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크라 인근 韓생산기지 밀집..삼성·LG·SK도 바짝 긴장

오찬종,이축복,전경운 2022. 2. 15. 17:4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비상 걸린 국내기업
삼성·LG 우크라 전면 철수
반도체 공정 핵심소재 '네온'
우크라산 수입비중 23% 달해
美제재땐 수출 타격도 불보듯
한국차, 러시아 판매도 영향
국지전만 터져도 10% 급감
육로 막히면 물류비용 눈덩이
가스·곡물 등 원자재대란 우려

◆ 긴장 감도는 우크라이나 ◆

14일(현지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포트브래그에 위치한 군 비행장에서 군장을 멘 군인들이 동유럽행 항공기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비하기 위해 미국은 포트브래그에 주둔해 있던 병력 4700명을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한 폴란드에 배치 중이다. [AFP = 연합뉴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갈등이 일촉즉발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우크라이나 현지를 비롯해 동유럽에 진출한 국내 기업들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도 "군사적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며 현지 분위기를 상당히 심각한 상황으로 평가하는 등 경영계에서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자동차, 가전 등 한국 제조업의 핵심 품목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당장 생산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사태가 심화될 경우 원자재값부터 소비 위축까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LG 등 국내 기업들은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전면 철수했다. 긴장이 고조되면서 우리 기업들이 우크라이나 주재원 가족들과 직원들을 소환 조치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임시 배치시키고 있는 것이다.

다만 러시아의 생산라인과 판매지점은 일단 정상적으로 운영을 지속하면서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러시아 모스크바 인근 칼루가 지역에서 유럽 수출용 가전 공장을 운영 중이고, LG전자도 모스크바 외곽 루자 지역 공장에서 가전과 TV를 생산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러시아 내 생산라인에 특별 조치를 시행한 주요 기업은 없다"며 "상황을 검토하면서 정부 지침에 맞춰 대응하자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의 가장 큰 우려는 전쟁에 따른 현지 매출 붕괴다. 전쟁이 발발하면 두 지역 소비가 모두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반도체 수출 제재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전자제품뿐 아니라 자동차, 석유화학 제품 등 수출 전반에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전면전으로 확대되면 러시아 내수 판매가 29%까지 줄고, 국지전 충돌 시 10%가량 판매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원자재 수급 리스크도 발생한다.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되는 반도체 원료인 네온은 반도체를 만드는 레이저의 핵심 소재로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합병할 당시 가격이 급등하기도 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산 네온 수입 비중은 23%로 중국에 이어 2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국내 필요량의 16% 정도 조달이 가능해 한숨은 돌린 상황"이라며 "다만 공급 부족이 장기화될 경우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손해는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러시아에서 공급되는 팔라듐의 확보도 어려워질 수 있다. 팔라듐은 센서와 메모리 반도체를 만드는 데 사용된다. 러시아는 팔라듐 생산 1위 국가로 한국의 러시아 팔라듐 수입 비중은 3.4%에 그치지만, 역시 가격 상승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동유럽에 생산 공장을 두고 있는 한국 배터리업계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물류 대란으로 이어지지는 않을지 예의 주시하는 상황이다. 폴란드와 헝가리 등에 배터리 생산공장을 두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육상 물류 차질에 대비해 대응책을 검토하는 등 비상사태 체제를 점검하고 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우크라이나를 직접적으로 통과하는 물류는 없지만 비상시를 대비해 선박·비행기 등 다양한 운송 수단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비용 인상은 불가피하겠지만 생산에 차질이 없도록 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경영 활동을 이어가는 현지 진출 기업들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고 공급망 차질에 대비해 업계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조치를 즉각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공급망 차질에 따른 수급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추가 구매 및 물량 교환(스왑)을 통한 가스 물량의 사전 확보를 추진하고 원유 비상계획도 점검한다. 곡물에 대해선 사료 원료 배합 비중 조정, 정책자금 금리 인하 등 조치를 즉각 취하기로 했다.

[오찬종 기자 / 이축복 기자 / 전경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