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 32%·리튬 71% 폭등.. 공포의 '수퍼 스파이크'

조재희 기자 2022. 3. 3.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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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강국' 두 나라의 전쟁, 곡물부터 광물까지 안오르는게 없다

국제 원자재 가격이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후 경기 회복세를 맞아 지난해부터 강한 상승세를 보여온 각종 곡물, 원자재, 에너지 가격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악재가 더해지면서 더욱 가파른 상승 곡선을 긋고 있다. 특히 곡물은 유럽의 곡창지대로 불리는 우크라이나와 밀 수출 강국인 러시아로부터 공급 차질이 예상되면서 세계적인 수급 불안 가능성이 커졌다. 국제 유가가 8년 만에 다시 100달러를 시대를 맞으면서 앞으로 4~5년간 원자재 가격이 급등세를 타는 ‘수퍼 스파이크(Super Spike)’가 도래했다는 경고까지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 사태로 수퍼 스파이크가 발생할 모든 조건이 갖춰졌다”고 했다. 미국 경제 전문 블룸버그가 23개 주요 원자재 가격을 반영해 집계하는 상품 지수는 1일(현지 시각) 4.1% 급등해 2009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우크라 텅빈 상점 지난달 28일(현지 시각)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한 식료품 가게를 찾은 한 할머니 뒤로 매대들이 텅 비어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주요 원자재와 원유, 곡물 가격이 급등하고 선박과 화물 등 운송 차질이 빚어지면서 우크라이나에선 생필품 부족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EPA 연합뉴스

◇밀·옥수수·콩 등 3대 작물 폭등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이어지면서 밀·옥수수·콩(대두) 등 이른바 3대 곡물을 비롯한 국제 곡물 가격은 1일(현지 시각) 급등했다. 시카고선물거래소에서 밀 가격은 전날보다 7.9% 급등했다. 옥수수와 콩도 각각 5.8%, 3.8% 올랐다. 밀은 글로벌 금융 위기가 전 세계를 강타했던 2008년 이후 최고치이고, 옥수수와 콩도 2012년 이후 가장 높은 가격이다.

전 세계 밀 공급의 28.5%를 차지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수출이 서방 제재로 막힐 수 있다는 우려가 가격 폭등을 불러왔다. 러시아는 전 세계 밀 수출 2위, 우크라이나는 4위다. 우크라이나는 옥수수 수출도 전 세계의 16.4%를 담당하며 세계 4위다. 최근 라니냐에 따른 가뭄으로 주요 곡물 산지 중 하나인 남미 지역 생산량이 급감한 가운데 흑해지역 곡물 수출까지 지장이 예상되면서 당분간 곡물 가격 불안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마이클 스완슨 미 웰스파고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몇 주나 몇 달 안에 해소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밀·옥수수·콩의 수입 비율이 전체 수요의 90%를 웃도는 우리나라도 충격이 불가피하다. 김지연 농촌경제연구소 해외농업관측팀장은 “우리나라 밀·옥수수 수입량에서 흑해 지역이 차지하는 비율은 18.4%에 이른다”며 “사태가 장기화하면 가격 추가 상승과 도입 차질이 우려된다”고 했다.

◇자원 부국 러시아, 제재 우려에 금속·광물도 타격

광물·원자재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런던 금속거래소에서 알루미늄 선물 가격은 28일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세계 2위 알루미늄 제련업체인 러시아 루살이 알루미늄을 제때 수출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하면서 가격을 끌어올렸다. 러시아는 전 세계 알루미늄 생산의 6%를 차지한다. 알루미늄 가격은 올해만 24% 급등했다.

러시아가 전 세계 생산의 11%를 차지하는 니켈도 올해 23% 올랐다. 이 밖에 전기차 배터리 등에 들어가는 핵심 광물인 리튬(71%)도 올 들어 급등세다. 전 세계 생산량에서 러시아산 비율이 높은 건설·자재용 석면(65%), 반도체 제조용 팔라듐(43%), 공업용 다이아몬드(31%) 수급도 빠듯해질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에너지 정보 분석기업인 S&P글로벌 플래츠는 “러시아는 알루미늄과 니켈을 포함한 금속의 주요 생산국이며 구리 생산도 상당하다”며 “가뜩이나 빠듯한 세계 광물 시장 공급이 더욱 위축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수퍼 스파이크(Super Spike)

‘대폭등’이란 뜻으로 원자재 가격이 수년 동안 급등하는 현상을 가리키는 표현. 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2005년 보고서에 3년 사이 국제 유가가 배럴당 55달러에서 105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예측하며 이 표현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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