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격리자는 기표만 가능..대리투표나 마찬가지" 남양주서도 혼란

중앙선관위 "운영 미숙 송구스럽다"

5일 경기 남양주시의 한 사전투표소 외부에 설치된 확진자 기표소에 준비된 '임시기표소 투표지 운반' 봉투. 이를 두고 '대리투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 및 영상=독자제공) © 뉴스1

(남양주=뉴스1) 이상휼 기자,김기태 기자 = "확진자라서 내 손으로 직접 투표함에 투표지를 못 넣고 대리인이 투표함에 넣는다고 한다. 사실상 대리투표 아니냐. 확진자가 하루에도 수십만명씩 속출하는데 오는 9일 본선거 때도 이런 방식으로 선거를 치를 거냐."

제20대 대선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5일 오후 6시 경기 남양주시 호평평내행정복지센터센터 밖에 설치된 확진자용 기표소에서는 수십여분간 소란이 빚어졌다.

중앙선관위는 이번 대선 사전투표에서 확진자·격리자는 일반 기표소와 분리, 외부에 마련된 임시 기표소에서 투표를 치르게 조치했다.

공식 규정상 확진자와 격리자는 투표용지를 직접 투표함에 넣지 못하고 투표용지를 밀폐된 봉투에 담아 투표사무원에게 전달해야 한다. 전달된 투표용지는 선거 사무원이 대리로 투표함에 넣는 방식이다.

투표자는 기표만 할 수 있고, 투표함에 직접 기표지를 넣을 수 없다.

이 때문에 일부 확진자들은 "엄밀히 따지자면 대리투표"라며 "음식점서 계산할 때 카드만 건네주고 계선서를 확인 제대로 못해 덤터기 쓰는 경우도 왕왕 있듯이 기표지가 투표함에 도달하지 못하는 사고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고 주장했다.

처음 시행하는 이 같은 방식의 선거관리로 인해 선관위는 '운영 미숙'이라는 질타를 받고 있다.

확진 유권자들은 이날 "투표함에 제대로 들어가는지 봐야 믿을 수 있다"면서 선관위 측에 항의하는 등의 소동이 빚어졌다.

이들은 "아픈 사람들 강추위에 바깥에 장시간 세워놓고, 기다리다 지쳐 가게 하는 등 이 무슨 운영미숙이냐"며 단체로 항의했다.

남편과 함께 확진자 기표소에 방문했다는 남양주시민 윤모씨(58)는 이날 "2시간 가량 바깥에서 줄을 서서 떨었다. 투표지가 5~6장 모이면 노란바구니에 담은 뒤 그걸 하얀봉투에 옮겨담고 선거사무원이 실내 투표함으로 들고 가서 대신 투표한다고 한다. 내 투표지가 투표함에 들어가는지 내 눈으로 봐야하는데 그게 안 된다고 하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윤씨가 제공한 영상을 보면 이날 확진자 기표소를 방문한 다수의 유권자들은 "선관위는 왜 이런 식으로 운여하느냐"면서 항의했다. 이날 호평평내행정복지센터에서만 200여명의 확진자들이 오후 6시 넘도록 제대로 투표를 치르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남양주시 선관위 관계자는 "중앙선관위의 지침대로 성실히 수행했을 뿐이다"면서 사전투표 과정에서 일어난 소동은 절차상 문제 없는 일이라고 대답했다.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각 투표소마다 투표함은 실내에 위치해 있고, 확진자들은 감염 우려로 실내에 들어오지 못하기 때문에 동선을 분리하다보니 빚어진 상황"이라며 "확진자들이 기표하면 사무원이 참관인과 함께 투표함에 넣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해명했다.

이어 중앙선관위 관계자는 "처음 치르는 방식이다보니까 운영상 미숙에 대한 지적이 많다. 이 부분은 매우 송구스럽다. 오늘따라 강풍이 많이 불어서 확진 유권자들이 더 화가 난 것 같다"고 덧붙였다.

daidaloz@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