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시간 1시간 완화시 확진자 97%↑" 과학 무시한 정치방역 논란

이창섭 기자 2022. 2. 1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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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정부가 17일 일상회복지원위원회 회의를 거쳐 오는 18일 사회적 거리두기 조정안을 발표한다. 정부는 '사적모임 6인·영업시간 오후 9시' 에서 '8인·10시' 등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데, 하루 10만명대 확진자 발생이 눈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조정 수위를 놓고 막판 조율 중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설, 오미크론 확산 등으로 확진자가 지난주보다 2배 넘게 늘었고, 위중증·사망자도 증가세로 전환했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은 이날 서울의 한 식당에서 관계자가 관련 안내문을 부착하는 모습. 2022.2.17/뉴스1

정부가 다중이용시설 영업 제한 시간을 한 시간 늘린 것을 두고 과학적인 근거를 무시하고 정치적인 선택을 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영업시간 제한을 1시간 연장할 경우 확진자가 두 배로 폭증할 수 있다는 질병관리청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 결과에도 방역 지침 완화를 강행했기 때문이다. 의료 전문가들은 정부가 선거를 앞두고 보건학적 관점이 아니라 자영업자 등 여론 같은 정치적인 고려로 방역 지침을 정했다고 지적한다.

18일 정부는 식당·카페 등의 영업시간 제한을 기존 밤 9시에서 10시로 한 시간 연장했다. 사적모임 인원은 6명으로 그대로 유지된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COVID-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깊어가는 민생 경제 어려움을 고려해 개편된 방역·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최소한의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영업시간 완화는 오미크론 대유행에 기름을 붓는 조치가 될 수 있다. 영업시간 제한이 사적모임 제한보다 방역에 더 효과적이라는 선행 연구에도 정부가 이런 방침을 정한 것이다.

질병관리청과 KIST는 공동 연구를 진행한 뒤 지난 12월 31일 오미크론 변이 영향을 반영한 코로나19 발생 예측 모형을 공개했다. 해당 연구는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전파율을 델타 대비 4배로 잡고 60대 이상 고령층 3차 접종률을 80%로 가정했다.

연구에 따르면 운영 시간 제한이 사적모임 제한보다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효과적이었다. 다중이용시설 영업시간을 밤 9시에서 10시로 한 시간만 연장해도 확진자 규모가 97%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중순 사적모임 인원은 4명, 영업시간은 오후 9시였다. 일일 신규 확진자는 6000~7000명대였다. 연구 모델은 영업시간을 한 시간 연장하면 1월 말 확진자가 1만 8000명대로 증가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반면 사적모임 인원 완화는 이보다 확진자 발생을 덜 유발했다. 인원 제한을 4명에서 8명으로 두 배 늘려도 영업시간을 밤 9시로 설정하면 유행 규모는 59%만 늘어났다.

연구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한다면 '인원수 제한 완화'가 방역 효과에 더 좋다"며 "영업시간을 완화하면 2차 모임을 유발해 상대적으로 방역 효과가 낮게 산출된다"고 결론 내렸다.

/사진제공=질병관리청

현재 유행 상황에서 해당 연구 모델을 도입하면 3주 뒤 신규 확진자는 최소 20만명에서 그 이상까지 발생할 수 있다. 이미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코로나19 유행 예측 보고서'에서 다음 달 초 최대 36만명 확진자가 나올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놨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정부는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방역 정책을 설정했다. 지난달 14일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을 발표하면서 사적모임 인원을 기존 4명에서 6명으로 늘렸지만 영업시간 제한은 기존 밤 9시로 유지했다.

정부가 전문가와 과학적 근거를 무시하면서까지 영업시간을 완화한 건 선거를 앞둔 정치적 고려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상회복지원위원회 자문위원이었던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는 16일 정부가 전문가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반발하며 위원직을 사퇴하기도 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좋게 말하면 경제 활성화를 위한 것이겠지만 좀 더 확실하게 이야기하면 선거 때문에 거리두기를 완화한 것"이라며 "대통령 선거까지 3주 남았기 때문에 풀고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당연히 거리두기 완화 시점은 아니지만 선거를 앞두고 있고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생각보다 굉장히 심하다"며 "경제 부처에서 더는 견디기가 어려울 정도로 반발이 심해 그것을 이겨내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엄 교수는 "정부라는 게 과학자 단체는 아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완화를 할 때에도 어떤 상황에서는 다시 거리두기를 강화할 수 있다는, 시점이나 방법을 국민에게 얘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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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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