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푸틴은 왜 이러는 걸까? 5분만에 읽는 우크라 사태 [뉴스 쉽게보기]

박재영, 임형준 2022. 2. 26.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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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쉽게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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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의 라파예트 광장에서 열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규탄 시위에서 한 시위자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규탄하는 내용의 종이 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결국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습니다. 이미 수백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까지 진군해 점령을 앞두고 있는데요. 그동안 시끄럽던 미국이랑 유럽연합(EU)은 막상 전쟁이 벌어지니 군사 개입은 하지 않겠다며 조용히 있습니다. 대체 왜 이런 전쟁이 벌어졌고, 그 배경엔 어떤 이유들이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뿌리를 공유하는 두 나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국경을 맞대고 역사를 공유하는 나라입니다. 두 나라의 뿌리는 고대 국가 '키예프루스'인데요. 키예프는 지금 우크라이나 수도이고, 러시아는 '루스의 땅'이라는 뜻입니다. 이름만 들어도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인 거 같죠?

하지만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은 복잡합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다시 찾아야 하는 땅으로, 우크라이나는 러시아를 틈만 나면 괴롭히는 나라 정도로 생각하죠.

소련(소비에트연방)이라고 들어보셨나요? 공산주의의 본거지이자 한때 미국과 전 세계 패권을 두고 경쟁했던 그 나라입니다. 이 소련이 해체되면서 러시아가 된 거죠. 우크라이나도 소련의 일부였습니다. 그래서인지 러시아 사람들은 우크라이나를 되찾아야 할 국토로 보고 있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우크라이나는 단순히 이웃 국가가 아니라 러시아와 분리될 수 없는 일부"라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보는 시선이 곱지는 않습니다. 1930년대 우크라이나에선 식량 부족으로 수백만 명이 굶어 죽기도 했는데요. 그 와중에 소련은 강제 수탈까지 했습니다. 토지가 비옥해 '유럽의 빵 공장'으로 불리는 우크라이나에 이런 일이 발생할 정도였으니 감정이 좋을 리가 없죠.

특히 2014년 이후 우크라이나에 미국 등과 우호적 관계를 확대하려는 친서방 정권이 들어서면서 갈등은 커졌습니다. 그 와중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라는 지역을 강제로 합병하기도 했죠. 서로를 겨냥한 군사훈련도 이어졌습니다.

복잡한 두 나라의 관계만큼 이번 갈등의 원인도 여러 가지입니다. 간단히 말하자면 서방과의 우호 관계를 확대하려는 우크라이나에 러시아가 경고하고 나선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 그 이유를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크게 4가지 정도가 있는데요.

1. 서방세계 편입 원한 우크라이나

러시아의 경제적, 군사적 위협에 지친 우크라이나는 미국이나 EU 같은 서방과 가깝게 지내고 싶어 했습니다. 그래서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원하고 있죠. NATO는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9년에 미국이 주도해 만든 군사동맹입니다. 다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유럽 주요 국가를 하나의 동맹으로 묶은 거죠. 그래서 회원국들은 한 회원이 공격을 받으면 도와주기로 되어있죠. 소련이 붕괴하면서 독립한 우크라이나도 여기에 가입하고 싶어 한 겁니다. NATO에 들어가면 더 이상 러시아가 군사적 위협을 가하지 못할 거라 본 거죠.

하지만 소련 시절 미국과 패권 다툼을 했던 러시아 입장에선 마음에 들 리가 없죠. 불편한 관계인 미국의 영향력이 턱밑까지 확대되는 거니까요. 게다가 우크라이나와 함께 소련에서 독립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같은 주변국들도 이미 앞서 NATO에 가입하면서 신경이 쓰이던 참이었습니다.

참다 못한 러시아는 미국으로부터 NATO를 동유럽 쪽으로 더 이상 확대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젠 우크라이나까지 가입하겠다고 나서니 더 참을 수 없는 거죠. 푸틴 대통령은 "미국의 미사일이 우크라이나에 배치되는 건 러시아 목에 칼을 겨누는 것과 같다"라고도 했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갈등이 심화한 것도 작년 9월에 우크라이나가 NATO와 연합군사훈련을 하면서부터였죠.

전쟁이 시작됐음에도 서방 진영이 우크라이나를 적극 지원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결국 우크라이나가 NATO에 가입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미국과 NATO 등은 우크라이나에 전투 병력을 파견하지 않겠다고 공식 발표했는데요. 서방은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군용 장비 등을 지원했지만 병력은 인접한 폴란드와 루마니아까지만 배치했습니다.

2. 뜨거운 감자, 돈바스 지역

우크라이나 동부에는 '돈바스'라는 러시아와 인접한 지역이 있습니다. 소련 시절 우크라이나 원주민들을 내쫓고 러시아인들을 살게 한 곳이죠. 그래서인지 친러시아 성향인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이 친러 세력은 독립을 원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군을 상대로 무장 독립투쟁까지 하고 있죠. 지금까지 교전으로 사망한 사람만 1만4000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2014년에는 평화를 위해 '민스크협정'까지 맺었지만 얼마 안 가 유명무실해졌죠. 양국의 갈등이 심해졌던 지난 23일에는 푸틴 대통령이 직접 민스크협정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까지 말했습니다.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구실을 마련하기 위해 이 갈등을 이용할 거라고 계속 경고해왔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군이 친러 반군을 공격한 것처럼 거짓 공작을 벌이고 이걸 빌미로 전쟁을 시작할 거란 것이죠.

결국 전쟁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 17일 돈바스 지역에서 정부군과 친러 반군의 교전이 발생했다는 뉴스가 보도됐습니다. 출처는 러시아 관영매체들이었죠. 이후 푸틴 대통령은 이 지역의 독립을 선포하고 평화 유지를 이유로 러시아군을 투입했습니다.

3. 결국은 돈 때문

모든 전쟁은 사실 돈 때문이라는 말도 있죠. 이번 사태는 러시아가 천연가스 수출에 딴죽을 거는 서방과 우크라이나에 경고를 한 거라고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러시아는 천연가스 수출로 많은 돈을 벌고 있습니다. 유럽에서 사용하는 천연가스의 약 40%가 러시아산일 정도죠. 러시아는 원활한 수출을 위해 우크라이나를 관통해 유럽으로 이어지는 가스관을 깔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양국의 관계가 흔들리면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우회하는 가스관을 설치했습니다. 바다를 통해 독일로 직접 들어가도록 한 거죠. 이걸 '노르트스트림1'이라고 부릅니다. 근데 '노르트스트림2'까지 하나 더 설치하려고 하니까 미국과 NATO, 우크라이나까지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유럽의 천연가스 러시아 의존도가 너무 커진다는 거죠. 특히 우크라이나는 노르트스트림2 때문에 자국에 설치된 가스관 사용량이 줄어들까봐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 손해만 매년 수십억 달러에 달할 거라고 합니다.

반대에 부딪힌 노르트스트림2는 작년 11월에 완공됐지만 개통이 안 되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최근 미국이 독일과 동유럽을 상대로 천연가스 수출을 늘리고 있으니 러시아는 더 열을 받는 거죠.

그런데 러시아의 경고가 결국 역효과를 불러온 것일까요. 러시아의 최근 군사행동을 규탄해야 한다는 미국 등의 요구에 독일은 결국 노르트스트림2 사업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4. 재집권과 소련 재건 원하는 푸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22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자국을 방문한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과 상호협력조약 서명 후 취재진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푸틴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라 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2000년 집권을 시작한 푸틴 대통령은 20년 넘게 권력을 휘두르고 있죠. 아직까지 2024년 대선 출마 여부를 밝힌 적은 없지만 2036년까지 6년 임기의 대통령직을 두 차례 더 지내고자 한다면 지금의 정치적 인기를 유지해야 합니다.

푸틴은 여전히 60%가 넘는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구소련 시절의 강력한 러시아 국력을 그리워하는 국민들이 푸틴을 지지한다는 분석도 있죠. 실제 푸틴은 2014년에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 합병하면서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죠.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력 행사가 푸틴의 지지율을 더욱 올려줄 거라 기대한다는 겁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번 전쟁을 두고 푸틴이 소비에트연방의 재건을 노리고 계획적인 전쟁을 일으킨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한발 뺀 미국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응해 미국과 EU 등 국제사회는 경제적 제재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섣불리 이번 전쟁에 개입하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물가 상승 등 미국 내 경제 이슈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죠.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미국 시민 다수는 이번 전쟁에 미국이 과도하게 개입하는 것을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국제사회가 직접적인 제재에 나서지 못하면서 전쟁으로 인한 피해는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뉴미디어팀 디그(dig)>

[박재영 기자 / 임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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