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손님 골라태우는 '카카오택시'..평일 밤 단거리 호출 성공률 23% 불과

임철영 2022. 2. 2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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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가맹택시 콜 몰아주기 첫 실태조사
일반택시 호출시 10대 중 4대 가맹택시 배차..주말·단거리·아침 배차 비율↑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 평일 밤 시간대 도심에서 비도심으로 가는 단거리 승객의 '카카오택시' 호출 성공률이 같은 시간대 장거리를 이동하는 승객의 호출 성공률의 절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목적지 표출로 골라태우기와 가맹택시 콜 몰아주기 등과 개연성 있다는 지적이다.

23일 서울시는 지난해 실태조사를 벌여 목적지 표출에 따라 '카카오 택시' 택시기사가 승객을 골라태우고 있다는 정황을 일부 포착했다고 밝혔다. 실태조사는 택시 플랫폼 시장의 90% 가까이 점유하고 있는 ‘카카오택시’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원이 승객을 가장해 카카오택시를 직접 불러서 탑승하는 ‘미스터리 쇼퍼’ 방식으로 2개월 동안 지난해 10~11월 841대를 호출해 장거리(10km 이상)·단거리(3km 이내) ▲평일주말 ▲도심·비도심 ▲아침·저녁·밤 시간대로 구분해 적정 표본이 확보되도록 했다.

실태조사 결과 ‘카카오택시’의 목적지 표출에 따라 택시기사가 승객을 골라태우고 있다는 정황이 일부 포착됐다. 특히 ‘평일 밤시간대에 도심에서 비도심으로 가는 단거리’ 통행의 호출 성공률이 23%로 가장 낮았다. 같은 조건에서 장거리를 이동하는 경우엔 호출 성공률이 54%로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는 “장거리 호출 성공률이 높고 단거리는 낮은 점, 밤시간대 호출 성공률이 낮고 배차실패횟수도 타 시간대보다 높은 점을 고려할 때 목적지를 보고 골라 태운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안기정 서울연구원 교통시스템연구실 연구위원도 “단거리 호출 실패율이 장거리보다 높은 것은 승객 골라 태우기를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택시업계에서 불만을 제기하고 있는 카카오택시의 자사 가맹택시 ‘콜 몰아주기’에 대한 실태조사도 실시했다. 조사 결과 일반택시를 호출해 배차에 성공한 경우 중 39%는 가맹택시(카카오T블루)가 배차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형별로는 평일보다는 ‘주말’, 장거리보다는 ‘단거리’, 저녁·밤보다는 ‘아침’일수록 가맹택시가 배차된 비율이 높았다.

특히 승객이 많은 ‘평일 밤시간대 도심에서 비도심으로 가는’ 호출의 경우 가맹택시 비율이 16.7%로 가장 낮은 반면 승객이 상대적으로 적은 ‘주말 아침 도심에서 도심으로 가는’ 호출은 86%로 가맹택시 배차 비율이 가장 높았다. 택시업계에서 제기하고 있는 것과 같이 일반호출시 일반택시가 아닌 가맹택시가 배차되고 있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안기정 서울연구원 교통시스템연구실 연구위원은 “가맹택시 비율이 40%로 높은 것은 콜 몰아주기 개연성이 있다”고 분석하고 “카카오택시의 가맹-중개 분리 등 제도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서울시는 실태조사와 별도로 시는 택시 배차 후 승객에게 오기까지 걸리는 시간도 함께 조사했다. 그 결과 5대 중 1대(21%)는 배차 후 승객에게 도착하기까지 10분이 넘게 소요돼 배차방식 개선 등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시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서울시, 카카오모빌리티, 정부 등 각 주체별 개선방안을 마련해 추진할 방침이다. 우선 시는 호출 성공률이 가장 낮아 택시잡기가 어려운 ‘평일 밤시간대’의 경우 택시 부족 요인도 있는 만큼 택시 공급 확대를 위해 부제해제, 전기택시 보급확대 등 시 차원의 다양한 대책을 검토하여 추진할 계획이다.

카카오택시 측에는 승객의 목적지를 구체적인 위치가 아닌 자치구 단위까지만 포괄적으로 표출하고 장기적으로는 목적지를 미표기하는 내용의 단계적 개선방안을 올해 초 요청했다. 또한 가맹택시 콜 몰아주기 의심을 해소하기 위해 승객이 일반호출을 했을 때 우선 일반택시가 호출을 받을 수 있는 충분한 시간(5분)을 주고, 이후 가맹택시에도 콜을 주는 방식을 요청했다. 장기적으로는 가맹-중개 사업을 분리하는 방안도 요청했다.

아울러 시는 현재 카카오택시 콜 몰아주기를 조사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이번 실태조사 자료를 제공한다. 국토교통부에는 가맹·중개택시 인·허가 등 관리 권한을 시도지사에 위임해줄 것을 건의하고, 가맹·중개 택시 사업 분리, 목적지 미표기 등 제도개선도 요청할 계획이다.

백호 도시교통실장은 "카카오택시는 택시 플랫폼 시장의 90% 가까이를 점유할 정도로 많은 시민들이 이용하고 있는 만큼 사회적 책임을 가져야 한다"면서 "시민들의 택시 이용 편의 증진과 공정한 택시산업 발전을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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