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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네 할아버지 친일파" 고교 동급생 발언에 '정신적 피해' 소송 [서초동 법썰]

김대현 입력 2022. 02. 28.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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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경기 남양주시의 모 고등학교 급식시간.

결국 A군은 이듬해 부모님과 함께 수사기관을 찾았고, B군은 형사 재판을 받게 됐다.

A군 측은 법정에서 "B군이 '너는 옷이 매일 바뀐다. 돈이 많은 것 아니냐'며 '너희 할아버지는 일본놈들 XX를 빠는 친일파다'라고 언급했다"고 주장했다.

강 판사는 우선 "B군이 'A군의 할아버지가 친일파'란 취지의 말을 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명예훼손에 해당하진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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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너네 할아버지 친일파 아니냐?"

2017년 8월 경기 남양주시의 모 고등학교 급식시간. 고등학생 1학년 A군(16)에게 같은 반 친구 B군이 이같이 말했다. 다른 친구들도 있는 자리였다. A군이 "할 농담, 안할 농담이 있다"고 하자 B군은 사과했다.

3개월 뒤 이 학교에선 A군의 신고로 '학교폭력 자치위원회'가 열렸다. A군은 B군이 허위사실로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을 뿐만 아니라, 영국 축구리그 경기 결과를 이야기하던 중 뺨을 때리거나 화장실에서 특정 신체 부위를 만져 추행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학교 측은 "B군이 사과했다"며 '조치 없음' 처분을 내렸다.

고소로 이어진 '친일파' 발언… 법원 "명예훼손은 아냐"

결국 A군은 이듬해 부모님과 함께 수사기관을 찾았고, B군은 형사 재판을 받게 됐다. 법원은 폭행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50만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했다. 선고유예란 범행이 가벼운 피고인에게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루고, 특정한 사고 없이 기간을 넘기면 선고를 면하게 해주는 제도다.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선 "당시 함께 있던 사람들은 B군의 말을 장난으로 받아들였을 뿐 실제로 A군의 할아버지가 친일파일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고, 구체적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도 볼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A군 측은 법정에서 "B군이 '너는 옷이 매일 바뀐다. 돈이 많은 것 아니냐'며 '너희 할아버지는 일본놈들 XX를 빠는 친일파다'라고 언급했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모욕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지만, 명예훼손죄로 기소된 이상 법원이 공소장 변경 없이 모욕죄를 적용해 처벌할 수는 없다"고 부연했다. 강제추행 혐의도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민사소송에선 '모욕'에 따른 '정신적 피해' 인정돼

A군 측은 형사 재판과 별도로 민사소송을 진행했다. B군의 행위들 때문에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며 4000만원가량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이다. 사건이 발생하고 4년이 지나서야 소송의 결론이 나왔다. 최근 의정부지법 민사9단독 강진우 판사는 폭행 사실과 더불어 '친일파 발언'에 대해서도 B군 측 책임을 일부 물었다.

강 판사는 우선 "B군이 'A군의 할아버지가 친일파'란 취지의 말을 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명예훼손에 해당하진 않는다"고 밝혔다. '실제 친일행위를 했다'는 의미라기보단 'A군이 매일 다른 옷을 입어 돈이 많은 것 같다'는 생각에서 한 발언이었다는 판단에서다.

강 판사는 그러나 "B군의 발언은 A군에 대한 모욕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특히 "35년의 일제강점기라는 아픈 역사를 가진 우리 사회에서 '친일파'라는 말은 단순히 특정 국가에 대해 우호적이라는 의미를 넘어 상대방을 경멸적으로 표현하거나 조롱하는 표현으로 사용되는 것 역시 분명하다"고 말했다.

강 판사는 B군과 그 부모가 A군과 그 부모에게 폭행과 모욕에 따른 정신적 손해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다만 손해액 규모는 A군 측이 청구한 정신과 치료비 등을 받아들이지 않은 채 총 300만원으로 산정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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