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인사이트] '진격의 푸틴'..피의 행진은 어디까지 계속될 것인가

김수형 기자 2022. 2. 24.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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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국정원장까지 질책하는 푸틴…"너 똑바로 말 안 해?"


그동안 자주 볼 기회가 없었던 크렘린 내부의 권력관계가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를 배경으로 집중 조명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푸틴이 러시아 국가안보위원회를 개최해서 러시아의 해외 정보국장(우리 국정원장) 세르게이 나르쉬킨을 질책하는 장면은 더욱 특이했습니다. 이 회의에서는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 러시아 반군 지역이 장악하고 있는 도네츠크, 루간스크 공화국의 독립 승인 안을 상정하고 논의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푸틴이 나르쉬킨을 혼내는 장면은 북한의 김정은이 저러지 않을까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영어권 매체들도 이 장면이 너무 독특하다고 생각했는지, 주요 내용을 짧은 클립으로 만들어서 유튜브에 꽤나 올려놨습니다.
이 반군 장악 지역의 독립을 인정한다는 것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동시에 존재합니다. 하지만 푸틴은 여러 측면을 보고하는 아랫사람의 보고를 단칼에 잘라버렸습니다. "뭐, 최악의 시나리오?" "그래서 우리 보고 협상하라고?" "지지를 할 거라는 거야, 지지한다는 거야?" "세르게이, 너 똑바로 말 안 해?" 이런 푸틴의 신경질적인 반응이 그대로 노출됐는데, 이 회의가 얼마나 고압적이었는지 알 수 있게 합니다. 지금도 강경파들이 득세하고 있는 러시아지만, 앞으로도 푸틴 앞에서 누구도 직언을 하기는 어려울 듯합니다. 지도자들의 어처구니없는 선택은 정보 편향을 바로 잡아줄 주변 사람이 없는데서 출발한다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정보 편식과 자의식 폭발로 푸틴은 21세기 차르를 꿈꾸는 단계로 접어드는 것으로 보입니다.
 

강경파들이 득세하는 러시아…러시아의 외교적 이해관계는 무엇인가


요즘 러시아 내부 강경파들의 독한 말들이 러시아 매체에 자주 보도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가 미국의 꼭두각시이고, 우크라이나는 네오 나치들이 득세하는 악당 소굴쯤으로 표현합니다. 핍박받는 러시아계를 보호하고, 해방시키기 위한 일을 푸틴이 하는 중이라며 열심히 방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관점은 독한 말을 빼면 푸틴이 무엇을 원하고, 어디까지 일을 키우려는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물론 러시아 같은 권위주의 국가에서는 푸틴과 소수의 이너서클 말고는 제대로 된 정보를 알 수가 없습니다. 심지어 외무장관인 라브로프까지 권력의 이너서클에서 배제된 게 아니냐고 일부 미국 전문가들은 의심하고 있습니다.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 대사는 미국 CBS에 출연해서 "우리는 다른 나라 영토를 빼앗으려 하지 않는다. 도네츠크, 루간스크는 우크라이나 영토라는 걸 확인한다"고 발언했지만, 얼마 가지 않아 푸틴이 군대 투입을 승인하면서 망신을 당했습니다. 외교 라인들이 의사 결정 과정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입니다.(이것도 기만전술이었다면, 외교 라인들이 기만 전술에 활용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외교는 상대가 있는 게임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엄연히 존재합니다. 강경파들의 잡음 가득한 언어 수사를 빼고, 러시아의 외교적인 이해관계를 듣기 위해 안드레이 페도로프 전 러시아 외무차관을 인터뷰했습니다. 그는 서방 언론에 푸틴의 생각을 잘 이해하는 외교 안보 전문가로 종종 등장하는 인물입니다.

한 가지 특이했던 건 그와 2월 초부터 연락을 했었는데, 올림픽 때문에 바쁘면 폐막식 끝난 다음 주 중반에 인터뷰를 해도 된다고 말했었습니다. 2월 23일 붉은 군대의 날(조국 수호의 날)까지는 아주 큰일은 없을 거라면서, 그날쯤 푸틴의 '심각한 메시지'가 나올 것이니 그 근처로 인터뷰 하자고 언급했었습니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그가 생각했던 시점이 러시아 관련한 기사가 가장 많이 쏟아지는 시점이 됐습니다. 페도로프와 했던 인터뷰를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습니다.

푸틴이 러시아군 출동 명령을 내린 이유는?…"돈바스 지역서 우크라이나 군, 공격 작전 준비"


Q) 푸틴이 러시아 국방부에 반군들이 장악한 지역으로 군대를 진입시키라고 명령했다. 이렇게 지시한 이유가 무엇인가?
= 먼저 얘기해주고 싶은 건, 푸틴 대통령이 파병을 지시한 게 아니라 파병 준비 지시를 한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는 러시아 군대는 그 지역에 없다. (조금 전 푸틴이 공격 명령을 내렸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습니다.) 하지만 긴장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국경선에서 중화기 사용이 많아질 것이다. 지금 국경선이 420킬로미터인데, 돈바스 지역에 무장 세력은 2만 명밖에 없다. 군에 있는 친구들에게 들어보니 국경선을 지키기 위해서 5만~6만 명이 필요하다고 하더라. 솔직히 말해서 군대를 나중에 진입시키려고 하는 실질적인 이유는 서구에서는 군사적인 도발로 규정할 것이기 때문이다. 서구는 돈바스 일대를 우크라이나의 일부로 보기 때문에 러시아 군대가 공식적으로 이곳에 나타나면 2차로 아주 심한 제재를 내릴 근거가 될 수 있다. 그래서 러시아 군대가 아직은 그곳에 없는 것이다.


Q) 러시아는 이들을 평화 유지군으로 이름 붙였지만, 서방은 이걸 뻔뻔한 침략이라고 한다. 어떻게 생각하나?
= 먼저 그들을 평화유지군(peacekeepers)이라고 이름 붙이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그들은 평화를 확보하는(secure peace) 군대라고 했다. 러시아 군대가 이곳에 나타나면 이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군대가 99% 중화기 공격을 하지 못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평화를 확보하는 것이고, 솔직하게 말해서 우크라이나 군대로부터 보호막이 되는 것이다.

Q) 우크라이나 정부가 실제로 공격을 했다고 보나? 하지만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현장에 있는 외신들도 우크라이나 정부가 공격을 하지 않았다고 증언하고 있다. 어떤 증거를 가지고 있나?
= 어떻게 이해해야할지 간단하게 설명해주겠다. 우크라이나 인은 지난해 12월부터 돈바스 국경에 15만 명을 집결시켰다. 이건 우크라이나 군대의 80%였다. 그리고 우크라이나가 기동 가능한 군대의 거의 100%였다. 그리고 12월 말, 1월 초부터 새로운 포 시스템과 미사일 시스템을 이곳에 들여왔다. 이건 공격 작전을 준비하는 것이다. 돈바스 지역 반군들의 자위 병력은 능력이 없다. 우크라이나 군대에 대항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그렇게 오래 싸웠다. 반군들은 탱크도 없고 차량도 없고 헬리콥터도 없다.

국민 투표로 분쟁 지역 합쳐지면…"러시아는 도네츠크, 루간스크 전 행정 구역 찾아와야"


Q) 분리 공화국은 세배나 더 큰 영토를 주장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푸틴이 러시아 군대를 동원해서 도네츠크, 루간스크 전체를 다 장악할 거라고 보는데, 군대의 활동 범위는 어떻게 되나? 그들이 계속 전진하는 것인가?
= 이 질문이 오늘 모스크바에서 가장 어렵게 생각하는 질문이다. 법적인 관점에서 그들의 헌법에 보면 국가로서 활동 범위는 도네츠크 루간스크 행정구역(Oblast) 전체가 들어가 있다. 이런 공화국을 러시아가 인정한 것이다. 굉장히 정확하게 언급했는데, 분쟁 공화국은 도네츠크, 루간스크 행정 구역의 1/3밖에 안 된다. 2/3는 도네츠크 루간스크가 그들의 영역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는 우크라이나 주권이 미치고 있고 우크라이나 군대가 상주하고 있다. 그래서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협상의 여지를 두는 말을 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크라이나는 도네츠크랑 루간스크 나머지 땅을 러시아에 반납해야 평화롭게 마무리 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건 절대로 불가능하다.

= 또 한 가지 중요한 문제가 있다. 지금 러시아 상원에서 국경 밖에서 무력 사용을 승인했다. 이건 물론 도네츠크와 루간스크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이론적으로는 현재 공화국의 국경을 확장하거나 자연적인 국경을 찾아오는데 군대를 사용할 수 있다. 내가 1월에 키예프에 갔었다. 거기서 우크라이나 군 관계자들과 얘기를 하면서 확실히 알게 됐다. 이 영역을 찾기 위해 러시아가 군대를 사용할 경우에는 사망자가 많이 나오는 아주 심각한 전쟁이 발생할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정확히 말했다. 요즘 우크라이나 군대는 크림반도, 돈바스 내전이 일어났던 2014년 상황과 완전히 다르다. 지금 우크라이나 군대는 강하다. 장비도 잘 갖추고 있다. 많은 무기를 받았다. 우크라이나 군은 지난달에만 1300톤의 무기를 받았다. 그래서 러시아 군대와 심각한 충돌은 피해야만 하는 것이다.

=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내 개인적인 소식통이 전해주기를 두 공화국에서 러시아와 합병하는 국민투표를 할 것이라고 한다. 이런 경우에는 러시아는 무엇을 해야 하나? 국민투표를 한다면 90% 넘는 사람들이 러시아에 들어가자고 할 것이 명백하다. 이 얘기는 러시아는 도네츠크와 루간스크 전 행정 구역을 찾아와야한다는 것이다.

= 또 다른 문제는 젤렌스키가 우크라이나 러시아 외교 관계 단절을 말했다는 것이다. 아무런 외교 관계가 없다면, 관계의 역행이 있을 것이다. 어떤 분쟁이 생겨도 어떤 문제도 풀기가 어려울 것이다. 상황은 매우 어렵고 가변적이다. 돈바스 경계선에서 총탄 한번 발사되면 굉장히 큰 전쟁의 시작이 될 수 있다.
 

러시아와 다른 우크라이나 정체성 형성된 이유는?…"우크라 전체 장악은 불가능"


Q)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러시아가 만든 땅이라고 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주권과 정체성을 가진 다른 국가라고 하고 있다. 이 차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 푸틴은 소비에트의 후반부 역사를 말한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모든 주변국들이 소비에트 연방에서 나온 거 아니냐. 이렇게 치면 카자흐스탄도 이론적으로 같은 경우이다. 하지만 차이는 단순하다. 우크라이나는 독립국가라는 강한 국민감정을 가지고 있다. 언어, 문화, 기독교 배경 등 많은 역사적인 공통점이 있지만, 우크라이나가 독립하고 30년이 지나 완전히 새로운 세대가 나타났다. 그들은 소비에트 연방과 아무런 관련도 없다. 그들은 러시아를 엄마, 형제, 혹은 가족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은 발전을 원하고 우크라이나로서의 정체성을 원한다. 모스크바는 이런 상황을 고려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이 이야기가 시작됐던 1990년 초반과는 완전히 다르다.

Q) 푸틴 연설 중에 우크라이나 정부가 피를 흘리는 게 계속될 수 있다는 말이 있었다. 이건 확전을 의미하는 건가?
= 그건 앞으로 무슨 일이 있을 거냐는 질문으로 봐야한다. 오늘도 나는 키예프랑이 문제를 두고 얘기를 많이 했다. 근데 우크라이나 사회 내부에서 충돌이 있다. 일부는 잊어버리자. 도네츠크, 루간스크를 가져오지 말자. 이미 8년이나 없이 살았다. 러시아가 가져가게 해서 돈이나 쓰게 하자, 이런 생각이 있다. 하지만 다른 한쪽은 강한 민족주의적 관점을 가지고 있다. 안 된다, 우리는 절대로 이걸 잊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들은 싸워야하고, 정권에 압박을 가하고 필요하다면 심지어는 정권을 교체해야한다고 말한다. 불행하게도 우크라이나 권력의 어떤 변화도 평화적이지는 못할 것이다. 두 번째는 우크라이나에서 상당 지역에서 많은 사람이 러시아어를 쓰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도네츠크, 루간스크를 생각해봐라. 이들에 대해 키예프의 반응은 매우 거칠 것이다.

Q) 푸틴이 우크라 전체를 장악하는 걸 목표로 하는 건 아닌가? 정권 교체를 의미하는 거 아닌가?
= 아니다. 그건 불가능하다. 물론 지금 일부 러시아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정권을 교체하자고 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를 오랫동안 지켜본 입장에서는 그런 목표는 대단히 비현실적이다. 우크라이나 내부의 친 러시아 세력이 투표를 한다면 10% 정도밖에 못 얻을 것이다. 그들은 대중 매체에서 철저히 소외돼 있어서 주목받지를 못하고 있고, 리더십도 부실하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권력을 얻을 수 있나?

= 그리고 최근 두 달 사이 우크라이나 상황이 크게 바뀌고 있다. 일 년 전만 해도 나토 가입 여론이 40%대였다. 하지만 지난 주 결과로는 60% 넘는 사람들이 나토에 가입하는 걸 찬성하는 걸로 나온다. 우크라이나인들은 러시아 군이 자국 영토에 들어오는 걸 환영하지 않는다. 이건 대단히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우크라이나 전체를 장악하는 건 실제로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정권 교체는 10년, 20년 전만 해도 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우크라이나 정치 상황은 누구도 다수를 점하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이 내리는 결정도 어느 정도는 타협의 산물이다. 그래서 우크라이나가 민스크 협정 이행을 못하는 것도, 의회에서 누구도 다수가 아니기 때문에 벌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이 실패할지 알기 때문에 시도조차 하지 않는 것이다.

Q) 우크라이나 정부의 저항 의식이 높다. 할머니까지 소총 다루는 훈련을 하더라. 이들이 이렇게 저항하리라고 예상했나?
= 그건 우크라이나 지역 방어 전략이 그렇게 짜져 있어서 그렇다. 지역 방어를 담당하는 150개 여단이 우크라이나 각지에 조직돼 있는데, 시민들을 군사 훈련을 받아야만 한다. 심지어 여성들도 훈련 받는 장면을 볼 수 있다. 그들은 러시아 군과 직접 싸우는 건 아니다. 큰 구상은 지역 방어를 그렇게 하겠다는 것이고, 지역이 점령됐을 때 상대방에 저항하는 방법을 훈련시키는 것이다. 키예프에 있는 사람들은 이런 준비가 필요하다는 강한 확신이 있더라. 이런 일에 나서는 사람들이 젊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젊은 세대는 준비가 돼 있었다.

핵무기 훈련 참관한 푸틴의 속내…푸틴의 협상 전략은?


Q) 푸틴 대통령은 핵미사일 발사 훈련을 참관했다. 하지만 이것은 서방에 핵전쟁의 공포를 안겨주기도 했다.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경고를 담고 있는 것인가?
= 아니다. 그건 심리적인 압박을 강하는 것이다. 특히 미국과 나토에 보내는 강한 메시지이다. 우리가 협상을 할 수도 있지만, 군사적인 다른 길을 갈 수도 있다는 걸 보여주려는 푸틴의 스타일이다. 그래야 앉아봐라. 우리 대화하자 이렇게 나오지 않겠냐.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핵전쟁을 할 가능성은 없다. 푸틴은 매우 영리한 사람이다. 그는 핵전쟁이 러시아에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다. 이건 마치 내 친구 북한이 미사일을 사용하는 것과 비슷하다. 효과적인 정치적인 무기이다. 북한이 미사일을 쏠 때마다 한국과 일본이 반응한다. 하지만 난 이런 북한의 행동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 또 한 가지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비핵화 상태를 번복할 수 있다는 성명을 주목해야한다. 이건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는 아주 심각하게 논의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우라늄을 가지고 있다. 소련 시대부터 내려오는 핵 기술도 가지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손쉽게 기술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만약 우크라이나가 핵미사일을 만든다고 한다면, 1,2년이면 만들 수 있다. 이건 정말로 위험한 일이다. 그래서 지금 행동을 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Q) 푸틴의 최종 목표(ultimate goal)는 무엇인가?
= 최종 목표는 매우 단순하다. 우크라이나를 중립지대로 만드는 것이다. 먼저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이고 두 번째로는 우크라이나 영토에 미군과 미군 미사일 배치 가능성을 차단하는 것이다. 그는 우크라이나라는 공간을 안전하게 유지하기를 원한다. 그게 푸틴의 목표이다.

Q) 러시아는 안전보장에 대한 협상을 계속하겠다고 했는데, 푸틴의 최소 요구 사항은 무엇인가? 무엇이 받아들여져야 하는 건가?
= 첫 번째는 러시아는 서면으로 우크라이나 조지아 그리고 아마도 몰도바까지 절대로 나토 가입 안한다는 보증을 원할 것이다. 둘째는 새로운 공격 무기가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최우선적으로 단거리, 중거리 미사일이 동유럽 지역에서 사라져야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러시아는 모든 나토 인프라스트럭처가 러시아 나토 조약이 발효됐던 1997년 상황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솔직하게 말해서 이 내용을 잘 아는 서방의 내 친구 외교관들과 말해보면 이건 절대로 용납가능하지 않다고 한다. 그럼 문제는 어떻게 협상하느냐가 남는다. 푸틴의 입장은 매우 단호하다. 그는 패키지 딜만 가능하다. 군축 협상이나 안전 보장 조치 등을 논의하려면 이 세 가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각각 나눠서는 협상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많은 내용은 라브로프랑 블링컨 협상에서 윤곽이 나올 것이다.(인터뷰 직후 외무 장관 회담 결렬 발표) 나는 투 트랙 협상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3가지 요구에 대한 첫 번째 요구사항이 교착 상태에 달하면 다른 해법을 찾는 논의를 또 시작하는 방식 말이다. 하지만 푸틴의 입장이 굉장히 단호해서 어려운 일이다.
 

핵 강국 러시아가 공포 갖는 이유는?…대화와 협상 사라진 유럽


Q) 러시아는 군사적인 강국이다. 핵무기도 가장 많다. 근데도 러시아가 생각하는 안보 불안은 무엇인가?
= 굉장히 예민한 질문이다. 요즘 핵탄수의 숫자는 20년 전에는 중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근데 요즘은 인터넷을 끊어버리는 게 미사일로 공격하는 것보다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또 코로나 바이러스는 얼마나 세냐. 문제는 핵미사일을 가지고 있으면 심리적으로 보호받는다는 생각은 든다. 하지만 핵무기는 어느 순간까지는 절대로 동결되지 않는다. 무기를 현대화시키면서 핵미사일은 항상 증가, 증가, 증가하게 돼 있다. 극초음속 핵미사일 등 계속 새로운 게 나오지 않냐. 가장 위험한 것은 마사일 기술의 발전 때문에 군축 협상과 협정은 더 통제 불가능해지게 된다. 이 협상은 기술 발전보다 항상 훨씬 느리다. 핵탄수의 숫자는 중요한 게 아니다. 퀄러티가 중요하다.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핵무기가 필요해진다. 러시아는 어느 순간에는 전통적인 핵미사일은 더 이상 필요 없게 될 것이다.
Q) 하지만 나토는 오히려 동유럽에 군사력을 증강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만약에 푸틴의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 건가?
= 아마도 콜드 워(Cold War)까지는 아니지만 쿨 워(Cool War)가 일어날 거다. 이 두 전쟁의 차이는 사실 아주 근소하다. 나토가 동유럽으로 확장하는 것은 나토 내부적으로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건 브뤼셀에서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고 각 국가들이 스스로 그렇게 결정하기 때문이다. 물론 러시아에는 이런 것이 도전이다. 이 문제를 논의하는 어떤 협상 과정도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예전에는 다양한 논의가 있었다. 유럽에서 군사 훈련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협정과 협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 것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나토와 러시아의 관계가 얼어붙어 버리면 우리가 어떻게 합의를 하겠냐. 불행하게도 지금은 협상보다는 대립 가능성이 더 크다.

"러시아 군대가 움직임 숨기지 않아"…서구의 제재 앞둔 푸틴의 전략은?


Q) 미국 쪽 얘기를 해보자. 바이든의 최종 목표는 뭐라고 생각하나?
= 바이든 대통령도 마찬가지로 국제무대에서 러시아의 활동을 중립화하는 것이다. 내가 이 얘기를 해주고 싶다. 지난 1980년대에 나는 서베를린에 있었는데, 그때 관광청이 붉은 광장 사진을 막 붙여놓은 환상적인 여행 포스터를 만든 걸 봤다. 근데 문구가 더 환상적이었다. "소련이 당신을 방문하기 전에 소련을 방문하십시오" 이런 내용이었다. 바이든도 이런 생각 아닐까 싶다. 러시아가 선수를 치기 전에 미국이 먼저 행동하겠다는 그런 생각이라고 본다.

Q) 미국 정부는 러시아의 움직임을 낱낱이 공개했다.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사실 미국이 러시아 군대에 대해서 확실히 많이 안다. 근데 러시아 군대가 움직임을 많이 숨기지도 않았다. 왜냐하면 거기가 러시아 영토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근처이기는 했지만 러시아 영토 아니냐. 물론 이건 심리적인 압박의 의미도 있다. 나도 어제 벨라루스에서 군사 훈련을 참관했다.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날씨가 확실히 따뜻해서 먼지도 많이 날리고, 비도 내리는데 훈련을 하고 있었다.

Q)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 미국은 대대적인 제재를 예고한 바 있다. 이런 제재에 대해서 러시아가 두려움을 가지고 있나?
= 워싱턴이 제재 패키지를 준비하고 있는 걸 잘 알고 있다. 이미 일부는 발표를 했다. 문제는 침략 행위를 무엇으로 규정하느냐다. 러시아는 돈바스 지역 반군 지역에 들어가는 건 침략이 아니라고 본다. 그것 단결과 자위권을 위한 행동이다. 하지만 서구에서 보기에는 러시아 군대와 탱크가 보인다면 그건 침략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푸틴은 아마도 기다리면서 상황을 볼 것이다. 러시아 정규군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게 된다면 워싱턴과 브뤼셀은 2차 제재 패키지를 몇 시간 내에 발표할 것이다.

Q) 독일은 노르트 스트림2 중단을 발표했다. 당신 반응은 무엇인가?
= 독일은 검사 과정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가스관은 기술적인 검증을 해야 할 것이 많이 있다. 물론 이게 러시아에 좋은 일은 아니다. 이 사업을 하면서 러시아와 러시아 파트너들이 90억 유로 넘게 썼다. 이 가스관이 추가로 돈이 될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다. 요즘 가스 가격이 올라서 가즈프롬(러시아 가스회사)이 견디는 게 조금 나은 거 같다. 하지만 이 가스관이 1,2년 사용 못하면 이 가스관은 못쓰게 된다. 2주 전에 숄츠 총리가 왔었는데, 그에 대한 심각한 실망감이 있다.
 

"한국이 제재 참여하면 정치적 피해"…"북한은 외부 요인 상관없이 미사일 개발"


Q) 미국은 한국 같은 동맹국을 제재를 위해 규합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 미국이 가장 먼저 선택하는 동맹은 일본이다. 이미 일본에서 발표가 나왔다. 한국은 의문이다. 러시아와 한국의 가까운 경제적인 관계를 보면 여전히 한국과 추진하는 사업들이 많이 있다. 한국이 제재에 동참한다면 정치적으로는 큰 피해가 있게 될 것이다. 한반도에서 여러 해 동안 있었던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도움이 안 될 것이다.
Q) 북한은 여러 차례 미사일을 쏘면서 미국의 제재에 대한 불만을 얘기했다. 이번 사태가 북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 심각한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북한은 외부 요인에 별 상관없이 자기들 미사일 개발을 계속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사일 문제는 한국과 일본에는 큰 문제이지만, 세계적인 이슈는 아니다. 하지만 핵 개발 과정은 훨씬 심각하다. 이건 훨씬 많은 나라에 위협이 된다.
 

"푸틴은 천재"라고 치켜세운 트럼프…미국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까


외교 안보 전문가 가운데 '지금 만약 트럼프가 있었다면' 이라는 가정을 하는 사람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올림픽 기간 전 세계의 무관심 속에 러시아 군은 진작 탱크를 밀고 들어가 원하는 곳을 장악했을 거라고 쉽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숨졌을 수도 있습니다. 동맹을 돈으로 환산하는 트럼프는 유럽의 위기 상황에서 지금처럼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장면을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미국은 다른 나라의 분쟁이 도화선이 돼 세계 질서가 재편되는 걸 묵인하고, 이 과정에서 경제적인 이익만 챙길 수 있다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니나 다를까 트럼프는 '푸틴은 천재'라고 치켜세우며 바이든이 아무 것도 못한다고 비난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40% 초반에서 소폭 반등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그 상승세가 미미한 상황입니다. 미국인들이 가장 큰 불만을 가지고 있는 인플레 문제에서 돌파구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 문제를 걱정하는 미국이지만, 그건 대체로 엘리트층에 해당되는 얘기고, 일반 대중들은 국제 사회의 동향에 큰 관심이 없습니다.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해서 미국의 주도적인 역할에 찬성하는 여론이 불과 26%에 달한다는 AP 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런 무관심을 딛고 외교 문제가 국내 정치에 도움이 되게 하려면 우크라이나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면서도, 푸틴에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도, 미국의 리더십을 세워야 하는 고차원 방정식으로 풀어야 합니다. 이번 사건은 미국과 러시아의 패권 다툼의 성격도 있지만, 2차 대전 이후 국제 사회의 룰이 존속되느냐 마느냐를 판단하는 사건이 될 수도 있습니다. 힘 있는 국가가 다른 나라의 영토를 빼앗고, 전쟁을 일으키는 행위에 대해서 국제 사회가 단결된 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면, 국제 외교 관계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분위기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국제 사회의 기준과 원칙을 지키려고 하는 바이든 정부가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러시아를 상대로 어떤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김수형 기자sean@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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