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 소련 견제 성공했지만 신냉전 [세계는 지금]

이귀전 2022. 2. 26.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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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상하이 공동성명' 50년
1972년 美 닉슨 대통령 전격 중국 방문
마오쩌둥과 소련 견제 합의 후 성명 발표
적대관계 공산주의 中 '죽의 장막' 걷어내
양국, 7년 후 공식 수교.. 각 방면 긴밀 협력
中, 2001년 WTO 가입 이후 눈부신 성장
시진핑, 도광양회에서 대국굴기 기조로
美 기대 물거품.. 트럼프 '탈동조화' 전환
中, 이젠 등 돌렸던 러와 反美 고리로 밀월
1972년 2월 닉슨 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마오쩌둥 전 중국 주석
‘중국: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는 중국의 유일한 합법 정부이며 대만은 본토에 귀속되어야 할 하나의 성(省)에 불과하다. 대만 해방은 어느 나라도 간섭할 권리가 없는 중국의 내정 문제다. 따라서 미국의 모든 병력과 군사장비는 대만에서 철수돼야 한다.’

‘미국: 대만해협 어느 한쪽의 중국인들이 ‘오직 하나의 중국만이 있으며 대만은 중국의 일부’라고 주장하는 것을 인정하며 미국은 그러한 입장에 도전하지 않는다. 미국은 중국인들이 스스로 평화적 방식에 입각해 대만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 관심을 두고 있음을 재확인한다. 이에 따라 미국은 대만으로부터 모든 병력과 군사장비 등을 궁극적으로 철수시킬 목표임을 확인한다.’

50년 전인 1972년 2월28일 중국 상하이를 찾은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저우언라이 총리와 서명한 ‘상하이 코뮈니케(공동성명)’의 일부다.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는 미·중 간 공동성명은 7년 후인 1979년 미국과 중국의 수교로 이어지면서 국제 질서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미국은 1950년 6·25전쟁을 치르는 등 적대국이었던 공산주의 독재체제 중국의 ‘죽의 장막’을 걷어냈다. 당시 냉전 상태였던 소련(현 러시아)을 견제해야 했던 미국과 문화대혁명 실패, 심각한 경제 상황 속에 국경분쟁을 겪으며 소련과 관계가 악화한 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다. 이후 미·중은 손을 맞잡고 소련 견제에 나섰다. 하지만 50년이 지난 지금은 미국과 중국 간 ‘신냉전’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오히려 중국은 러시아와 어느 때보다 가까운 밀월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국제사회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는 아이러니한 역사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1972년 2월 닉슨 전 미국 대통령(왼쪽)과 저우언라이 총리의 모습
◆소련 견제 위해 적대국가에서 손 맞잡은 미·중

1972년 2월 21일 닉슨 전 대통령이 베이징 서우두공항에 도착하면서 ‘세계를 바꾼 일주일’이 시작됐다. 그는 마오쩌둥과 한 번, 저우언라이와 다섯 번, 그리고 고위 관료들과 두 번의 회담을 가진 뒤 28일 ‘상하이 코뮈니케’를 내놓았다. 양국 수교의 일등 공신이었던 헨리 키신저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회고록에서 “당시 중국 지도자가 ‘이것은 세상을 뒤흔들 것’이라고 말했다”고 썼을 정도로 미국과 중국의 만남은 국제 정세에 판을 뒤집는 일이었다.

상하이 코뮈니케에 이은 1979년 공식 수교 이후 냉전 당사국이었던 두 국가는 경제, 외교, 문화 등 각 방면에서 협력을 추구했다.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이 본격화하자 미국은 소련과 냉전을 벌이면서 중국과는 협력을 추구했다.
1989년 중국이 베이징 톈안먼 광장의 민주화 시위를 유혈 진압하면서 양국 관계는 악화했다. 미국과 소련은 같은 해 냉전 종식을 선언했다.

미국은 중국과 인권과 경제, 안보 문제에서 충돌하면서도 중국이 자유화되고 시장을 개방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협력적 관계를 유지해왔다.

중국은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뒤 그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의 경제성장을 구가했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며 눈부신 성장세를 이어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무난히 넘겼고, 2010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했다.

중국은 WTO 가입 이후 20년의 성과에 대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816.4% 증가하고, 1인당 GDP는 8717위안(약 162만원)에서 7만2000위안(약 1335만원)으로 늘었다고 평가했다.
2001년 중국 wto 가입 당시의 모습
◆탈동조화를 거쳐 신냉전으로

미국이 중국의 WTO 가입을 허용한 것은 국가 주도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하는 있는 중국이 언젠가는 ‘민주화’의 길을 가게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은 개혁개방 이래 견지해온 도광양회(재능을 감춘 채 조용히 실력을 키움)의 기조를 시진핑 국가 주석이 집권한 2012년 이후 ‘중국몽’이 대표하는 ‘대국굴기(대국이 일어서다)’ 기조로 전환했다. 시 주석은 중국을 국력과 국제 영향력에서 세계를 이끄는 “위대한 현대 사회주의 국가”로 만들겠다고 2017년 10월 선언했다. 미국은 헛물만 켠 셈이 됐다.

결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들어서 미국은 중국과 경제 정책을 ‘탈동조화(디커플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과의 무역 적자를 이유로 중국산 수입품의 절반에 이르는 2500억달러 규모의 제품에 대해 고율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도 보복 관세로 맞대응하는 등 무역 전쟁이 벌어졌다.

조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는 경제뿐 아니라 인권 등 전방위적으로 대립이 심화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만이 아닌 연합 전선을 꾸려 ‘신냉전’으로 불리는 전략경쟁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미국과 겨룰 정도로 강해진 경제력을 기반으로 중국은 자국의 ‘핵심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미국과의 마찰을 주저하지 않고 있다. 경제력뿐 아니라 핵무기, 극초음속미사일 등 군사력 강화에도 주력하면서 미국과 대립이 빈번해졌다.

이에 미국은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 협력체)와 ‘파이브 아이스’(미국 영국 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안보동맹), 유럽연합(EU) 등과 동맹 체제를 구축해 중국 압박에 나서고 있다.
2022년 2월 시진핑 중국 주석(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중국은 50년 전 등을 돌렸던 러시아와 반미를 고리로 전략적 밀월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중국은 러시아에 힘을 실어주며 미국과의 전선을 더 분명히 하고 있다.

미·중 간 신냉전 기류는 뚜렷한 승자 없이 당분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중국 때리기’의 고삐를 당길 것이고, 중국 역시 시 주석의 장기집권을 확정할 오는 10월 당 대회를 앞두고 미국에 강하게 맞서는 전략을 펼 수밖에 없다.

할 브랜즈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최근 블룸버그통신 기고문에서 “과거 미국은 많은 동맹을 끌어들여 소련과 경쟁에서 이겼지만 이번엔 계산이 좀더 복잡하다”며 “일부 동맹은 과거 소련보다 경제와 문화적으로 영향력이 더 큰 중국과 충돌을 다짐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밝혔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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