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머니에 투표지" "1번 찍힌 용지도"..확진자 투표 아수라장

한영혜 입력 2022. 3. 5. 20:27 수정 2022. 3. 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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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이틀째인 5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확진·격리 유권자들의 사전투표 체험기가 다수 올라왔다. [온라인 커뮤니티]

제20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 이틀째인 5일 코로나19 확진자와 격리자를 위한 사전 투표가 진행됐지만, 준비 부족과 절차 미흡으로 전국 투표소 곳곳에서는 유권자들의 불만 섞인 항의가 이어졌다.

이날 확진·격라 유권자 사전투표는 이들이 기표를 마친 투표용지를 선거관리원이 바구니나 쇼핑백에 담아 유권자 대신 투표함에 넣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투표를 마친 기표 용지를 넣는 투표함이 일반 기표소에만 설치됐기 때문이다.

전국 대부분의 투표소가 이와 비슷한 절차로 진행되자 확진·격리 유권자의 항의가 잇따랐다.

5일 사전투표를 겪은 확진·격리자들의 반응. [온라인 커뮤니티]

부산 해운대구 우3동 투표소에서도 선관위 관계자가 이러한 방식을 설명하며 유권자들의 기표 용지를 박스에 담아 일괄적으로 투표함에 넣겠다고 하자 유권자들은 “직접 투표함에 넣어야 정상”이라고 강력하게 반발했다.

일부 유권자는 참관인도 없이 어떻게 투표하느냐고 항의했다. 이러한 모습을 지켜본 한 시민은 “신분증 확인도 제대로 안 하는 등 대통령 선거가 이렇게 부실해서야 되느냐”고 투표를 거부하고 귀가하기도 했다.

선관위 측은 책상 하나 없이 유권자가 타고 온 차량 보닛 위에 선거인명부를 놓고 신원을 확인하는가 하면 신분증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는 모습으로 유권자들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마두2동 사전투표소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이곳을 찾은 60대 남성 격리자는 “기표 용지가 곧바로 투표함에 들어가지 않고 별도로 보관됐다가 옮겨지는 과정에서 바뀔 수도 있는데 굳이 왜 이런 방식을 택했는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북 전주시 전북도청 현관에 마련된 사전투표소에서 한 유권자는 “우리 투표용지가 제대로 투표함에 넣어지는 거 맞냐”면서 “직접 투표함에 넣고 싶다”며 투표사무원을 밀치며 항의하기도 했다.

부산 강서구 명지1동 사전투표소에선 선관위 측은 확진·격리자가 기표한 투표용지를 바구니에 담아 한꺼번에 투표함에 넣겠다고 말하자 유권자들은 반발했다. 한 유권자는 “투표함이 아닌 다른 곳에 투표지를 넣는 것이 어떻게 직접 선거가 되느냐”고 선관위 측에 항의했다.

선관위가 준비한 확진자용 투표용지 수거박스. [연합뉴스]

이날 춘천시 온의동 사전투표소를 찾은 한 확진자 유권자는 “내가 기표한 투표용지를 투표사무원이 자신의 주머니에 넣으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며 “내 투표용지가 비밀이 보장된 채 투표함으로 제대로 투입됐는지 모르겠다”고 의아해 했다.

서울의 한 투표소에선 특정 후보에 기표된 투표용지를 배부했다가 유권자들의 항의로 잠시 투표가 중단되는 일이 벌어졌다. 서울 은평구 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은평구 신사1동주민센터에서 확진·격리자 대상 사전투표가 진행 중이던 유권자 3명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에게 투표된 용지가 든 봉투를 받는 일도 발생했다. 해당 투표용지가 발견된 뒤 일부 유권자는 투표를 할 수 없다고 항의했고, 투표를 이어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면서 현장이 아수라장이 돼 투표 진행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은평구 선관위 관계자는 “확진자들이 낸 기표 용지를 다시 (비확진자) 투표소에 올라가 참관인 앞에서 투표함에 투입하는 절차가 있는데 너무 정신이 없어서 기표가 된 용지가 들어있던 봉투와 투표용지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5일 사전투표를 겪은 확진·격리자들의 반응. [온라인 커뮤니티]

선관위의 투표소 부실관리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면서 정치권이 일대 혼란에 휩싸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페이스북에서 “참정권 보장이 최우선”이라며 “선관위와 당국은 9일 본투표에서는 확진자들의 불편과 혼선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용민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선관위는 사과하고 본 투표 때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하게 준비하기를 바란다”고 썼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이렇게 부실하고 허술한 투표를 관리랍시고 하는 선관위의 무능함에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국민의 마음을 왜곡하는 그 어떤 형태의 불법·부정·부실 투개표를 용납치 않을 것”이라며 “오늘 투표하신 분들의 표가 도둑맞지 않도록 반드시 지켜내겠다”고 했다.

이양수 선대본부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선관위가 확진·격리자들의 선거 관리에 만전을 기하지 않고, 야당 선거 감시에만 몰두하다 보니 선거 현장이 엉망진창”이라며 “선관위는 오늘 벌어진 사태에 대해 국민께 명확히 설명하고 백배사죄해야 하며, 관계자들을 문책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국민의힘 행안위원들은 이날 밤 선관위를 항의 방문했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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