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시간 강행군' 이재명, 마지막 주말 수도권 표심 구애(종합)
목 잠기고 오산시 유세서 "용인시민" 부르는 실수
경기 지역 6곳 돌며 일정 소화…내일 서울 집중공략
선대위 "선거 직전 부동층 공략…경제·정책 강조"
이 후보는 이날 경기 하남 스타필드 앞 유세 현장에서 "어젯밤 삼척과 울진 화재가 심각해 갑자기 다녀오느라 잠을 못 자 힘이 빠져있다. 이해 바란다"고 양해를 구했다. 이날 연설에서 이 후보 목소리는 평소보다 가라앉았고 자주 갈라졌다. 연설 중간중간 할 말을 생각하거나 잠시 쉬는 모습도 보였다.
경기 오산 유세 과정에서는 실수로 오산 시민을 '용인 시민'이라고 부르는 해프닝도 발생했다. 유세 현장에서 이 후보를 수행하던 한준호 의원은 "후보가 지금 40시간 넘게 깨어있다 보니 너무 잠을 못 자 용인시라고 했다"고 대신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이후 평택 유세에서도 한 의원은 "이 후보님께서 42시간째 잠을 못 자고 유세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 후보는 전날 유세를 마친 뒤 이날 새벽 4시쯤부터 경북 울진과 강원도 삼척 산불 현장을 찾아 화재현장을 점검했다.
그는 이날 오전 4시18분쯤 울진 국민체육센터 제1대피소를 방문해 이재민들을 위로하고 산불로 인한 피해 상황과 이재민들의 고충을 들었다. 이후 4시34분쯤 울진 연호문화센터 제2대피소를 방문해 이재민을 맞이할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또 산림청, 경상북도, 소방청의 합동상황실을 방문하고 화재현장을 둘러봤다. 이후 삼척 원덕복지회관 제1대피소를 방문해 집이 전소 된 이재민과 얘기를 나눴다.
이후 경기도 하남을 시작으로 성남, 용인, 오산, 평택, 시흥 유세 일정을 이어갔다. 선대위 관계자에 따르면, 이 후보는 전날부터 장거리 이동을 하면서 차량 내에서 잠깐잠깐 휴식을 취했을 뿐 제대로 수면을 취하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이 후보는 유세에서 경력 있는 유능한 행정가, 경제 대통령 면모를 적극 강조했다. 반면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아마추어 정치가' 등 이미지로 평가 절하했다.
그는 이날 오후 경기도 성남시 서현역 거리유세에서 윤 후보를 겨냥해 "누군가처럼 대통령 일을 통치라고 생각하고, 국민을 지배 대상으로 여기면 민주주의가 어떻게 되겠나"라며 "우리가 촛불을 들고 만들어 낸, 세계에 자랑할 만한 민주공화국은 10일 이후에도 계속 지켜가야 한다"고 발언 수위를 높였다.
이 후보는 "대한민국의 거대한 5200만명이 걸린 일들을 초보 아마추어가, 더군다나 무책임하고 무능하게 이끌어 갈 경우 어떻게 될 것인지 생각해달라"라며 "만약 유능하고 검증된 실력을 갖추고 있고, 준비돼 있고, 경험 많은 책임지는 리더가 있다면 우리 세상과 우리 미래 얼마나 좋아지겠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선투표 이후 두 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경제가 퇴행하는 나라"라며 "또 하나의 길은 정치세력의 힘을 합쳐 통합정부를 만들고 제3의 선택이 가능한, 정치교체로 세상을 바꾸는 기대가 되는 나라"라고 제시했다. 이어 "화합하고 희망있는 나라로 가겠나 과거로 가겠나"라고 질문하기도 했다.
이어 자신이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당시에 유능하게 공무원 지휘를 잘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똑같은 공무원들이 제가 있을 때 전혀 달랐다. 권한을 드리고 책임은 내가 지고, 잘하면 칭찬하고 보상하고 잘못하면 철저하게 책임 물었다"며 "나를 기껏해야 동장 시키겠지 하는 사람이 있으면 쓰레기 소각장에 쓰레기 분류하는 일을 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일을 꽤 오래 한 사람이 저를 직권남용으로 고발하기도 했다"며 "그게 무슨 직권남용인가. 그것도 시민을 위한 봉사인데"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유능한 리더가 좋은 길을 찾아낸다. 있는 길 잘 가는 것은 행정이 하는 일이고, 없는 길 만들고 불가능해 보이는 일을 해내는 것이 바로 정치"라며 "똑같은 선수라도 히딩크는 세계 4위 신화를 썼지 않나"라고도 강조했다.
성남시에 대한 기억을 되새기며 특별한 애정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13살 꼬맹이가 어머니 손을 잡고 공장에 출근하고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학원 다니면서 검정고시를 봐서 결국 이 자리까지 왔다"며 "저를 키워주신 것도, 저를 이만큼 이 자리에 오게 한 것도 바로 제가 사랑하는 성남시민 여러분이다.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는 앞서 경기 하남을 방문해서도 자신을 유능한 경제대통령이라고 강조하는 반면, 윤 후보는 '아마추어 정치가'라고 깎아내렸다.
이 후보는 "초보 아마추어가 국정을 연습하게 할 것인가. 검증된 실력을 갖춘 프로에게 국가 경영을 맡기겠는가"라며 "대통령을 유능하고 책임감 있고 경험 있는 프로, 검증된 실력이 있는 프로에게 맡기면 얼마나 좋은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공화국 주권자의 뜻을 아전인수하는 건 주권자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라며 "주권자인 국민의 위대한 뜻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유능한 대리인이 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또 이날 북한이 올해 들어 9번째 미사일을 발사한 것에 대해서는 "한반도에서 긴장을 조성하는 행위를 엄중하게 규탄한다"며 "서로 대화하고 함께 사는 길을 찾아가야 하는데 하필이면 투표하는 날, 어딘가에서 재난으로 고통받는 시기에 이런 행위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언급하며 "러시아가 전세계에서 비난을 받고 아주 나쁜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며 "그게 정의가 아니겠나. 무력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용인 유세에서는 국민통합을 강조하며 중도층 표심을 호소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선거 때는 경쟁하지만 선거가 끝나고 당선된 대통령은 모두를 위한 대통령"이라며 "힘을 다 모아서 국민통합정부를 만들어서 한번 잘 해보자"라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시계추처럼 왔다갔다 하듯이 둘 중 하나만 골라야 하는 상황이다"라며 "그러니까 촛불에 쫓겨난 정치세력이 다시 복귀하지 않나. 이를 막기 위해서는 제3의 선택이 가능하도록 정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양당 말고 제3당을 찍어서 10%가 나오면 10% 의석을 주고 그만큼 국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며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실천으로 정치개혁하고 정치교체할 진짜 새정치를 할 사람이 누군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경기 오산과 평택을 방문해서는 윤 후보의 사드추가 배치 공약을 지적하고 평화를 강조했다.
이 후보는 오산시 오산시청 앞 유세에서 "투표 이후 똑같은 세상이 그대로 있겠지만 미래는 전혀 다른 미래가 기다릴 것"이라며 "과거로 퇴행하는 정치보복이 난무하는, 민주공화국 가치가 훼손되고 경제 위기가 오는 세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쟁을 자극해 남북이 극단적으로 대치하고 군사위기가 고조되면서 한반도 리스크가 심화돼 경제가 나빠지는 그런 세상"이라며 "아니면 희망으로 국민이 똘똘 뭉치고 통합의 정치로 각 정치세력이 역할을 나눠 최선을 다하고 결과에 책임지는 나라가 있다"고 제시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의 선택은 윤석열이냐 이재명이냐가 아니라 여러분 스스로의 운명, 자녀들의 미래, 이 나라의 미래가 걸려있다"고 강조했다.
이후 평택시 평택역 앞 유세현장에서 윤 후보를 겨냥해 "수도권에 사드를 왜 배치하나. 할 말 없으니까 (북한이) 고각발사할 수도 있지 않겠냐고 한다"며 "국민을 안보를 갖고 농락하면 되겠나. 국민의 운명이 달린 안보를 정략으로 이용해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것 심판해달라"고 지적했다. 윤 부호는 수도권 방어를 위해 사드를 추가배치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한 바 있다. 구체적인 위치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평택 인근이 아니냐는 일각의 의견이 제기된 바 있다.
이 후보는 이날 경기 유세를 마치고 오는 6일 서울을 집중 공략한다. 6일 오후 서울 도봉구를 시작으로 성북·강북, 은평, 서대문, 관악·동작, 용산을 돌며 유세를 한다.
이 후보가 대선투표 전 마지막 주말 유세에서 수도권 유세에 집중하는 건, 수도권이 이번 대선의 승패를 좌우할 분수령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수도권은 유권자 수도 많지만 지지율이 윤 후보와 팽팽한 지역이 많아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는 "투표가 가까워지면서 남은 기간 동안 누구를 뽑을지 정하지 못한 중도층을 공략하는 게 우리 전략"이라며 "이념색이 옅은 수도권에서 최대한 경제와 정책 전문가 면모를 강조해 인물론으로 승부하면 중도층 상당수에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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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정석호 기자 seokho7@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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