발이 이어져야 권력자들이 겁을 먹는다”고 말했다.

김 총장은 고발에 대한 사명감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사명감이 아니라 내 옆에 있는 사람, 주변의 누구라도 불이익을 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활동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민단체는 사회적 사안에 대해 고발하고 수사기관은 수사하며 언론은 의혹제기를 하면서 각자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발이 대통령 후보자 등 정치인에 대한 검증의 방법으로서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김한메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 대표는 “후보자가 가진 의혹에 대해 시민으로서 제대로 검증받을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이 방법말고는 없다고 본다”며 “수사기관을 통해 실체적 진실을 알기 위해 고발한다”고 설명했다.

사세행은 지난 14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부인의 주가 조작 의혹 등의 해명한 것과 관련,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윤 후보를 검찰에 고발했다. 김 대표는 “선거철에 고소·고발이 늘어나는 건 새로운 사회현상이 아니라 반복된 패턴”이라며 “후보자에 대한 검증의 요구가 늘어나는 건 시민들의 의식 수준이 올라간 측면도 있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김희량 기자

hope@heraldcorp.com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