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우크라 피란민들'이 가장 먼저 찾은 건 음식도 옷도 아니었다
'엘지전자 후원' 송솔나무씨, 프셰미실 역에서 연주회 진행
(프셰미실(폴란드)=뉴스1) 원태성 기자 = "전기를 쓸 수 있는 곳이 있을까요"
집채만한 초록색 트렁크를 끌고 5시간을 기다려 우크라이나와 폴란드 국경인 메디카 검문소에 도착한 아나스타샤(29)가 자원봉사자에게 가장 먼저 요청한 것은 음식도 옷도 아니었다.
손에 꼭 쥔 스마트폰을 가리키며 아나스타샤는 초록색 조끼를 입은 자원봉사자에게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 있는 곳이 있는지를 먼저 물었다.
"물론이지"라는 대답과 함께 봉사자는 그를 비닐 천막으로 세워진 임시 쉼터 옆에 큰 소리를 내며 작동중인 휴대용 발전기로 데려갔다. 아나스타샤는 그제야 안심한 듯 스마트폰에 충전단자를 연결하고 "감사하다"는 말을 연신 내뱉었다.
아나스타샤처럼 전쟁을 피해 우크라이나를 떠나 폴란드에 도착한 사람들 중 상당수는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 있는 곳이나 국경을 넘어서도 사용할 수 있는 유심카드를 찾았다.
메디카 국경 검문소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인 프셰미실 중앙역이나 빈 쇼핑센터에 마련된 임시 대피소에도 7일(현지시간)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음식과 옷, 유아용품과 더불어 유심카드를 무료로 피란민들에게 지원했다.
프셰미실 중앙역에는 이날 폴란드 이동통신 회사인 폴콤텔(Polkomtel)이나 T-Mobile 등에서 나온 자원봉사자들이 유심카드를 나눠주고 있었다. 이들은 피란민들에게 나눠주는 유심에 이미 데이터가 충전되어 있고 아울러 유럽연합(EU) 전역에서 전화를 할 수 있는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임시대피소와 중앙역에서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 있는 곳에는 이미 많은 피란민들이 모여 있었다.
이곳뿐만 아니라 프셰미실 인근에 위치한 상당수의 식당이나 상점 등의 입구에도 '피란민들에게 전화 제공', '스마트폰 충전 가능'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피란민들이 스마트폰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는 여러가지였다. 헤어진 가족들의 안부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 피란민들의 상당수가 스마트폰을 활용해 추후 자신이 머물 수 있는 곳을 물색하거나 자신이 떠나온 마을에 대한 정보 등을 교환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러시아가 최근 장악한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출신의 아나스타샤는 충전된 스마트폰으로 가족들과 함께 머물 곳을 검색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오랜 검색 끝에 독일 플랫폼에서 피란민들에게 숙소를 무료로 제공해주는 곳을 찾았고 자원봉사자들로부터 독일행 버스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았다.
우크라이나 키이우(키예프) 출신의 옥사나에게 스마트폰은 아직 우크라이나에 남아 있는 가족들과 연락을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그는 "부모님이 사는 곳이 최근 공습을 당해 연락이 두절됐다"며 "현재 페이스북 메신저로 친구와 연락을 하면서 부모님 소식을 전해듣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공습이 심해지면서 부모님도 마을을 떠나 이곳으로 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그들이 안전하게 이곳에 도착하기만을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여러 대도시의 통신시설이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파괴되면서 많은 지역에서 전화와 인터넷이 두절된 상태다.
이에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난달 26일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에 도움을 요청했다. 머스크는 10시간만에 "스타링크가 우크라이나에 개통돼 있으며 더 많은 터미널 개통이 진행 중"이라며 우크라이나 정부 요청에 응한 상황이다.
스타링크는 일론 모스크의 우주탐사 기업 스페이스X가 운영하는 위성 인터넷 시스템이다.
한편 이날 오후 2시40분께 프셰미실 중앙역에서는 한국에서 온 연주자가 피란민들을 위한 공연을 진행했다.
엘지전자의 후원을 받아 우크라이나 피란민들을 위한 공연을 하기 위해 이곳에 온 플루티스트 송솔나무 씨는 2번 플랫폼에서 '내 고향'을 연주했다.
그는 "나는 연주자이면서 동시에 NGO 단체에 소속된 사람"이라며 "음악으로 상처를 치유해 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송씨는 "아버지와 이별한 아이들이 음악을 직접 배우면서 고통을 이겨내기를 바란다"며 아이들에게 나눠주기 위해 한국에서 직접 가져온 피리를 보여주기도 했다.
kha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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