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굽힌 日 소재, 가격 깎고 K배터리 앞에 줄 섰다

김도현 기자 2022. 2. 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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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케미칼 이차전지연구센터에서 제품이 적용된 배터리셀을 테스트하고 있다


일본 배터리 소재업계가 판로 확대를 위해 공급가를 낮추는 모습이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높은 가격 정책을 유지해오던 전과는 대비된 행보다. 자국 의존도를 낮추고 한국 등 납품처를 확대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소재기술 격차가 좁혀지는 상황이어서, 일본 배터리 소재기업의 핵심 고객사인 K배터리의 시장 주도권도 강화될 전망이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본 분리막 업체 아사히카세이가 생산량을 키우고 출고가를 낮췄다. 아사히카세이는 지난해 9월에는 중국의 상해은첩과 분리막 합작사(JV)를 건립하는 등 생산량을 키우고 있다. 공급가를 낮춰 안정적인 판로확보에 나서는 것으로 해석된다. 전기차 주행거리와 충전속도에 영향을 끼치는 실리콘 제작업체 신에쓰이화학공업도 최근 생산량을 2배 가까이 키울 계획인 것으로 전해지는 등 유사한 길을 택하는 일본 소재업체가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이 노리는 고객사는 한국과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K배터리 3사를 비롯해 중국의 CATL·BYD 등 배터리 회사들에 소재를 납품량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다. 배터리 회사들은 국내외 기업으로부터 양극재·음극재·분리막·전해질 등 4대 핵심소재와 제품의 성능을 위한 필수적인 소재들을 외부로부터 공급받는다. 특정 업체와만 거래하지 않고 공급처를 다변화하는 것도 배터리 회사들의 공통점이다.

일본 소재업계의 노림수는 고품질의 자사 소재를 싼 값에 공급해 주요 배터리 기업의 일본산 소재 탑재비율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일본 소재는 품질은 담보할 수 있지만, 가격이 비싼 게 흠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배터리가 전기차 원가의 40%를 차지하는 까닭에 완성차 업계의 가격 인하 압박이 거셌던 만큼 배터리 회사들은 일본산 소재만을 고집할 수도 없는 처지였다.

이 과정에서 한·중국 배터리 기업들은 나름의 소재 공급망을 구축했다. 국내에서는 LG화학·SK아이이테크놀로지·포스코케미칼·에코프로 등이 글로벌 배터리 소재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들 소재 업체의 기술력도 고도화되면서 일본 기업과의 격차도 좁혔다는 평이다. 자연히 배터리 기업들도 비싼 값의 일본 소재를 고집할 이유도 사라졌다.


'리튬이온 종주국' 일본 배터리 회사들의 약세도 자국 소재업계가 자존심을 굽히고 K배터리의 문을 두드리게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은 한·중·일 3국의 점유율이 95% 이상에 달할 정도지만, 점차 한·중 기업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모습이다. 내수의존이 압도적인 중국을 제외한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한·중 기업은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일본은 시장 평균에 못 미치거나 오히려 역성장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일본의 파나소닉이 중국 외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점유율 2위에 랭크됐지만 전년대비 성장률은 37.2%에 그쳤다. 전기차 판매 1위 테슬라에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지만, 1위 LG에너지솔루션과의 격차는 12%p 수준이다. 성장률 역시 LG 등 다른 경쟁사와 비교했을 때 형편없는 수준이다. 다른 일본 기업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9위에 오른 LEJ의 경우에는 전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상황에서 배터리 사용량이 전년보다 12% 감소했다. 10위권 내 역성장은 LEJ가 유일했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토요타·파나소닉·아사히카세이 등 일본 내 전기차·배터리 관련 기업들이 '배터리 공급망 협의회'를 구성하고 전동화 전환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면서 "그럼에도 자국의 전기차·배터리 기업들의 성장 속도가 경쟁국에 못 미치자, 일본의 소재업계도 생존을 위해 적극적인 판로개척에 나선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이어 "여전히 일본 기업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분야도 있지만, 국내 기업들의 투자와 연구로 소재 자립도가 높아진 상황"이라면서 "LG·SK 등은 계열사 등을 통해 소재 사업도 강화하는 등 '배터리 수직계열화'도 추구하고 있어, 일본 배터리 소재업계의 납품처 확대 노력에 따른 시장 영향력은 제한적일 전망"이라고 시사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가전·IT기기 중심의 소형전지 시장이 중심이던 과거 국내 배터리업계의 일본 의존도는 가히 절대적"이었다면서 "전기차 중심의 중대형 배터리 시대로 진입하면서 한국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소재 자립화를 추진하자 이를 견제하던 일본이 이제는 한국에 소재를 납품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가격을 낮추는 상황에서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라 말했다.

이어 "안정적인 배터리 공급망 확보가 업계 전반의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 상황"이라면서 "일본이 반도체 소재 수출을 제한하는 방법의 경제보복을 감행한 전례 때문에, 소재 가격이 낮아져도 일본 의존도를 높이기를 기업들이 주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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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현 기자 ok_k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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