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선 20%가 아파트 계약 포기.. 지방선 미분양 28% 증가

정순우 기자 2022. 2. 19.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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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하락 우려에 '청약 불패' 흔들.. 중도금 대출되지만 미계약 속출

지난달 2만명 넘는 청약 인파가 몰린 인천 송도 아파트 당첨자 10명 중 2명꼴로 계약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50대1 가까운 경쟁을 뚫은 이들은 앞으로 10년간 다른 아파트에 청약할 수 없는 ‘핸디캡’에도 당첨 자격을 포기했다. 새로 아파트를 장만하면 더 손해 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인천시 연수구 동춘동 청량산에서 바라본 동춘동과 송도국제도시에 고층 아파트 건물들이 우뚝 서 있다. / 연합뉴스

집값 하락 우려가 확산하면서 분양 시장도 위축되고 있다. 18일 한국부동산원과 분양업계에 따르면, 포스코건설이 지난달 분양한 ‘더샵 송도 아크베이’ 초기 계약률이 80%에 그쳤다. 이 단지는 청약 당시 486가구 모집에 2만2848명이 몰리며 평균 경쟁률 47대1을 기록했다. 수요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전용면적 84㎡의 분양가가 9억원 미만으로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달 7~12일 계약을 진행한 결과, 미계약 물량이 20%나 된 것이다.

지방에서는 분양조차 제대로 안 되는 아파트가 늘고 있다. 지난 14일 경북 경주시 ‘KTX신경주역 더 메트로 줌파크’ 특별 공급에선 345가구 모집에 단 1명만 신청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최근 수년간 분양가가 많이 올랐고, 대출 규제와 금리 추가 인상 우려까지 있어 분양 시장도 한동안 관망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때 ‘로또 판’으로 통하던 아파트 청약 인기가 급속도로 식어가고 있다. 정부가 집계하는 미분양 물량은 역대 최소 수준으로 줄었다가 작년 연말부터 지방을 중심으로 가파르게 늘고 있다. 지방 아파트 미분양 물량은 작년 11월 1만2622가구에서 12월 1만6201가구로 한 달 사이 28%나 늘었다. 수도권인 인천·경기에서도 미분양·미계약 아파트가 생기고, 분양 자체가 귀한 서울에서도 작년과 비교하면 청약 경쟁률이 눈에 띄게 낮아졌다.

최근 분양한 송도 아파트 계약 현황

18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에서 분양한 아파트 단지 35곳 중 1순위 마감에 성공한 단지는 23곳(65.7%)에 그쳤다. ‘경주 엘크루 헤리파크’ 등 아홉 단지(25.7%)는 2순위 청약에서도 미달됐다. 청약 기간 중 분양을 마감하지 못하는 단지 비율이 작년 1분기 6.8%에서 4분기 16.5%로 늘었는데, 올해 들어 더 늘어난 것이다.

분양 시장에 냉기가 확산하면서 ‘무순위 청약’ 물량도 늘었다. 작년 10월엔 591가구 규모였는데 지난달엔 전국 31곳에서 1332가구가 무순위 청약을 접수했다. 흔히 ‘줍줍(미분양 아파트를 줍는다는 뜻)’이라고 부르는 무순위 청약은 청약 통장이 필요 없고, 100% 추첨으로 당첨자를 가린다. 전국 집값이 가파르게 오르고 청약 시장이 과열 조짐을 보이던 작년 상반기만 해도 간혹 무순위 청약 물량이 나오면 경쟁률이 수만 대1 수준으로 치솟았다.

하지만 작년 10월 분양한 인천 ‘송도 센트럴파크 리버리치’는 12월부터 이달까지 네 차례 무순위 청약을 하고도 분양 마감에 실패했다. 이 단지도 청약 당시엔 평균 경쟁률 53대1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였다. 하지만 대출 규제 강화와 금리 인상으로 작년 말부터 주택 경기 하락 조짐이 보이자 당첨자 일부가 계약을 포기하고, 추가 청약에서 남은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는 수요자도 눈에 띄게 줄었다.

청약 인기가 식으면서 당첨 커트라인도 낮아지고 있다. 올해 들어 인천에서 지금까지 분양된 아파트의 전용 84㎡ 당첨 커트라인 평균이 24점으로 작년 4분기(평균 48점)의 절반으로 떨어졌다. 경기도 평균도 작년 4분기 43점에서 올해는 28점으로 내렸다. 최근 분양한 인천 ‘송도럭스 오션SK뷰’는 전용 84㎡에서 청약 가점 17점인 신청자가 당첨되기도 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근 식어버린 청약 시장 분위기가 단기간에 살아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수년간 집값이 오르면서 분양가도 덩달아 올랐고, 대출 금리 인상으로 무주택 수요자들의 자금 마련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덜컥 아파트를 분양받았다가 집값이 더 내릴 수도 있다’는 수요자들의 불안 심리가 확산하는 것도 걸림돌이다.

3기 신도시 사전 청약 등 저렴한 분양가의 공공 아파트가 지속적으로 나오는 것도 민간 아파트에 쏠리던 청약 수요를 분산하고 있다. 지난달 진행된 고양 창릉, 남양주 왕숙, 부천 대장 등 3기 신도시 공공 분양 사전 청약에는 적지 않은 수요가 몰렸고, 청약 통장에 매달 10만원씩 최소 15년 이상을 납입해야 당첨될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최근 분양가 상승과 대출 규제 강화로 현금 여력이 없는 실수요자는 청약 시장에 도전하기가 어려워졌다”며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높거나 대출이 쉽지 않은 아파트, 입지 여건이 좋지 않은 단지에선 무더기 미분양 사태가 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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