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비판하려다가.. 혐오·선동 언어 선 넘는 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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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거리 유세를 벌이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정부·여당 비판에 집중하는 가운데 발언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암 걸린다'는 혐오 표현부터 '비상식적 좌파 이념', '파시스트' 등 진영을 가르는 선동적 표현까지 사용되면서 단순 네거티브를 넘어 '헤이트 스피치'에 가깝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상 유세 과정에선 지지자를 결집하기 위해 평소보다 격한 발언들이 오가지만, 지나치게 혐오·선동적인 표현들은 선거 과정과 그 이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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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네거티브와 헤이트 스피치는 달라"
[아시아경제 박준이 기자] 연일 거리 유세를 벌이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정부·여당 비판에 집중하는 가운데 발언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암 걸린다'는 혐오 표현부터 '비상식적 좌파 이념', '파시스트' 등 진영을 가르는 선동적 표현까지 사용되면서 단순 네거티브를 넘어 '헤이트 스피치'에 가깝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후보는 지난 17일 경기 용인 유세에서 국민들이 더불어민주당을 심판해야 한다며 "이거 그대로 놔두면 이 당이 암에 걸려 제대로 헤어 나오지 못한다"고 밝혔다. '암에 걸린다'는 표현은 실제 암 환자를 비하하는 의미로 해석되어 일종의 혐오 표현으로 분류된다. 정부·여당을 비판하고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과정에서 다소 격한 표현이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윤 후보는 안성 유세에서 적폐수사와 관련한 자신의 발언을 청와대와 민주당이 '정치 보복'으로 규정한 데 대해 반박하며 "옛날에도 히틀러나 무솔리니 같은 파시스트들이 뒤집어씌우는 건 세계 최고"며 "자기 지은 죄는 덮고 남은 하지도 않은 죄 만들어 선동하는 것, 파시스트, 공산주의자들이 하는 수법"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문재인 대통령을 '파시스트', '공산주의자'에 비유해 정치 보복을 저질렀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과거 '진영 논리'에 기반한 선동적 표현들도 등장했다. 그는 송파 유세에서도 현 정부를 비판하면서 "4~50년 전부터 철 지난 좌파 이념에 빠져서 상식을 도외시하고 지금까지 끼리끼리 살아왔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18일 경북 구미에서도 "44~50년 전에 한물 간 사회혁명 그 이념에 도취돼 꿈에서 깨지 못한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윤 후보는 '공산주의자', '좌파 이념', 앞서 발언한 '80년대 운동권' 등 이분법적 진영 논리에 기반한 용어들을 계속해서 사용하고 있다. 여권의 '갈라치기'를 비판하고 있지만 그 역시 '편가르기 전략'을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앞서 윤 후보는 강도 높은 발언으로 위기에 처한 경험이 있다. 지난해 12월 경북 안동에서 열린 경북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식에서 문 정권을 향해 "무식한 삼류 바보들을 데려다가 정치해서 경제, 외교, 안보 전부 망쳐 놨다. 무능과 불법을 동시로 다 하는 엉터리 정권"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가 논란이 된 바 있다. '보수 텃밭'인 TK(대구·경북) 지역에서 지지층 결집을 위해 과격한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당시 윤 후보는 잇단 실언 논란이 불거지면서 지지율 하락, 선대위 내홍 등을 겪어야 했다.
통상 유세 과정에선 지지자를 결집하기 위해 평소보다 격한 발언들이 오가지만, 지나치게 혐오·선동적인 표현들은 선거 과정과 그 이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광재 매니페스토실천본부 사무총장은 윤 후보의 최근 발언들에 대해 "네거티브와 '헤이트 스피치'는 다르다"라며 "헤이트 스피치를 동원한다는 건 자기 지지 세력을 결집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대표적인 예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다. 혐오 정치가 선거에서 득표하는 데 유리할지는 모르겠지만 사회 전체를 곤란하게 하고 위기에 빠뜨렸다는 것을 전세계가 목격한 바 있다"고 우려했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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