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의 우크라 침공, 미국도 나토도 책임 있다" NYT

강영진 2022. 2. 22.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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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러시아 인접 동유럽 국가들로 나토 확장은
민주화 주도 러시아인들에게 등을 돌린 일

[도네츠크=AP/뉴시스] 2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동부 친 러시아 반군 지역인 도네츠크 중심가에서 사람들이 러시아 국기를 흔들며 독립을 축하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돈바스 지역(도네츠크, 루한스크)의 독립을 승인하면서 이들 지역에 러시아 군대를 파견해 러시아 정부가 '평화유지 활동'을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2.02.22.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미국 뉴욕타임스(NYTR는 21일(현지시간) 푸틴이 전쟁을 일으키려 하지만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도 책임이 있다는 주장을 담은 저명 칼럼니스트 토마스 프리드먼의 칼럼을 실었다. 다음은 칼럼 요약이다.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일어난다면 언론인들은 어디에 주재하는 것이 좋을까? 키예프? 모스크바? 뮌헨? 워싱턴? 내 생각엔 블라디미르 푸틴의 머릿속이 가장 좋은 곳이다. 푸틴은 스탈린 이후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러시아 지도자로 현재의 전쟁 위기는 그의 야망과 전략, 분노가 만들어낸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미국이 그의 불장난을 부추긴 책임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푸틴은 러시아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려는 우크라이나의 야심을 전략적 손실인 동시에 개인적, 국가적 굴욕이라고 생각한다. 21일 연설에서 푸틴은 우크라이나는 독립을 주장할 수 없는 러시아의 일부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러시아와 "혈연으로 묶여 있다"는 것이다. 이를 근거로 푸틴을 우크라이나 민주 정부를 파괴하는 것이 지정학적 명예살인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푸틴은 기본적으로 나토 가입을 원하는 우크라이나인들을 향해 "엉뚱한 사람과 사랑에 빠졌다. 나토나 유럽연합(EU)와 사랑의 도피를 할 수 없을 것이다. 우크라이나 정부를 때려 부셔 우크라이나인들을 집으로 다시 끌고 와야 한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한 셈이다.

정말 추악한 행동이다. 그러나 왜 그러는지 이해할 만한 구석도 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푸틴의 집착은 단지 신비주의적 민족주의로만 치부할 순 없다.

불길이 타오르도록 만드는 두가지 요인이 있다. 첫번째는 미국이 1990년대 소련 붕괴 당시와 이후에 사려깊지 못하게 나토를 확장시킨 것이다.

두번째는 푸틴이 나토의 확장을 러시아 내정 실패를 덮는데 악용할 수 있도록 방치한 것이다.

미국인 대부분은 1990년대와 2000년대 초 나토가 폴란드, 헝가리, 체코,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등 소련 연방의 일부거나 영향권에 있던 나라들로 확장하는 것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이들이 나토회원국이 된 이유는 러시아의 공격을 미국이 막아줄 의무를 져주길 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러시아가 민주주의 국가로 탈바꿈하길 기대해 온 미국이 러시아가 가장 취약했던 시기에 나토를 빠르게 러시아 코앞까지 확장한 이유는 미스테리다. 당시는 이런 의문을 제기한 사람이 거의 없었지만 지금 우리는 그 결과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

당시 빌 클린턴 정부의 국방장관이던 빌 페리가 유일하게 의문을 제기했었다. 페리는 2016년 당시를 회고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난 몇 년 동안 푸틴을 비난하는 말들은 대부분 타당하지만 초기 상황에 대해선 미국이 책임이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간 가장 첫 발걸음이 나토가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동유럽국가로 확장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우리는 러시아와 긴밀히 협력하던 때였으며 러시아는 나토가 친구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한 때였다. 그러나 나토가 국경에 바짝 다가오는 것을 몹시 불편해했고 그러지 말라고 우리에게 강력히 촉구했었다"고 덧붙였다.

1998년 5월2일 미 상원이 나토 확장을 비준한 직후 소련 억제 정책의 입안자였던 조지 케난과 통화한 적이 있다. 1926년 국무부에 들어가 1952년 모스크바 주재 대사를 지낸 그는 러시아 최고 전문가다. 94살로 목소리가 떨렸지만 그는 나토 확장에 대한 의견을 묻는 내게 강력한 주장을 폈다. 그의 말을 그대로 옮긴다.

"새로운 냉전이 시작될 것이다. 러시아가 차츰 반대로 움직일 것이고 그들의 정책이 바뀔 것이다. 정말 비극적인 실수다. 그래야 하는 이유가 전혀 없다. 누구도 위협당하지 않고 있다. 미국의 건국자들이라도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게 만들 일이다."

"우리는 이 모든 나라들을 지킬 여력도 의지도 없는데 그렇게 하겠다고 서명했다. 나토 확장은 상원이 별 생각없이 저지른 일이며 아무런 외교적 이익도 없다. 상원에서 벌어진 토론이 얼마나 피상적이고 무식한 지 모르겠다. 러시아가 서유럽을 공격하고 싶어 미쳤다는 발언이 특히 그렇다."

"사람들이 알고는 있는가? 우리가 냉전시기에 소련 체제보다 무엇이 나은 건지를? 지금 우리는 역사적 무혈혁명을 통해 소련 체제를 제거한 바로 그사람들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 러시아의 민주주의도 우리가 러시아로부터 보호하겠다고 서명한 나라들 못지않게 민주화됐다. 당연히 러시아가 반발할 것이다. 그러면 나토 확장론자들은 러시아는 원래 그렇다고 말할 것이다. 이건 정말 잘못된 일이다."

그가 말한 대로 일이 진행되고 있다.

냉전 이후 러시아가 2차대전 이후 독일과 일본이 그랬던 것처럼 확실하게 자유주의로 전환할 수 있었을 지는 확실하지 않다. 사실 러시아에 민주주의 경험이 거의 없다는 것을 감안할 때 확률이 크진 않다. 그러나 당시 우리중 누군가는 그런 도박을 감수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유럽 안보질서에서 러시아를 배제하는 것보다 끌어당기는 것이 덜 민주화된 러시아라도 이웃을 적대시해야겠다는 생각을 갖지 않도록 했을 것이다.

물론 우크라이나를 쪼개려는 푸틴의 행동이 정당화될 순 없다. 푸틴은 두번째 임기 동안 나토 확장에 대해 불만을 말했지만 행동을 하진 않았다. 당시는 유가가 높았고 푸틴의 국내 인기도 높았다. 러시아가 고통스러운 구조조정과 공산주의 체제 붕괴 이후의 가난을 극복하고 국민들의 소득이 빠르게 늘어나는 시기였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러시아의 경제가 침체했다. 푸틴은 필연적으로 자신의 통제력을 약화시킬 경제개혁을 강력히 추구하거나 아니면 정실자본주의 도둑정치를 강화해야 했다. 그는 후자를 선택했다. 푸틴은 자신의 역할을 러시아의 새 부를 분배하는 조정자가 아닌 조국의 수호자에서 찾기로 했다.

푸틴이 민족주의적 복수에 착수하고 상시적 "전시 대통령"을 자처한 시점에 그가 러시아인들의 정서를 가장 쉽게 자극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 것이 나토 확장을 막는 것이었다.

그때부터 그는 나토가 우크라이나로 확장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럴 것처럼 주장해왔다.

어떤 나라의 국민이든 지도자든 스스로를 돌아보며 굴육을 느낄 수 있다. 서방으로부터 한 세기 동안 굴욕을 경험한 중국의 덩샤오핑은 "너희들 게임에서 너희를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은 소련 붕괴와 나토 확장으로 서방에 굴욕감을 느끼고 "우크라이나를 때려 눕힐 것"고 말하고 있다.

내 말처럼 상황이 단순하진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말하려는 건 다음과 같다. 이건 푸틴의 전쟁이다. 그는 러시아와 이웃에 해로운 지도자지만 푸틴이 그렇게 되기까지 미국과 나토가 아무런 책임도 없는 건 아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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