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빙 대선결과 '적중'한 지상파 3사 출구조사..비법은 무엇?

[윤석열 대통령 당선]실제 결과와 0.1%p 차이로 적중한 예측
사전투표 비중확대 반영..'1만명 전화조사' 보정 주효

처음으로 경쟁구도가 형성됐던 9일 대선 출구조사에서 희비가 갈렸다. 지상파 3사 연합과 제이티비시(JTBC) 조사 모두 오차범위 안이었으나 예측 방향은 완전히 반대였기 때문이다. 지상파 3사와 한국방송협회가 구성한 공동출구조사위원회(KEP) 출구조사(95% 신뢰도 구간에 오차범위 ±0.8%)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0.6%p 차로 앞설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실제 격차는 0.73%p였으니 상당히 정확했다고 볼 수 있다. 출구조사는 아니지만 갤럽 등 각종 여론조사분석기관의 예측조사 가운데서도 가장 실제에 근접했다.

초박빙 판세에다 선거법상 사전투표는 출구조사에 포함되지 않아 이번 조사는 ‘역대급’ 난이도로 예상돼 왔다. 역대 전국 단위 선거를 살펴보면,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전체 투표에서 20.22%를 차지했던 사전투표 비중은 2016년 20대 총선 21.02%, 2017년 19대 대선 33.76%, 2018년 지방선거 40.32%로 커져 온 데 이어 이번엔 47.9%(사전투표율은 36.93%)로 나타났다.

지상파 3사와 조사·분석기관 쪽은 사전투표 직후,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인 지난 6일과 7일 이틀에 걸쳐 실시한 1만명 샘플 전화 여론조사가 정확성을 높이는 주요한 요인이었다고 꼽았다. 이들은 이번 대선에서 처음으로 전화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사전투표 예상 득표율을 산출해 당일 투표 현장조사 결과를 보정했다. 사전투표자에게 ‘누구를 찍었냐’고 묻는 건 선거법에 금지돼 있지만, 전화 조사 때 사전투표인지 본투표인지를 묻고, 지지 후보를 묻는 것은 가능하다.

그동안 사전투표 예상 득표율은 중앙선관위원회가 여론조사기관에 넘기는 지역·성·연령별 인구통계학적 자료를 반영해서 산출했다. 같은 연령, 같은 성별이라면 사전투표 참여자나 당일투표 참여자나 같은 정치 성향을 가질 것이라고 가정한 것이다. 하지만 선거를 거듭하며 조사 주체들의 고민은 깊어졌다고 한다. 이번 조사를 맡은 여론조사 기관 세곳 가운데 주관사인 입소스의 이찬복 본부장은 10일 통화에서 “사전투표 초기엔 특정 성향이 적었지만 2017년 선거 때부터 젊은 세대, 그리고 진보 성향의 유권자가 사전투표를 훨씬 많이 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이러면서 민주당 후보의 득표가 과소예측되는 문제가 나타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이들은 지난해 4·7 재보선을 ‘테스트베드’로 삼았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에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해 선거 뒤 이 데이터를 검증해보는 등 여러 차례 시뮬레이션과 스터디를 거듭했다. 위원회엔 각 방송사 선거방송 담당자와 위촉 자문교수, 파트너인 조사기관들이 참여하는데, 보정 방법을 두고 격론이 오가기도 했다. “말이 보정이지 실제 사전투표를 했는지 검증할 수 없는 응답을 현장 출구조사와 ‘섞는 것’은 과학적이지 않다”는 반론도 있었다고 한다. 특히 사전투표 예측치로 보정했을 때와 보정하지 않았을 때 후보 간 당락이 바뀐다면,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틀릴 것이 예상되는 과거 방법을 그대로 밀고 갈 수도, ‘감’으로 보정치를 정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전화 여론조사의 샘플을 기존 1천~3천명에서 1만명으로 크게 늘리기로 했다. 최선호 케이이피 위원장(SBS 선거기획팀장)은 “방송사들로선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 조사는 방송에 활용할 방법도 없고 비용 문제도 있었지만, 정확도를 높이는 게 최우선이었다”고 말했다. 실제 2020년 총선 당시 출구조사가 크게 엇나가 ‘출구조사 무용론’이 방송사 내부에서 나오기도 했기 때문에, 조사 주체들 사이에선 ‘이번에 틀릴 경우 방송사들 출구조사가 중단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있었다고 한다.

1만명 샘플의 전화 여론조사에선 사전투표를 했다고 응답한 사람이 5천명을 넘었다. 사전투표율보다 조금 더 많이 응답한 셈이다. 여기에 선관위의 인구통계학적 구성을 적용했다. 이렇게 산출된 사전투표 득표율은 51:44로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를 앞선 것으로 예상됐는데, 당일 현장조사는 그 수치가 반대로 나왔다고 한다. 사전투표 비중이 실제로는 절반이 조금 안 됐으니 얼추 선거 결과와 맞는 셈이다.

9일 당일 조사·분석기관 사람들은 방송사 담당자의 연락도 차단된 곳에서 마지막 수치를 결정해 발표 30분 전인 저녁 7시 각 방송사에 보낸 뒤 밤새 개표방송을 지켜봤다. 이찬복 본부장은 “현재로선 사전투표를 반영하기 위해 전화 여론조사 실시로 추적하고 보정하는 노하우나 기술이 정확도의 관건이다. 전국 단일선거구인 대선은 그나마 낫지만 지방선거나 총선은 더욱 어렵다. 앞으로 숙제가 더 크다”고 말했다.

김영희 선임기자 do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