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회의선 '과거사', 유네스코선 '사도광산'..작정하고 日 때린 정의용

정진우 2022. 2. 23.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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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2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인도 태평양 협력을 위한 장관급 회의'에 참석했다. [외교부 제공]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인도·태평양 협력을 위한 장관급 회의’ 참석차 21~2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를 방문해 사도광산 외교전에 이은 ‘일본 때리기’에 나섰다. 특히 22일 장관회의 공식 세션에선 한·일 간 핵심 갈등 요소인 위안부·강제징용 피해 등 과거사 문제를 염두에 둔 듯한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역내 불신과 안보 불안 상존"


정 장관은 이날 인도·태평양 장관회의 안보·국방 세션에 참석해 “인도·태평양지역이 다양성과 역동성을 기반으로 빠르게 발전해 왔다”고 평가했다. 그간의 성과를 강조하는 일반적인 발언처럼 보였지만, ‘진짜 메시지’는 뒤에 숨어있었다. 정 장관은 이어 “역내국간 역사 문제가 여전히 존재하고 다자주의·법치에 기반한 국제질서가 아직 정착되지 못해 불신과 안보 불안이 상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13일 미국 호놀룰루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는 정의용(왼쪽) 외교부 장관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 [외교부 제공]

정 장관은 역사 문제를 언급하면서도 구체적인 현안을 특정하지는 않았다. 또 역사문제의 주어 역시 ‘역내 국가’라고 표현했을 뿐 특정 국가를 언급하진 않았다. 그럼에도 최근 악화일로인 한·일 관계를 감안했을 때 정 장관이 언급한 역내국 간 역사 문제는 한·일 간 강제징용·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 갈등을 지칭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장관은 특히 이같은 역사 문제가 ‘불신과 안보 불안’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강조했다. 위안부·강제징용 등 과거사 갈등의 1차적 책임을 일본에 돌리는 동시에, 일본의 이런 행태가 궁극적으로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불안으로 이어진다고 비판한 셈이다. 정 장관은 그러면서 “유럽이 과거 역사적 갈등에서 화해를 이끌어내고 다자주의를 통해 단합을 이룬 경험으로부터 인도·태평양 지역 협력에 적용할 수 있는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5년 후속 조치부터 충실 이행해야"


정의용 외교부 장관(왼쪽)이 22일(현지시간) 오후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과 면담했다. [연합뉴스]
정 장관은 이날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을 면담한 자리에선 사도광산 문제를 공론화했다. 일본의 사도광산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에 맞선 외교전을 본격화한 것이다. 외교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정 장관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현안 관련 일본이 또 다른 한국인 강제노역 현장인 사도광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 신청한데 대해 강한 우려를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정 장관은 2015년 일본의 (군함도 등)근대산업시설 (세계유산 등재 당시 일본이 약속한) 후속 조치부터 충실히 이행될 수 있도록 사무총장의 각별한 관심과 협조를 당부했다”고 설명했다. 아줄레 사무총장은 “사도광산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면서 “일본 근대산업시설 후속 조치에 대해서도 계속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겠다”고 답했다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일본은 2015년 군함도 등 근대산업시설의 세계유산 등재 당시 조선인 강제노역이 이뤄진 사실을 알리고 정보센터 건립 등을 통해 피해자를 기리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5년째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지난해 7월 군함도 등에서 자행된 강제노역에 대한 역사적 사실을 제대로 알리라고 일본 측에 공개 경고했다.


연쇄 회담 통해 '사도광산 외교전' 박차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21일(현지시간)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장관과 한-인도 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했다. [외교부 제공]
정 장관은 이번 인도·태평양 장관회의를 계기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위원국인 인도·불가리아 외교장관 등과 양자 회담도 개최했다.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선 21개 위원국 중 최소 14개국이 찬성해야 한다는 점에서 위원국은 최종 등재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

정 장관 역시 이같은 점을 의식해 연쇄 양자 회담을 통해 사도광산에서 자행된 조선인 강제징용 문제를 환기하는 등 외교전을 펼쳤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외교부는 회담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에서 사도광산 관련 논의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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