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安 후보에게 정권 교체란 무엇인가

황대진 정치부 차장 2022. 2. 28.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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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단일화 협상 결렬 후 “정권 교체·새 정치 위해 사퇴”
이번도 명분은 같은데 독자 출마… 安, 정치 입문 초심 돌아보길

안철수 국민의당 대통령 후보는 우리 정치사에서 보기 드문 정치인이다. 정치 입문 3년 만에 제1야당 공동대표가 됐고, 지난 10여 년간 대선에 3번, 서울시장에 2번 도전했다. 보통은 정치를 20년 넘게 해도 엄두조차 못 낼 이력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2022년 2월 27일 오후 전남 여수시 이순신광장 앞에서 유세를 위해 연단으로 오르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안 후보의 5차례 도전 중 4번이나 단일화 논의가 있었다는 점도 특이하다. 2011년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게 후보직을 양보한 것을 시작으로 2012년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 작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후보와 단일화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게 먼저 단일화를 제안했다가 일주일 만에 거둬들였다. 윤 후보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겠다”며 만나자고 했지만, 안 후보는 “고려할 가치가 없다”고 잘랐다.

서로 다른 정치 세력이 연대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단일화 결렬에는 양측 모두 책임이 있을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준석 대표 등 주요 당직자들이 단일화를 훼방놓는 듯한 발언을 했다. 윤 후보는 안 후보 제안에 답을 주지 않다가, 선거가 다가와 접전이 펼쳐지자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안 후보의 처신도 의아하다. 단일화를 할 경우 보통 양측이 여론조사 방식과 문항 등을 놓고 치열한 협상을 벌이게 마련이다. 안 후보도 과거엔 문구 하나를 놓고 며칠씩 줄다리기를 했다. 그러나 이번엔 단일화를 제안하면서 그 방식까지 본인이 못 박아 발표했다. 작년 서울시장 선거 때와 동일한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방식을 윤 후보가 수용할 수 있을지 생각해 봤는지 의심스럽다. 과거 단일화 땐 안 후보 지지율이 문재인·오세훈 후보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았다. 엇비슷하거나 더 높은 조사 결과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엔 윤 후보가 안 후보에 비해 줄곧 3~4배가량 지지율이 높게 나온다. 이런 것이 안 후보가 강조해온 ‘공정’이란 가치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다. 안 후보가 여론조사로 윤 후보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여당 후보 지지자들의 ‘역선택’밖에 없다. 여당 후보와 싸울 야권 단일 후보로 여당의 역선택을 받은 사람이 나서는 것이 민주주의와 정당 정치 원칙에 맞는가.

안 후보가 윤 후보에게 단일화를 제안한 명분은 ‘정권 교체’였다. 10년 전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때도 같았다. 그때도 여론조사 방식 때문에 협상이 결렬됐지만 그는 “정권 교체를 위해 백의종군하겠다”며 사퇴했다. 안 후보는 “더 이상 단일화 방식을 놓고 대립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며 “새 정치에 어긋나고 국민에게 더 많은 상처를 드릴 뿐”이라고 했다. 이번 선거도 그 어느 때보다 정권 교체 여론이 뜨겁다. 대부분의 조사에서 ‘정권 유지’ 여론보다 10%포인트 이상 높게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야권이 분열되는 것은 어떻게 ‘새정치’에 부합하는지 설명해야 한다. 안 후보는 작년 오 시장과 단일화 때도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기지 못하면 정권 교체가 불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럼 이번엔 단일화 없이도 정권 교체가 가능하다는 것인가.

안 후보의 진심이 단일화에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안 후보는 작년 서울시장 선거에 나가면서 이번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시장에 당선되면 도중에 그만두고 대선 나가는 일 없다고 한 것”이라며 출마했다. 안 후보는 11년 전 정치에 입문하면서 “현 집권 세력은 역사의 물결을 거스르고 있다”며 “역사의 흐름에 도움이 된다면 언제든지 저를 희생할 각오와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안 후보가 스스로에게 물어보기 바란다. ‘현 집권 세력은 역사의 물결을 제대로 타고 있는가’ ‘안 후보 본인은 역사의 흐름에 도움이 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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