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 금기 깨고..중립국 스위스도 '반러' 대열에 섰다
[경향신문]
러시아의 폭주에 유럽 각국의 대외 정책도 ‘대전환’ 시작
스웨덴, 우크라에 무기 지원…독일은 국방비 증액 ‘파격’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각국의 대외정책에도 큰 변화와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200년 역사의 중립국 스위스는 유럽연합(EU)의 대러시아 제재에 동참했다. 독일은 전후 외교노선의 대전환을 예고했다. 러시아의 폭주에 안보 위협을 느낀 나라들도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결집하고 있다.
이냐치오 카시스 스위스 대통령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지금은 특수한 조치들이 필요한 특수한 상황”이라며 EU가 러시아에 부과하는 모든 제재를 채택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스위스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등에 대한 금융 제재, 러시아 항공기 영공 통과 차단 조치도 추진하기로 했다. 스위스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 때는 서방의 제재에 참여하지 않았다.
카시스 대통령은 스위스의 중립국 지위는 변함없다면서도 “스위스는 서구적 가치의 편에 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닐 제시 볼링그린주립대 정치학과 교수는 “1815년(스위스 영세중립을 인정한 빈 회의) 이후 유럽의 국제관계가 새 시대를 맞게 됐다”고 말했다.
군사적 중립국인 스웨덴과 핀란드도 우크라이나에 대전차 무기, 전투식량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스웨덴의 해외 무기 지원은 1939년 소련의 핀란드 침공 이후 약 80년 만이다. EU 회원국인 두 나라는안보동맹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는 가입하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위협이 고조되자 나토 가입 가능성을 시사한 데 이어,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개최된 나토 회원국 긴급정상회의에도 나란히 참석했다.
분쟁 지역에 무기를 수출하지 않기로 한 원칙을 깬 독일은 대러 관계와 국방정책 차원에서 완전히 달라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라프 숄츠 총리는 독일 군대 현대화를 목표로 1000억유로(약 135조원)를 투자하고, 국방비 지출을 나토 합의사항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이상으로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제프 래스키 존스홉킨스대 미국현대독일학연구소장은 최근 포린폴리시 기고에서 “숄츠 총리와 집권 정부가 지난 몇 주 동안 독일 외교정책의 혁명을 이끌고 있다”며 “독일의 탈냉전 구상에 관한 낡은 전제들을 폐기하고, 러시아와의 대결을 준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싱가포르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결정 없이 제재를 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바꿔 러시아에 대한 금융·무역 제재에 나서기로 했다. 싱가포르의 독자 경제 제재 조치는 1978년 베트남의 캄보디아 침공 이후 처음으로 알려졌다.
김유진 기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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