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차 타는 유럽인" 우크라이나 사태에 편협한 서방 언론들

김예리 기자 2022. 2. 28.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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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중동언론인협회 성명 "다른 비극은 당연히 여기는 서방 저널리즘"
CBS·NBC 등 "이들은 백인, 문명화돼, 우리와 닮았다" 해설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아랍과 중동의 언론인협회가 우크라이나 사태를 다루는 서방 언론의 인종주의적 보도 태도에 경종을 울리는 성명을 냈다. 미국과 유럽 언론사들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피해를 중동 등 다른 지역의 국제분쟁과 차별화하는 해설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소셜미디어상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아랍중동언론인협회(AMEJA)은 28일 성명을 내고 “우리는 모든 뉴스조직이 우크라이나의 전쟁 보도에서 암묵적이거나 명시적인 편견에 주의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지난 며칠만 해도 우리는 일부 전쟁 희생자들을 다른 희생자들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인종 차별적 뉴스 보도의 사례들을 추적했다”고 했다.

CBS뉴스의 선임 해외특파원 찰리 다가타 기자는 지난 26일 CBS 뉴스에서 우크라이나 키예프 현장 리포트를 하며 “이 곳은, 실례지만,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같은 수십 년 간 갈등이 발생해온 곳이 아니다”라며 “이곳은 이런 갈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비교적 문명화됐고 비교적 유럽의 도시”라고 했다.

▲프랑스 BFMTV와 미국 CBS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보도화면 갈무리

NBC뉴스의 켈리 코비엘라 해외특파원도 28일 리포트에서 “대놓고 말하면 이들은 시리아에서 오는 난민이 아니다. 우크라이나에서 온 난민들”이라며 “이들은 크리스천이고, 백인이고, 그들은 아주 닮았다”고 했다.

영국 텔레그래프의 다니엘 하난은 26일 '푸틴의 극악한 침공은 문명 자체에 대한 공격'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그들(우크라이나인)은 우리와 매우 닮았다. 그게 이 사태가 충격적인 이유”라며 “전쟁은 더 이상 빈곤하고 외딴 인구집단에서 일어나는 게 아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고 썼다. 프랑스 뉴스채널 BFMTV의 필리페 코르베 기자도 25일 스튜디오 리포트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가리켜 “시리아인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생존하기 위해 우리들의 것과 똑같은 차를 타고 떠나는 유럽인들”이라고 했다.

▲영국 텔레그래프 다니엘 하난 칼럼 갈무리. 사진=텔레그래프 웹사이트

알자지라 잉글리시의 피더 도비 앵커는 27일 방송 뉴스에서 “그들의 입성을 봐도, 이들은 부유한, 나는 이 표현을 쓰기 싫어하지만, 중산층 사람들이다. 이들은 전쟁 상황에 놓인 중동 지역에서 빠져나가려 노력하는 난민들이 아니다. 이들은 북아프리가 지역에서 도망치려는 사람들이 아니다. 이들은 옆집에 사는 어느 유럽의 가족과도 닮았다”고 강조했다.

이들 보도는 우크라이나를 아프리카 또는 중동 국가와 비교하면서 국제분쟁이나 전쟁 피해가 일어나선 안 될 곳처럼 묘사해 소셜미디어상 비판이 확산했다.

AMEJA는 “우리는 특정 인구집단이나 나라가 '미개'하거나, 갈등이 일어나도 될 만한 경제적인 요인을 가지고 있다는 오리엔탈리즘적이고 인종주의적인 암시를 비난하며 명백하게 거부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이런 해설은 중동, 아프리카, 남아시아, 남미와 같은 지역의 비극을 통상적인 것처럼 여기는, 널리 퍼진 서방 저널리즘의 정서를 반영한다. 이것은 이들의 전쟁 경험을 비인격화하고, 마치 평범하고 예측된 것처럼 만든다”고 지적했다.

AMEJA는 “뉴스룸은 특정 갈등을 다른 갈등에 비교해 중대성을 가늠하거나 정당화해선 안 된다”며 “다른 나라에서 일어난 인명 피해와 실향 사태는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난 것과 똑같이 끔찍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우리는 세계 어느 곳에서든 군의 공격 아래 놓인 모든 민간인과 전적으로 연대하며, 한 국가와 다른 국가의 사람을 다루는 뉴스 보도의 차이를 개탄한다”며 “그런 보도는 갈등을 맥락에서 떼어낼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지속적으로 폭력적 점령과 침략을 경험하는 세계의 사람들을 지우는 데 일조한다”고 했다.

AMEJA는 “이 같은 노골적 편견을 방지하기 위해 우리는 뉴스룸이 특파원들에게 그들이 취재하는 지역의 문화와 정치적 맥락을 교육할 것을 요구한다”며 “부정확하고 부정직한 비교는 고정관념을 부추기고 시청자를 오도할 뿐이며, 궁극적으로는 정치적 인도적 위기 상황에서 편견에 따른 대응을 영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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