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선 완주" 고집에..국민의당 내부서도 서서히 파열음

박윤균 2022. 3. 1.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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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 철회한 인명진 목사
"정권교체 안되면 安 책임"
安 홀로 대선완주 고집해도
사실상 승리 불가능한 상황
캠프 곳곳서 불만 터져나와

◆ 대선 D-7 ◆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1일 서울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서 열린 제103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각각 만나 인사하고 있다. 두 대표를 대하는 안 후보의 표정과 태도가 대조적이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1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회동 가능성에 다소 여지를 둔 것을 놓고 최근 안 후보를 향한 당 내외의 단일화 압박이 영향을 미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안 후보의 지지율이 저조한 상황에서 무리한 완주를 택하기보단 야권 후보 단일화 협상에 임해 실리를 챙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탓이다.

최근 국민의당 내부에서는 안 후보의 대승적 양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김근태 국민의당 청년최고위원은 지난달 27일 저녁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민의당의 비전은 더불어민주당의 재집권을 막지 않으면 이뤄질 수 없다"며 "우리의 비전과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선 정권교체부터 이뤄야 한다"고 썼다. 이어 "이번 대선이 안철수 후보의 '비전'이 완주하는 선거가 됐으면 한다"며 안 후보를 향해 "단일화의 문을 열어달라"고 호소했다. 국민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를 계속해서 요구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힘과 공동 비전을 수립하는 실리적 판단이 필요하단 주장이다.

여기에 지난달 안 후보에 대한 공개적 지지를 선언한 인명진 목사 등이 지지 철회를 공식화한 것이 큰 타격으로 다가왔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날 안 후보는 인 목사 등의 지지 철회에 대한 질문에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인 목사는 매일경제와의 통화에서 "대선이 며칠 안 남은 상태에서 국민경선을 하자는 것은 가능하지 않은 얘기"라며 "단일화가 무산된 상황에서 만약 정권교체가 되지 않는다면 안철수 후보에게 그 책임이 모두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상식적"이라고 전했다.

안 후보가 홀로 대선 완주를 고집한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대선 승리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안 후보를 돕고 있는 지원 인력들은 선거 이후의 거취가 매우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안 후보 주변에서는 안 후보의 완주 고집을 이기적인 행동으로 비판하기도 한다.

당 내부 상황 또한 안 후보의 완주를 돕기엔 여의치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조직적인 측면에서 민주당이나 국민의힘 등 거대 양당에 비해 매우 열세인 데다가 유세차 사망사고라는 악재까지 만났기 때문이다. 인 목사는 "현재 국민의당 선거캠프 여력으로만 대통령선거를 치르겠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게다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기에 안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유의미한 득표율을 기록하지 못한다면 국민의당 차원에서도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과거 국민의당에 속했던 한 인사는 "지방선거가 곧 다가오기 때문에 안 후보에게 당내의 단일화 압박이 거세게 들이닥칠 것이고 며칠 더 가면 캠프 내부가 와해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다만 윤 후보가 야권 후보 단일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상황이 풀리긴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의 한 관계자는 "윤 후보는 사실 안 후보의 입장을 보고 마음속으로 단일화에 대한 마음을 내려놓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양 후보의 성향이 극명하게 다르다는 점이 입증됐기에 극적으로 단일화에 성공해 정권교체를 한다고 하더라도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긴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양측이 단일화 무산에 대한 책임을 서로에게 전가하는 모습을 보이는 점도 걸림돌이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국민의힘은 협상에 대해 순수하게 대했던 것이고 안철수 후보의 태도는 약간 의문이 드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홍경희 국민의당 중앙선거대책위 대변인은 "국민의힘은 국민의당과의 서약서 한 장 제시하지 못하면서 일방적으로 결혼을 서약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오늘도 국민의힘 의원들은 여전히 단일화를 입에 담으며 이러쿵저러쿵 안철수 후보를 놓지 못하고 있는데, 마치 짝사랑을 넘어 스토커의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일각에선 안 후보의 이날 발언을 두고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와의 결합 가능성을 열어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윤 후보와의 회동 가능성을 묻는 질의에 "어떤 정치인이든 만날 용의가 있다"고 답했기 때문이다. 한 야권 정치인은 "민주당 측에서 안철수 후보와 끊임없이 접촉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구체적으로 단일화 얘기가 오간 건 아니라고 알고 있다"며 "야권 후보 단일화가 실패하며 보수 진영에서 입지가 애매해졌기에 안 후보 입장에서도 고민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윤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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