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양반들은 法治를 부정한다

양지호 기자 입력 2022. 2. 26.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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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양반사회

김은희 지음|생각의힘|264쪽|1만7000원

조국과 윤미향 지지자들은 왜 끝까지 팩트를 인정하지 못할까. “그들이 양보할 수 없고 타협할 수 없는 최후의 보루는 자신들의 도덕적 우월성이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썼다. 도덕적 우월성에서 통치의 정당성을 찾기 때문이다. 미국 시카고대에서 인류학 박사를 받은 저자는 “운동가(586 운동권)들이 말하는 정의로운 사회는 도덕적으로 우월한 사람들에 의한 통치, 즉 덕치를 지향하는 양반 사회이지 법치에 기반한 근대적 자유민주주의 사회가 아니다”라고 한다. 이들의 정의(유교적 덕치)와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의 정의(법치)는 동음이의어라고 주장한다.

신(新)양반사회에서 양반과 군자는 민주화 투사와 독립운동가 등 사회운동가다. 자기 일을 열심히 한, 고로 유교적 관점에서 사리사욕을 추구한 사람은 소인배다. 별명은 ‘기득권 적폐세력’. 신분은 세습된다. “친일청산을 강조하는 정권에서 독립운동가의 후손에 대한 예우를 강화한 것은 도덕적으로 훌륭한 군자의 후손을 대대손손 예우해줘야 한다는 양반의식의 발로”라고 썼다. 정부 주도의 ‘역사 바로 세우기’와 ‘과거사 청산’은 조정에서 역사 기록권을 독점했던 조선 시대와 닮았다. 좌우가 아니라 전근대와 근대가 대립하고 있다는 통찰은 신선하고 설명력도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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