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없는 윤석열 영주 유세..국민의힘, 우왕좌왕하며 '안철수 탓'

오연서 2022. 2. 27.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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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대선]'단일화 관련 기자회견'으로 경북 일정 취소해
현장선 윤석열 불참 몰라 "곧 도착" 우왕좌왕
"윤, 하루종일 안철수 만나러 가야..양해 부탁"
27일 오전 경북 영주시 번영로에 마련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유세장에서 연예인 유세단이 윤 후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선대본부 공보단은 이날 오전 언론 공지를 통해 “윤 후보가 오늘 사정상 유세에 참석하지 못함을 알려드린다”며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의 단일화 관련 입장 표명을 이유로 27일 예정됐던 경북 지역 유세 일정을 급작스럽게 취소하면서, 일정을 전달받지 못한 유세 현장에선 윤 후보의 참석 여부를 놓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연출됐다. 국민의힘 경북 지역 의원들은 “곧 윤석열 후보가 도착할 것”이라는 말만 반복하다 결국 윤 후보의 ‘노쇼’가 확정된 직후, 지지자들에게 큰절 사과에 나섰다.

윤 후보는 이날 오전 9시 경북 영주시 하망동에서 선거 유세에 나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유세 시작 20분 전인 오전 8시40분,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공보단이 윤 후보의 유세 일정 전면 취소 소식을 문자메시지로 공지할 때까지, 현장에서는 아무도 이런 사실을 알지 못 했다.

현장에선 윤 후보의 유세를 보기 위해 지지자들이 약 1시간 전부터 삼삼오오 모여들었고, 개그맨 김종국씨 등 연예인 유세단이 사전 유세로 한창 분위기를 띄우고 있었다. 윤 후보의 일정 취소를 알리는 문자메시지가 전달된 이후에야 무대에 올랐던 김정재·박형수 의원 등 경북 지역 의원 등이 여기저기로 전화를 거는 분주한 모습이 포착됐다. 윤 후보의 유세 시작 시간에 맞춰 현장에 도착한 선대본 대변인단도 윤 후보의 위치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현위치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당황해 하는 모습을 보였다. 오전 9시가 임박할 때까지도 사회자는 청중들에게 “곧 우리 윤석열 후보가 도착하십니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지지자들은 “윤 후보가 오면 사진을 찍을란다”라며 윤 후보가 오를 단상이 잘 보이는 쪽에 자리를 잡으려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일부 시민들은 취재진과 대변인단이 모여 있는 유세장 밖을 지나가다 “윤석열 후보가 여기에 오는 것이냐”고 묻고 대변인들과 사진을 촬영하는 등 들뜬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도 윤 후보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유세를 보러 온 시민들도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오전 9시가 지나자 김정재(포항시 북구) 의원과 김관용 전 경북지사, 송언석(김천시)·임이자(상주시·문경시)·김영식(구미시을)·박형수(영주시) 의원이 연이어 무대 위에 올라 윤 후보의 연설 시간을 채웠다. 경북선대위 총괄선대위원장인 김정재 의원은 “우리도 사전투표 해서 민주당에 선빵을 날려야 한다”고 말했다. 송언석 의원은 “영주와 김천을 다니는 경북선 열차 전철화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이거 하려면 3월9일에 윤석열 후보를 통으로 뽑으면 무조건 된다”고 말했다. 임이자 의원은 “민주당 여성 국회의원들한테 한번 묻고 싶다. 여성운동한다고 큰소리 뻥뻥 쳐놓고 형수에게 대놓고 욕설을 하는 이재명을 지지하느냐고 묻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의 연설에서 윤 후보의 불참 이유에 대한 설명은 나오지 않았다.

이윽고 유세기획단장을 맡은 박종희 전 의원이 무대에 올라 “여러분들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우리 윤석열 후보가 오늘 새벽에 영주·봉화 우리 구민들을 뵈러 오시려고 했는데 갑자기 중요한 일정이 생겼다. 그게 뭔가, 여러분”이라고 물었고, 청중들은 “단일화”라고 외쳤다. 이어 박 전 의원은 “(윤 후보가) 어제밤에 서울 은평구에서 저녁 7시반에 유세를 마치고 안철수 후보를 만나기 위해서 기다렸는데 안 후보가 호남 유세를 하러 간다고 기차를 타고 가버렸다. 그래서 오늘 하루종일 안 후보를 만나러 다녀야 한다”며 “그래서 오늘 불가피하게 경북 지역 유세를 모두 취소한다. 여러분 양해해주겠나”라고 말하자, 일부 청중들이 “네”라고 답했다. 경북 지역 의원들은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건설 추진 △영주댐 수생태 국가정원 조성 추진 △남북9축 고속도로 조기 건설 추진 △백두대간 산림바이오 휴양산업 육성 추진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등 지역 공약을 유세차 화면에 띄우는 등 윤 후보의 불참으로 가라앉은 유세장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1시간10분가량 유세를 마무리하면서 박형수 의원은 “주민 여러분, 실망이 크시죠? 윤 후보 못 봐서”라고 물은 뒤, “(윤 후보가) 오늘 새벽 5시에 출발하기로 돼 있었다. 조금 전 유세기획단장이 말한 것처럼, 우리가 정권교체를 꼭 하려면 단일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설사 단일화가 안된다고 하더라도 성의를, 진심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국민들이 ‘정말 정권교체를 해야 하겠구나’ 하는 마음을 먹는다”며 윤 후보를 대신해 연신 사과했다. 그러면서 사과의 뜻을 담아 경북 지역 의원들이 무대 위에서 청중들을 향해 큰절을 했다.

이날 경북 영주시에 이어 안동시·영천시·경산시·경주시 등 5곳의 유세는 윤 후보 없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날 오전 경북 지역 유세 전면 취소를 공지한 지 2시간30분가량 지난 오전 11시13분께 국민의힘 선대본 공보단은 윤 후보가 이날 오후 5시45분 경북 포항시 죽도시장 일정에서부터 유세를 재개한다고 알려왔다. 오는 28일에는 강원도 유세에 나설 예정이다. 윤 후보는 이날 오후 1시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단일화에 대한 입장 발표 기자회견에서 “저의 유세를 기다리고 계셨던 경북도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한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영주/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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