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여시' 지지 호소글 올린 네티즌, 과거 '밭갈이' 글 대거 삭제

양범수 기자 2022. 3. 5.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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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지지 호소문 업로드 전 尹 비방글 상당수 작성
"尹 되면 정치 보복할 것 같다" "尹 만은 막자"
게시물 313개에서 8개로 대거 삭제
李 지지 호소문 올린 뒤 정치 무관 글 올리기도
이준석 "드루킹으로 낭패 보고도 온라인서 뭘 하고 다니는 거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4일 여성만 가입할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 ‘여성시대(여시)’에 지지를 호소하는 글과 영상을 올린 가운데, 해당 글을 올린 회원이 이 커뮤니티에 댓글을 포함해 700여건의 글을 작성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를 비방하고 이 후보에게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이른바 ‘밭갈이’ 글이었던 것으로도 나타났다. 이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되자, 이 회원은 과거 게시글 대부분을 삭제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4일 유뷰트 '재명이네 소극장'에 커뮤니티 '여성시대'를 향해 인사말을 올렸다. /재명이네 소극장 캡처

이 후보는 지난 4일 오후 6시45분쯤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DAUM) 카페 ‘여성시대’에 ‘여시님들 안녕하세요.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이재명입니다’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인사 영상을 올렸다. 여성시대는 1981~2003년 여성만 신분증 인증 등을 통해 가입할 수 있다. 가입자가 82만여명에 달하는 대표적인 여성 전용 커뮤니티다.

이 후보는 해당 글에서 “여성들은 여전히 사회구조적 차별과 더불어 불안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며 “이제는 젠더 갈등을 부추기며 여성과 남성 모두를 힘들게 하는 정치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여성이 안전한 대한민국을 위해 데이트 폭력 처벌법을 신속 제정하고, 경기도에서 최초로 설치했던 ‘디지털성범죄피해자원스톱지원센터’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성범죄 처벌을 대폭 강화하겠다”며 “여성 1인 가구 주거안전시설 지원과 행복마을관리소 모델을 확대하겠다”고도 했다.

이 게시글은 닉네임 ‘달리면서더달려’를 사용하는 회원이 작성했다. 카페의 규정 상 남성인 이 후보가 직접 가입해 글을 작성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후보의 측근 또는 민주당 선대위 실무자가 게시물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해당 게시물을 작성한 사용자가 이 후보의 지지 호소문을 올리기 전까지 작성한 313건의 게시물과 383건의 댓글 가운데 상당수가 윤 후보를 비방하는 내용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 가운데 이 후보가 앞선 결과를 공유하거나, 이 후보의 공약 등을 홍보하는 게시글도 상당수 있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 윤 후보의 야권 후보 단일화를 비판하는 언론 보도를 공유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지지호소문을 올린 온라인 커뮤니티 '여성시대' 사용자가 작성한 댓글.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해당 사용자는 지난 3일 ‘[아주경제·윈지] ‘李 45.4% vs 尹 45.2%’…安 지지층 42.9% ‘尹 절대 비토’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안심할만한 차이는 아니다ㅠㅠ 여시(여성시대 회원)들아 꼭 투표하자!!!!!제발!!! 윤만은 막자!!!!!ㅠㅠ”라는 글을 썼다. 그는 ‘말바꾸기 잘하는 한남 이재명’이라는 다른 사용자의 게시물에 “윤(후보) 보다는 나을 듯~”이라는 댓글을 적기도 했다.

그는 같은 날 ‘윤석열 전화 받았어ㅠㅠ’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아씨ㅠㅠㅠ 기분 더럽네ㅠㅠㅠㅠㅠ 아무 생각 없이 ‘여보세요?’하고 받았다가 윤석열 목소리 나와서 ‘쒰(Shit)!!!!!!’하면서 끊음. 다들 조심해”라며 윤 후보 지지 독려 전화번호를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120시간 근무 싫어요ㅠㅠㅠㅠㅠㅠ 4.5일제 시켜주세요ㅠㅠ”, “와 진짜 윤이 되면 정치보복 할 거 같음”이라는 댓글 등을 남기기도 했다.

또 이 회원은 지난 3일 ‘이재명 여성공약 총정리’라는 제목에 “여시들 안녕 내일이 드디어 사전투표날(3월4일~5일)이다!!!! 그래서 내가 이재명 여성 공약 정리본 들고 왔다”라는 글을 쓰기도 했다. 전날(4일)에는 ‘이재명 여성공약에 엄청 공들였네(feat.이재명선대위 일하자)’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 회원은 이 후보의 인증글에 “진짜 이 후보 아닌 것 아니냐”는 댓글이 달리자, “아니야… 찐임… 나도 놀랐다”는 답글을 남겼다. 다만 민주당 선대위 측은 해당 게시물은 이 후보가 작성한 것이 맞지만, 글을 대신 올려준 사람이 누구인지는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지지 호소문을 올린 온라인 커뮤니티 '여성시대' 이용자의 전날(4일) 작성 게시물 상태(위)와 이날 오전 게시물 작성 상태.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그는 이 후보의 지지 호소문을 올린 뒤 자신이 남겼던 글 대부분을 삭제했다. 게시물과 댓글을 각각 300여개씩 지워, 이날 오전 10시를 기준으로 작성한 글은 8건, 댓글을 단 글은 16건만이 남아 있다. 이 후보의 게시글을 올린 뒤로는 ‘(드라마) 기상청사람들 봐…?’라는 정치와 무관한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는 이에 대해 “트위터에서는 ‘08_hkkim’ 계정으로 세월호 모욕과 노무현 대통령을 모욕해서 문제가 되더니 이번에는 이재명 후보가 사용한 여시 아이디가 댓글 전사라네요. 도대체 민주당은 드루킹으로 그렇게 낭패를 보고도 온라인 상에서 뭘 하고 다녔던 겁니까”라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하는 내용 등의 글을 작성한 트위터 ‘정의를 위하여(@08_hkkim)’, 일명 ‘혜경궁 김씨’ 계정은 2018년 경기지사 선거를 앞두고 이 후보의 아내 김혜경씨의 것이라는 의혹을 받았다.

트위터 아이디 '@08_hkkim', 일명 '혜경궁 김씨' 계정이 과거 쓴 글. /인터넷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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