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서 전쟁난 사실 도무지 안믿는 러시아 사람들

강영진 2022. 3. 7. 10:5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사내용 요약
러 내 우크라인 가족만 1100만명 달하지만
자식과 형제 자매, 사촌 등 가까운 친척들조차
'탈나치화 위한 특별군사작전 진행중'이라는
러 정부 허위 선전만 믿으며 민간인 공격 부인

[하르키우=AP/뉴시스] 지난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제2 도시인 북부 하르키우에서 우크라이나 구조대원이 러시아군의 아파트 공격으로 사망한 희생자의 시신을 옮기고 있다. 2022.03.02.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치고 주택과 도로, 교량 등이 파괴되는 참상이 이어지는데도 러시아 거부 우크라이나 주민 친척들 상당수가 전쟁이 벌어진다는 사실조차 믿지 않고 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키이우(키예프)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미샤 카트시우린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에 포격을 시작한 지 4일이 지나도록 러시아 니즈니노브고로드에서 교회 관리인인 아버지가 전화조차 하지 않는 게 궁금해 전화를 걸었다.

그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공격을 당하고 있다면서 "자식들과 아내를 피신시키려 애쓰고 있다. 정말 겁난다"고 말하자 아버지 안드레이 카트시우린은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아버지가 "소리를 지르며 '거봐라 모든 게 그런 식이다. 그들은 나치다"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인들은 러시아의 공격에 맞서는 한편으로 러시아에 있는 가족들로부터 황당하고 비현실적인 반응을 바로잡느라 애쓰고 있다. 러시아의 가족들은 러시아 군인들이 죄없는 사람들을 공격하고 있다는 걸 믿지 않으려하고 심지어는 전쟁이 일어났다는 사실조차 안믿으려 한다.

이들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군대가 우크라이나의 "탈나치화"라는 '고귀한 명분' 아래 제한적인 "특별군사작전"을 실시중이라는 러시아 정부의 공식 입장을 믿고 있다. 푸틴은 유태계로 러시아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대해 "약물 중독자 나치"라고 하면서 자신의 침공을 정당화했었다.

러시아 정부가 러시아내에서 독립 언론을 탄압하고 이야기를 지어내면서 대부분의 러시아 국민들이 허위 정보를 믿고 있다.

러시아인 가운데 약 1100만명이 우크라이나에 가족이 있다. 우크라이나 주민들은 상당수가 러시아 민족이며 우크라이나 동남부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러시아어를 모국어로 사용한다.

러시아 TV 채널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와 주변 지역에 대한 폭격 사실을 전하지 않으며 하르키우와 마리우폴, 체르니히우 등 우크라이나 도시들을 초토화시킨 공격 사실도 전하지 않는다. 또 러시아군이 장악한 헤르손에서 벌어진 평화적 항의 시위와 러시아 전국에서 벌어진 시위도 보도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 TV들은 러시아군이 거둔 전과를 집중보도하면서도 러시아군 사상자수는 전하지 않고 있다. 많은 국영 TV 기자들이 러시아군 미사일과 박격포 공격이 없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 머물고 있다. 최근 보도에 러시아군 행렬이 키이우를 향해 60km 이상 길게 늘어선 장면조차 등장하지 않았다.

지난 4일 러시아는 정보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금지시켰다.

카트시우린은 이 모든 일들 때문에 아버지가 "러시아군인들이 사람들을 돕고 있다. 따듯한 옷과 음식을 주고 있다"고 말한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이런 일을 겪는 사람은 많다. 벨렌티나 크레미르가 전투가 치열해 아들이 키이우 외곽 부차의 방공호에서 며칠을 보냈다고 러시아의 형제자매들에게 편지를 쓴 뒤 말도 안된다고 말하는 답신을 받았다. 그는 "그들이 키이우에 아무 일도 없고 키이우를 폭격하는 사람도 없다"고 말한다면서 자기 형제자매들은 러시아가 "정확하게" 군사시설만 공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러시아 페름에 사는 자매 리우보우가 러시아가 침공을 시작한 다음날인 지난 달 25일 생일 축하 메시지를 보내와서 키이우의 상황을 알리는 내용의 답신을 보내자 자매가 짧게 답해왔다고 했다. "키이우를 폭격하는 사람은 없으며 아버지가 맞서 싸웠던 나치를 걱정해라. 자식들도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 것이다. 우리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사랑하지만 대통령을 잘못 뽑은 걸 반성해야 한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크레미르는 러시아 크라스노야르스크에 사는 형제에게 언론 사이트에 실린 파괴된 탱크 모습과 건물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내자 반박하는 답이 왔다고 했다. "가짜 뉴스 사이트"라며 우크라이나군이 한 짓을 러시아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고 했다는 것이다. 크레미르는 "도무지 러시아군이 한 짓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러시아군의 집중공격을 받는 우크라이나 북부 러시아 국경 근처의 하르키우에 사는 아나스타시아 벨로미트세바와 남편 블라디미르는 일곱살짜리 딸에게 설명하는게 친척들에게 설명하는 것보다 쉽다고 했다. "친척들은 이곳에서 벌어지는 일을 전혀 알지 못했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이유없이 공격할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벨로미트세바의 할머니가 러시아에 살고 있다. 하르키우는 일부 지역이 완전히 초토화됐으며 시청사도 폭격을 맞아 부서진 상태지만 러시아 친척들은 러시아 정부가 말처럼 침공이 나닌 "특별군사작전"이며 민간인은 한 사람도 공격당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지난 5일까지 우크라이나에서 민간인 35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유엔이 밝혔다. 실제 사망자수는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체르카시에 사는 스베틀라나(60)는 벨라루스에 사는 자매와 러시아 톰스크에 사는 사촌이 하는 말을 믿을 수가 없다고 했다. 그녀는 물론 우크라이나 사람 누구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는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 모르는 것을 떠나 정치인들이 말하는 것만 믿는다"고 했다.

그는 "그들에게 우리도 사람이다. 이 일은 우리에게 중대한 일이다. 머리를 모래에 묻고 감추지 말라고 했고 자식들을 군대에 보내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자 반응이 무서웠다. 모두 정치인들이 잘못해서 그랬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사촌과 주고받은 웟츠앱 메시지를 보여줬다. 메시지는 사촌이 서방이 두 "형제국"이 서로 싸우도록 만들어 덕을 보려고 전쟁을 꾸며냈다는 러시아 국영TV 보도에 세놰돼 있음을 드러냈다.

사촌은 서방 무기회사들이 돈을 벌고 있으며 서방이 러시아 에너지 대체원을 확보했다고 썼다. 이같은 반응은 우크라이나인이 겪고 있는 일의 심각성을 전혀 알지 못하고 인명 손실을 묵살하는 것이라고 스베틀라나는 말했다.

그는 "매일 소식을 전하지만 반응은 '이건 가짜 뉴스다. 정말 일어난 일일 수가 없다. 누구도 민간인들을 쏠수도 쏘지도 않는다는 것"이라고 했다.

하르키우의 벨로미트세바는 남편이 러시아의 가족들과 연락하고 있지만 자신은 러시아가 크름반도를 합병하고 우크라이나 동부를 침공한 뒤 자신의 친척들과 대부분 연락을 끊었다고 했다.

카트시우린은 자신의 가장 가까운 가족을 외면할 순 없다고 했다. "그들은 내 가족이고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다. 아버지 때문에 화가 나는 게 아니라 러시아 정부 때문에 화가 난다. 러시아의 선전이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친척들을 비난할 수 없다는 걸 안다"고 했다.

아버지와 연락을 끊을까도 생각했지만 "아버지기 때문에 그를 설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카트시우린은 자신의 아버지를 불평하는 내용의 포스트를 인스타그램에 올린 뒤 널리 알려지자 파파포버닷컴(papapover.dom)이라는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아버지 믿으세요"라는 뜻이다. 이 사이트에서 그는 우크라이나 주민들이 친척들에게 전쟁에 대해 어떻게 말해야 하는 지를 알려주고 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친척이 있는 러시아인이 1100만명입니다. 이 숫자면 혁명부터 최소한 저항까지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jkang1@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