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강도로 돌변".. 유엔, 국제연맹처럼 운명 다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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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제3차 세계대전 발발 위험이 고조되고 있지만 국제평화를 지켜야 할 유엔은 속수무책으로 아무런 일도 못하고 있다.
유엔 기구 중 유일하게 법적 구속력과 강제력이 있는 조치를 결정할 수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거부권(비토) 행사로 사실상 무력화되었기 때문이다.
국제연맹도 강대국들이 일종의 '경찰국가'가 되어 필요 시 무력으로 세계평화를 유지하라는 뜻에서 상임이사국 제도를 만들고 영국·프랑스·미국·이탈리아·일본 5대 강국에 그 역할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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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임이사국의 '배신'에 대비책 없는 유엔의 한계
평화유지 앞장서야 할 강대국이 되레 평화 유린
◆상임이사국의 ‘배신’에 대비책 없는 유엔의 한계
25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규탄 결의안 채택이 실패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안보리 긴급회의에 규탄 결의안이 상정됐으나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해 결의안 채택이 무산됐다는 것이다.
해당 결의안에는 러시아를 비난하는 내용과 우크라이나에서의 즉각적·무조건적 철군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안보리 결의는 강제력과 법적 구속력이 있기 때문에 만약 이것이 채택되면 6·25전쟁 때처럼 여러 나라 군대로 유엔군이 결성될 수 있다.
이는 유럽을 잿더미로 만든 1차대전(1914∼1918)의 교훈을 바탕으로 1920년 출범한 국제연맹(유엔의 전신)의 말로를 고스란히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국제연맹도 강대국들이 일종의 ‘경찰국가’가 되어 필요 시 무력으로 세계평화를 유지하라는 뜻에서 상임이사국 제도를 만들고 영국·프랑스·미국·이탈리아·일본 5대 강국에 그 역할을 맡겼다. 일단 의회의 비준 거부로 국제연맹 회원국이 되지 못한 미국을 빼고 4대 이사국 체제로 출발한 국제연맹은 이후 독일, 소련을 상임이사국으로 받아들였지만 평화유지 기능은 좀처럼 발휘되지 못했다.
무엇보다 평화유지 의무를 걸머진 이사국들이 되레 국제분쟁의 당사자가 되는 일이 너무 잦았다. 일본은 중국을, 이탈리아는 에티오피아를 각각 침략했고 독일은 1차대전 결과 체결된 베르사이유 조약이 부과한 각종 의무를 대놓고 무시하거나 위반했다. 여기에 소련도 군대를 동원해 이웃 핀란드를 공격했다.
이런 사태에 직면해 국제연합이 시정을 요구하면 해당 강대국은 되레 화를 내며 탈퇴 카드를 들이밀기 일쑤였다. 1933년 일본과 독일의 탈퇴를 시작으로 이탈리아(1935), 소련(1939)마저 차례로 떠나면서 국제연맹은 달랑 영국·프랑스 두 이사국만 남아 평화유지를 해야 하는 무기력한 처지가 됐다. 이후 독일의 폴란드 침공으로 발발한 2차대전(1939∼1945) 내내 국제연맹은 존재감이 전혀 없었고, 전쟁이 끝나자마자 해체됨과 동시에 새로 생긴 유엔에 그 임무를 넘겨줘야 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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