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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들은 촉법소년 연령 낮춘다는데, 호통판사님은 "반대..회복적 사법을"

유경선 기자 입력 2022. 03. 08. 2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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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소년심판'이 다시 던진 화두

[경향신문]

천종호 대구지법 부장판사
“태어난 악 아닌 ‘길러진 악’
진실된 사과 선행된 처벌
적어도 한 번은 기회 줘야”

넷플릭스 드라마 <소년심판>이 ‘소년범죄’라는 화두를 다시 던졌다. 2017년 인천 초등학생 유괴 살인사건, 같은 해 부산에서 벌어진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 2018년 인천에서 갓 졸업한 초등학생이 같은 나이 학생들에게 집단으로 성폭행을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 <소년심판>은 실제 일어난 사건들을 극으로 끌고 와 소년범죄의 충격적 면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러면서 엄벌주의와 보호주의 사이를 오가는 판사들의 고민을 비춘다.

최근 몇 년 새 소년범을 엄벌에 처하라는 여론이 커졌다. 여야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도 이런 시류가 반영돼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현행 14세 미만인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촉법소년 연령을 12세 미만으로 낮추겠다고 했다. 촉법소년은 범죄를 저질러도 형사책임을 지지 않는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은 대세인 것처럼 보인다.

천종호 대구지법 부장판사(사진)는 기자와 인터뷰하면서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반대한다고 했다. 법정에서 소년범에게 “안 돼, 안 바꿔줘. 바꿀 생각 없어. 빨리 돌아가”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모습으로 잘 알려진 천 판사는 <소년심판> 제작진에 자문을 했다. 그런 그가 촉법소년 연령 하향에 반대하는 건 “한 번 내리면 끝이 없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대신 소년보호처분을 현행 최대 2년에서 더 늘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촉법소년이 범죄를 저지르면 보호처분 1호에서 10호까지 받을 수 있다. 10호가 ‘장기 소년원 송치’로 가장 무거운 처분이고, 기간은 최대 2년이다.

천 판사는 ‘회복적 사법’을 강조했다. 소년범 사건 피해자의 상처는 ‘가해자 처벌’로만 치유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해자의 진정 어린 사과’가 있을 때 치유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가해자의 사과 없이 엄벌을 선고하는 것은 피해자에게 반쪽짜리 결과일 뿐이라는 것이다. 천 판사는 “피해자의 권리 보호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 가해자의 피해자에 대한 사과, 피해자의 정신·심리적 치료 등 복지 혜택까지 세 가지 축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천 판사는 소년범 엄벌 여론에 대해 “순수할 것이라는 기대에 대한 반작용으로 혐오가 더 커지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 아이들이 그렇게 되기까지의 실상을 알면 그 반작용이 누그러지는 것을 여러 차례 보았다”고 말했다. 소년범은 ‘태어난 악’이 아니라 ‘길러진 악’이라는 것이다.

천 판사는 “적어도 한 번은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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