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번지는데 산불진화 헬기 왜 안오나 했더니..절반은 정비 중

우성덕,이상헌 2022. 3. 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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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 헬기 21대만 투입
나머지 26대 정비로 운행못해
보유헬기 60% 20년이상 노후
산불 조기진화 실패 요인 꼽혀
"초대형 헬기 도입 매우 시급"
강원·경북 헬기도 노후화 심각
7일 경북 울진 금강송 군락지에서 산불지연제를 투하 중인 산불 진화 헬기 모습. [사진 = 연합뉴스]
지난 4일 발생한 경북·강원 지역 동해안 산불이 나흘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산불 진화에 투입된 산림청 산림항공본부 소속 헬기가 노후화로 인한 정비 문제로 인해 절반 이상이 운항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산림청은 헬기가 산불 진화에 핵심 역할을 하고 있지만 보유한 헬기를 모두 가동하지 못하면서 산불 조기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산림청에 따르면 산림항공본부가 보유한 헬기는 총 47대다. 기종별로는 초대형 헬기(담수량 5000ℓ 이상) 6대와 중대형 헬기(2700~5000ℓ 미만) 30대, 소형 헬기(1000ℓ 미만) 11대가 있다. 이 중에서 이날 동해안 산불 현장에 투입된 헬기는 전체 중 41%인 21대에 불과했다. 초대형 헬기 등을 비롯해 26대는 정비로 인해 운항을 하지 못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보유한 임차 헬기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경북도 역시 임차 헬기 16대 가운데 10대만 울진 산불 현장에 투입됐다. 6대 중 4대는 정비에 들어갔고, 2대는 타 지역 산불 진화에 나선 상황이었다. 특히 경북도 임차 헬기의 평균 기령은 37년에 달해 수시로 정비와 수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강원도 임차 헬기도 6대로 4대만 이번 동해안 산불 현장에 투입됐다. 나머지 헬기 2대는 춘천·화천권 등의 산불 대처를 위해 계류 중이다.

강원도는 행정구역이 넓고 산림 면적도 방대해 모든 임차 헬기가 한곳에 투입되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강원도 소방본부가 보유한 헬기 역시 2대에 불과해 군 헬기까지 총동원돼 진화에 나서고 있다.

이 때문에 강릉·동해·삼척·영월 산불 현장에서는 "헬기가 보이지 않는다"는 아우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지난 5일 삼척 산불 현장을 찾아 "말이 전진 배치지 헬기가 산불 현장까지 투입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며 더딘 진화 상황에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게다가 강원도 임차 헬기와 소방 헬기 모두 담수 용량이 2000ℓ 미만인 중소형 기체다. 여기에 기체가 노후돼 장기간 운항도 어렵다. 강원도 임차 헬기의 평균 기령은 42년으로, 전국 시·도 중 가장 노후됐다. 강원 소방본부 관계자는 "동해안에서 대형 산불이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는 만큼 중대형급 헬기 도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결국 동해안 산불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크고 작은 산불이 발생하면서 헬기 진화 전력까지 분산됐고 가동하지 못하는 헬기까지 발생하면서 산불 조기 진화가 늦어진 셈이다.

산불 진화 헬기가 제대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노후화 문제 때문이다. 산림청 보유 헬기 중 60%가량인 28대가 기령이 20년을 넘은 노후 기체로 초대형 헬기는 평균 7.2시간마다 정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산림청은 노후 기종 문제와 헬기 부족으로 인해 2024년까지 보유 헬기를 50대로 늘리겠다는 계획은 갖고 있다. 산림청 관계자는 "헬기가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특히 초대형 헬기를 더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자체의 임차 헬기는 노후화가 더 심각하다. 지자체 임차 헬기는 산림청 헬기보다 먼저 현장에 출동해 산불 초기 진화의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지만 노후화된 탓에 헬기 기동성은 매우 저하된 상태다. 지난해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이 산림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의 임차 헬기는 70대에 불과하고 평균 기령은 35년에 달했다.

최연철 한서대 헬리콥터조종학과 교수는 "노후 기종일수록 정비 등 유지 관리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효율적인 운영이 불가능하다"며 "노후 헬기 교체는 재난대응 개념으로 별도 예산 편성이 필요하고 산림청 헬기 대수를 늘려야만 보다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울진 = 우성덕 기자 / 강릉 = 이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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