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고국 구하려 악기 던지고 총 들었다..서울팝스 단원 3인 우크라로 떠나
우크라이나 복싱 챔피언도 귀국 두렵지 않다"
지난 1일에야 그의 참전 소식을 전해들은 하성호 서울팝스오케스트라 단장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후 수소문했더니 휴대폰 문자를 통해 군복을 입고 총을 든 사진을 보내와 한참 울었다"며 "부인과 아들을 한국에 두고 혼자 고국으로 가서 싸우고 있는데 제발 무사히 돌아왔으면 좋겠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2002년부터 묵직한 콘트라베이스 저음으로 서울팝스오케스트라 선율을 뒷받침하던 드미트로 씨는 착하고 성실한 실력파 연주자였다. 20년 전 키이우(키예프의 우크라이나식 발음)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내한했을 때 하 단장의 제안으로 서울팝스오케스트라에 입단한 후 단원 사이에서 맏형 역할을 도맡았다. 전체 상근 단원 45명 중 약 20%가 외국인으로 구성돼 적재적소에 필요한 국외 연주자를 직접 연결하며 '구원투수'로 활약해왔다.
그러나 1월 11일 세종문화회관 신년음악회를 마친 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 홀로 계신 어머니를 만나기 위해 고국행을 결심했다. 드미트로 씨의 아내이자 서울팝스오케스트라 바이올린 단원이었던 우크라이나 출신 나타냐 씨는 "3년간 어머니를 만나지 못해 남편의 우크라이나행을 말릴 수 없었다"며 "다행히 어머니는 폴란드로 대피했는데, 남편이 어제 하루 연락이 안 돼서 불안하다"고 말했다.
서울팝스오케스트라에서 함께 연주하는 우크라이나 출신 동료 단원 2명도 그와 함께 고국으로 떠났다. 2016년 4월 입단한 트럼펫 연주자 마트비옌코 코스탄틴 씨(52)와 2015년 6월 합류한 비올라 주자 레우 켈레르 씨(51)가 드미트로 씨의 뜻에 동참했다. 3명 모두 키이우 음악원 선후배다. 드미트로 씨 소개로 오케스트라에 합류한 이들은 점차 악화되는 우크라이나 상황을 지켜보다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이들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참전했다는 소식은 동료 단원들에게도 깊은 감명을 주고 있다. 이미 한국에 뿌리내려 평화로운 삶을 누린 연주자들이 고국의 위기에 스스로 총을 든 것은 쉽게 내릴 수 있는 결정이 아니다. 무엇보다 이미 예비군 나이를 훌쩍 넘어 지천명(知天命)을 맞을 때까지 평생 악기만 연주해온 노장들이 솔선수범해 나라를 지키러 나선 사실이 큰 감동을 주고 있다. 하 단장은 "3명 모두 우리 오케스트라 핵심 단원"이라며 "고국을 위해 목숨을 거는 귀한 단원들의 감동적인 사례를 알려 그들의 무사 귀환을 많은 사람들이 기원해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2000년대를 대표하는 복싱 헤비급 세계 챔피언이었던 비탈리 클리치코 키이우 시장과 그의 동생인 전직 복싱 챔피언 블라디미르 클리치코는 개전 초기부터 전장의 포화에 뛰어들었다. 이날 CNN과 인터뷰한 비탈리 클리치코 시장은 "러시아군이 키이우 시내로 진입하면 우크라이나인들은 모든 광장과 거리에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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