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 키이우 외곽 진격..우크라 공수부대와 백병전
러시아 침공 13일째인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북서부 인접 지역에서 시가전과 백병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AFP 통신이 전했다. 우크라이나 동부에선 지난 7일 밤부터 8일 새벽 사이 러시아 전투기들이 주요 도시들을 공습했다고 현지 관리들이 전했다.
키이우 서쪽 근교 도시 이르핀의 한 우크라이나 공수부대 중위는 이날 AFP에 “(이르핀에) 러시아군 200명, 50대 경장갑차, 여러 대의 탱크가 포함된 종대가 있다. 밀어내려고 노력하는데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르핀 시내 곳곳에는 러시아 저격수도 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르핀은 키이우 사수를 위한 우크라이나의 저항 거점이다.
키이우 북서쪽 외곽 도시이자 이르핀에 인접한 부차도 심한 포격에 시달렸다고 아나톨 페도럭 부차 시장이 전했다. 러시아군은 또 키이우 서쪽 148㎞에 위치한 지토미르와 인근 마을 체르니아히우에 있는 석유 저장고를 공격했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미 해군분석센터의 러시아군 전문가 마이클 코프먼은 “거대한 러시아 수송대가 키이우를 포위하기 위해 천천히 이동하고 있다”며 “이는 1999년 체첸 수도를 함락시킬 때와 같은 매우 나쁜 분위기를 주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당시 민간인을 가리지 않는 잔혹한 공격으로 체첸 수도 그로즈니를 함락했다.
우크라이나 북동부에선 러시아 공습에 민간 피해가 커지고 있다. 수미 지역 옥티르카시에서는 폭탄이 주거용 건물에 떨어져 열병합 발전소가 파괴됐다. 동부 하르키우에서는 교전 끝에 러시아군 41군 참모장인 비탈리 게라시모프 소장이 사망했다고 우크라이나 정보부가 밝혔다. 지난 3일 소장급인 안드레이 수코베츠키 러시아 제7공수사단장이 전사한 데 이어 두 번째 러시아군 장성 사망이다.
러시아군에 8일째 포위된 남부 항구 도시 마리우폴에선 전기·난방·수도·통신 시설이 끊겼다고 우크라이나 방위군이 밝혔다. 국제 인권 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마리우폴에서 대피하지 못한 20만 시민이 심각한 물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계속되는 포격으로 인해 민간인 사망자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없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 당국은 개전 이후 러시아군 사상자는 1만2000명으로 집계됐다고 8일 발표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우크라이나 군사 기반 시설 2482곳을 파괴했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민간인 대피를 위한 경로 일부를 합의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동부 수미와 키이우 인근 이르핀에서 민간인 대피가 시작됐다”고 말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키이우·체르니히우·수미·하르키우·마리우폴 등 5개 도시에서 민간인이 대피할 수 있도록 인도적 통로를 개방했다고 주장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7일 텔레그램 동영상에서 “숨지 않을 것이고 누구도 두렵지 않다”며 “나는 여기 키이우에 머물겠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 정부의 국외 피신 권고를 거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7일 기자회견에서 중국을 향해 “말보다 행동이 더 중요하다”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규탄을 촉구했다. 반면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이날 연례 기자회견에서 “중·러 협력은 양국 인민에게 이익과 복지를 가져다줄 뿐만 아니라, 세계의 평화·안정·발전에 유리하다”며 “중·러 관계는 제3자의 방해나 도발에 영향받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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