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이준석에 다시 등장한 '윤핵관'
여전한 '윤핵관' 존재감에 "尹 후보 리더십의 문제" 비판도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그 사람은 부산을 벗어나면 안 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그래도 법사위는 참석해야 하지 않겠나."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지난해 12월23일 이 대표와 장 의원은 중앙일보 등 유수 언론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은 설전을 주고받았다. 이 대표가 장 의원을 비롯한 '윤핵관'(윤석열 후보 핵심 관계자) 의원들을 향해 "비선이 직도 없는데 말이 너무 많다"며 경고한 게 발단이 됐다. 결국 '윤핵관'으로 지목된 장 의원과 권성동 의원 등이 '백의종군'을 선언하면서 '당 대표-윤핵관' 갈등은 임시 봉합됐다.
이후 잠잠하던 국민의힘 내 최근 미세한 파열음이 일고 있다. 야권 단일화 협상이 결렬된 가운데 당 일각에서 이 대표를 향한 '책임론'이 제기되면서다. 이런 가운데 당내 '단일화 찬성파' 의원들이 장 의원을 필두로 국민의당 측과 물밑 접촉을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야권 단일화 협상이 성사 또는 결렬되는 모든 경우에도 이 대표와 '윤핵관' 갈등이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치권에 따르면, 23일 오후 이태규 국민의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표와 나눈 단일화 합당 관련 내용을 공개했다. 이 위원장은 "제가 이해하기로는 단일화 부분에서 윤 후보와 이 대표 소통은 전혀 없는 걸로 파악했다"며 "그 과정에서 헤게모니를 당 대표 본인이 갖고 싶어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대표 제안에 대해 우리 의견을 답하지 않았다. 그럴 필요성이 없다고 생각했다"며 이 대표에 대한 노골적인 불신을 드러냈다.
이 위원장이 야권 단일화 협상 결렬의 '주범'으로 이 대표를 지목한 가운데 야권에서는 이 위원장이 별도로 장 의원과 두 차례에 걸쳐 '물밑 협상'을 벌였다는 이야기가 흘렀다. 이 위원장도 부인하지 않았다. 이 위원장은 "장제원 의원하고 '(후보) 두 분이 빨리 만났으면 좋겠다'는 데 대해 의견을 같이한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현재 장 의원은 국민의힘 선대본부 내 직책이 없다. 앞서 이 대표가 "부산에만 있으라"는 경고 사인을 낸 이후 실제 대외활동을 삼가왔다. 그랬던 장 의원이 야권 단일화 협상에서 '후보 대리'처럼 나선 것으로 알려지며 그가 '윤핵관'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 대표 역시 장 의원이 나선 것에 대해 불쾌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선거본부 한 관계자는 "이 대표가 가장 싫어하는 게 '거간'(흥정을 붙이는 일을 업으로 하는 사람)이다. 거간꾼이 활개칠수록 후보의 눈과 귀를 흐릴 수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라며 "이번(장 의원이 나선 것)도 마찬가지다. 당 대표와 공식적으로 협의하지 않고 일개 의원이 독단적으로 '판'을 움직이려 했다면 그게 바로 '윤핵관'의 증거"라고 전했다.
이에 실제 '윤핵관'이 대선 국면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윤핵관'이 백의종군을 선언했던 지난해 12월에는 김종인 전 총괄선대위원장이 이 대표 의견에 힘을 실었다. 여기에 윤 후보 지지율이 부침을 겪던 시기다. 그러나 당시와 비교해 현재 윤 후보 지지율은 반등했고 김 전 위원장은 당을 나갔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장외 설전을 주고받던 이 대표는 당내 의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실제 장 의원은 국민의당과의 '비선 협상'에 나선 것으로 확인되며 윤 후보 핵심 측근임이 드러났다. 권 의원의 경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둘러싼 '대장동 의혹'을 공격하는 '저격수' 역할을 자처하며 윤 후보를 간접 지원하고 있다. 다만 평론가 일각에선 '윤핵관'과 이 대표 간의 알력다툼이 벌어지는 것만으로도 윤 후보에게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대통령 선거는 무조건 후보를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단일화 협상의 주체나 방법, 메시지 모두 후보가 총괄해서 정했어야 하는데 이걸 못하니 '윤핵관' 논란이 다시 벌어지는 것"이라며 "이 대표가 아직도 '윤핵관'과 반목한다는 것은 국민의힘 내 협상 과정,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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