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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테슬라는 '러시아 손절'하는데 삼성‧현대차는 침묵, 왜

이수정 입력 2022. 03. 04. 03:00 수정 2022. 03. 04.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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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체류 중인 우크라이나인들이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러시아대사관 앞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며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제재 등 우리나라의 적극적인 대응과 함께 국민적 관심을 호소하고 있다. [뉴스1]


애플·나이키·테슬라 등 글로벌 기업의 ‘러시아 보이콧’이 잇따르고 있다. 우크라이나 침공에 우려를 표명하고, 러시아 압박에 동참한다는 뜻에서다. 다만 아직은 한국 기업들의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소극적이다.

3일 외신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러시아에서 아이폰 등 모든 제품의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결제 서비스인 애플페이 사용도 제한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에게 ‘러시아 제재’를 요청하자 곧바로 조치를 내놓았다. 나이키와 컴퓨터업체 델도 러시아에서 제품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제재 동참한 글로벌 기업.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내로라하는 기업들 앞 다퉈 “러 손절”


현지에 생산시설을 갖췄거나 투자를 이어온 자동차·항공·에너지 기업도 ‘러시아 손절’에 나섰다. 미국 포드는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유로 러시아법인 운영을 즉시 중단했다. 일본 도요타‧혼다, 독일 폭스바겐 등도 현지 생산을 줄이거나 완성차 수출을 멈췄다.

BP와 쉘도 움직였다. 벤 반 뵈르덴 셸 CEO는 성명을 통해 러시아의 공격을 “무의미한 군사적 침략 행위”라고 비난했다. 엑손모빌도 “우크라이나를 위험에 빠뜨리는 러시아의 군사 행동을 개탄한다”며 러시아 내 석유·가스 사업을 점진적으로 철수하고, 신규 투자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테슬라와 에어비앤비 등은 각각 충전소 개방, 무료 숙소 제공 등의 방법으로 우크라이나에서 인근 국가로 탈출한 난민을 돕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민간 기업들에게 “러시아에 대한 압박에 나서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일부선 ‘ESG 관점’에서 분석하기도


이 같은 글로벌 기업의 러시아 제재, 우크라이나 지원 러시를 두고 최근 기업의 화두로 부상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올리버 와이먼의 다니엘 타네바움 ‘글로벌 제재 책임자’는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 NPR과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세계 12위권 경제 대국이면서 주요 에너지 수출국”이라며 “이런 국가가 포괄적인 제재 대상이 되는 것은 처음”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러시아에서 사업을 계속할 경우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받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경서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는 “ESG의 관점에서 보면 적대 행위를 한 국가에 대해 거래를 중단하는 것은 기업의 공공적 성격과 책임을 이행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화그룹 계열 갤러리아백화점은 지난달 28일부터 서울 압구정동 명품관(사진)과 대전 타임월드에서 백화점 외관 미디어 아트를 활용해 우크라이나 국기 색으로 물든 불빛을 매일 저녁 송출하고 있다. 전쟁으로 고통 받는 우크라이나 국민들을 위한 반전 메시지를 담았다. [사진 갤러리아]

한국 기업 대부분은 ‘신중 모드’


이에 비하면 한국 기업은 상당히 신중해 하는 분위기다. 한화그룹 계열사인 갤러리아백화점이 건물 외벽에 우크라이나 국기 모양을 점등하는 방식으로 위로와 평화의 메시지를 낸 정도다. 삼성전자나 LG전자, 현대차, 기아 등 러시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대부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이들이 ‘침묵’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감수해야 할 실질적인 손해가 작지 않아서다. 박정호 대외경제연구원 신북방경제실장은 보고서에서 “러시아에 진출한 우리 기업 상당수는 상대적으로 큰 규모의 고정 투자를 필요로 하는 제조업에 편중돼 단기적 투자 철회나 협력 중단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2007년부터 러시아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다. 시장점유율이 33.2%다. 애플의 점유율은 15% 정도에 그친다. 삼성전자는 최근에는 러시아에서 갤럭시S22 시리즈를 출시했다. 삼성과 LG는 러시아 현지에 생산 공장도 가동 중이다.

자동차업계도 마찬가지다. 한국신용평가가 발간한 ‘우크라이나 사태에 따른 산업별 영향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러시아 자동차 시장에서 22.7%의 점유율을 차지해 르노닛산(33.8%)에 이어 2위다. 지난해 현대차‧기아의 러시아 판매 비중은 전체의 5.8%에 해당한다. 러시아 제재에 동참한 도요타는 4위다. 볼보는 10위권에 들지 못하고 있다.


“나중에 시장 회복하기 어렵다” 현실론도


익명을 원한 재계 관계자는 “주요 해외법인 책임자들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슈로 몇 차례 회의를 했다”며 “사업이냐, 평판이냐는 상당히 중요한 문제지만 당장 어느 한쪽에 무게를 싣지 않는다는 데 뜻을 모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회의에서) 반대로 ‘러시아 소비자는 무슨 잘못이 있느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루블화 폭락이나 물류난 등 고려할 변수가 너무 많다”고 덧붙였다.

지금 발을 빼더라도 향후 사업이 재개됐을 때 시장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현실적 문제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2014년 러시아 경제위기 당시 한국 기업들은 영업점과 생산거점을 유지하는 등 ‘의리’를 지키면서 현지에서 호감을 산 경험이 있다.

대형 자산운용사가 ‘ESG 입김’을 발휘하는 글로벌 기업에 비해 국내 기업은 비교적 그 영향력이 약하다는 데서 이유를 찾기도 한다. 이우종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는 “국내 주주는 해외보다 ESG 관련한 의사결정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측면과 국내 기업이 ESG를 덜 신경 쓰고 있다는 측면이 모두 포함돼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 교수는 “주주들에게서 대의명분이 확실한 요구가 국내 기업도 제재 요구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업이 자발적으로 제재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이재수 전국경제인연합회 아태협력팀장은 “정부 제재가 어느 정도가 될지가 중요한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 방침을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독자적으로 나서기는 굉장히 난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정·최은경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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