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재창출 실패.."40%만 바라본 文, 60% 국민에 심판받았다"

강태화 2022. 3. 1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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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9일 받아 든 집권 5년의 성적표는 결국 '정권 재창출 실패'였다.

조국 전 법무장관이 사의를 표명한 2019년 10월 14일 오후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참석해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그의 후임은 윤석열 당선인이다. 검찰개혁에 사활을 걸었던 문 대통령이 직접 임명한 검찰총장이 야당의 후보로 당선된 이례적인 케이스다.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이 스스로 검찰개혁의 제도화를 유일한 성과로 내세워왔다는 점에서 국민이 윤 당선인을 대통령으로 선택했다는 것 자체가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한다.

또 문재인 정부는 두 달 뒤 윤 당선인과 국민의힘에 정권을 내주게 됐다. 한국 현대정치사에서 87년 개헌 이후 이어져온 ‘10년 집권론’의 철칙까지 깨뜨린 첫 정부로도 기록됐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이 청와대 본관 충무실에서 신임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당시 윤석열 당선인에게 검찰개혁을 요청했지만, 그는 야당 대선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직선제 선거가 도입된 뒤 보수와 진보 정당은 노태우ㆍ김영삼→김대중ㆍ노무현→이명박ㆍ박근혜 정부로 이어지며 10년씩 번갈아 집권해왔다. 진보 정부를 표방했던 문재인 정부가 5년만에 야당에 정권을 내준 것은 35년만에 처음이다.

촛불시위와 전직 대통령 탄핵으로 보수 진영이 쑥대밭이 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청와대와 여권은 지난 5년 내내 정권 재창출을 자신해왔다. 그동안의 전국 단위 선거에서도 '연전 연승'의 기세였다.

2020년 4월 총선에서 이해찬 당시 더불어민주당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이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종합상황판에 당선 스티커를 붙이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공동상임선대위원장, 이인영 원내대표, 더불어시민당 우희종, 이종걸 공동상임선대위원장. 중앙포토

이해찬 전 대표 등 당 내에선 ‘20년 장기집권 시나리오’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결국 현 정권의 정권 재창출의 희망은 물거품이 됐고,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은 정권 교체의 가장 강력한 빌미를 제공한 결과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9월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 등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조국 전 장관이 문 대통령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상일 케이스탯컨설팅 소장은 “집권 초기 북한과 원전 정책에 대한 독주에 이어 부동산 정책 등 지속된 정책실패가 민심 이반의 기초적 바탕이 됐다”며 “그러나 결정적으로 문재인 정부에 대한 확증에 가까운 반대 여론이 폭발한 계기는 ‘내로남불’로 상징되는 국정운영 기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소장은 “문 대통령이 공정과 통합을 국정운영의 목표로 제시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기대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며 “그런데 ‘조국 사태’로 대표되는 고집에 가까운 인사 스타일은 국민적 적대와 분열로 이어졌고, 문 대통령이 통합을 주도하기는커녕 오히려 편나누기를 정치적으로 활용했다는 점에 대해 적극적인 심판이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2019년 보수단체들이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고 조국 당시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뉴스1

실제로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반복됐던 ‘내로남불’과 ‘갈라치기’에 대한 비판에 대해 사과한 적이 없다. 문 대통령은 오히려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대해 “마음의 빚이 있다”며 끝까지 그를 옹호했고, 국민분열의 원인에 대해선 매번 야당과 언론 등에 책임을 돌렸다.

이에 대해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임기말 40%가 넘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의도적인 갈라치기에 따른 극단적 분열의 결과물”이라며 “결국 40%만을 바라봤던 문 대통령의 정치적 폐쇄성 때문에 적(敵)으로 몰린 60% 국민의 심판을 받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최 원장은 “문 대통령은 첫 비서실장으로 ‘86 운동권 세대’의 상징인 임종석 전 실장을 임명한 것을 시작으로 최소한의 탕평까지 무시하고 모든 요직을 운동권 일색의 ‘내 편’으로만 채웠다”며 “특히 문 대통령은 스스로 검찰 개혁을 요청하며 검찰총장으로 임명했던 윤석열 당선인에게 정권을 내줬다는 점에서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가장 혹독한 평가를 받는 대통령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2017년 5월 23일 봉하마을에서 엄수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8주기 추도식에서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찾아뵙겠다”며 국민통합과 사회개혁, 그리고 정권재창출을 성공한 정부의 조건으로 제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서 인사말을 한 후 단상에서 내려오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문 대통령의 약속과 달리 지난 5년 간 과거 여의도 정치권에 국한됐던 분열구도는 전국민적 극단적 대결로 확대됐다. 그리고 개혁의 대상으로 꼽았던 검찰을 이끌었던 윤석열 당선인에게 앞으로 두달간 권력을 이양한 뒤 오는 5월 노 전 대통령의 13주기 추도식에 참석할 처지가 됐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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