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한·일관계 개선 급발진 경계하라

김청중 2022. 3. 13. 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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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당선인, 한·일 협력 강조
복잡한 양국관계 '단칼 해결' 안돼
환경·저출산 등 공통과제부터 협력
신중히 '간극' 좁히는 지혜 발휘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등장을 계기로 한·일 관계 개선 가능성이 탐색되는 분위기다.

대선 과정에서 한·일 협력을 강조했던 윤 당선인은 의욕을 나타내고 있다. 대선 승리 다음 날인 10일 한·일 관계와 관련해 “양국에 이익이 되는지, 양국 국민에게 이익이 되는지 등 그런 걸 우리가 잘 찾아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청중 도쿄 특파원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도 적극적 메시지를 보낸다. “윤 당선인의 리더십에 기대하고 있다. 일·한 관계 개선을 위해 새 대통령과 긴밀히 협력해 나갈 생각”이라거나, “양국 관계를 긍정적으로 생각해 가고 싶다”, “(한·일) 정상 간의 의사소통은 중요하다”고 연일 말하고 있다. 윤 당선인의 한·일 셔틀 정상외교 재개 공약에도 화답했다.

지난 11일 15분간의 첫 전화통화에서도 양측은 우호적 분위기였다. 윤 당선인은 “한·일은 동북아 안보와 경제 번영 등 향후 힘을 모아야 할 미래 과제가 많은 만큼 양국 우호협력 증진을 위해 함께 협력해 나가자”고, 기시다 총리도 “일·한 관계 개선을 위해 함께 협력하고 싶다”고 했다.

나라와 나라의 관계에서 각계각층의 소통과 교류가 도움 된다. 이 점에서 두 사람이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대화의 물꼬를 트는 일을 마다할 이유는 없다. 다만 윤 당선인은 한·일 관계를 다루는 데 있어서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는 심정으로 신중에 신중을 다하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작금의 한·일 관계는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단칼에 잘라 버리는 쾌도난마식 해법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일개 정권, 행정부 차원의 선택에 의해 조성된 갈등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일은 국제환경의 변화, 양국 역학 관계의 변화가 야기한 구조적 대치를 하고 있다.

당장 일본 정부가 한국이 납득할 만한 해법을 제시하라는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문제의 해법부터 쉽지 않다. 이 문제는 일제 강점이 불법이냐 합법이냐가 충돌하는, 한·일 관계의 근본문제를 다루는 사안이다. 현금화 현실화라는 시한폭탄의 폭발 시점이 다가오고 있으나 일본 측의 무성의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윤 당선인과의 통화에서도 ‘건전한 한·일 관계’의 복원을 다시 강조했다. ‘건전한 한·일 관계’란 결국 일본 측의 주장이 관철된 관계를 의미한다.

여기에 2015년 기시다 총리가 외무상 재직 시절 타결됐던 일본군위안부 합의에 더해 한국에 대한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와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우대국) 제외,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오염수 해양방출, 후쿠시마 등 일본산 수산물 수입규제,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추진 등 한·일 여론을 폭발시킬 지뢰가 깔려 있다.

윤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적극적 부인에도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 진입 허용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던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특히 윤석열정부는 신승(辛勝) 정권이자 여소야대 정권이다. 한·일 관계에서 국민감정을 역행하는 급발진을 할 경우 이명박정부 초기의 광우병 사태가 재연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7월 참의원(상원) 선거 후에는 일본도 한국에 보다 유연하게 나올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도 너무 과신하지 말라. 자민당 정권을 장악하고, 기시다 총리를 포위한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를 중심으로 한 우익은 한국 경시와 비하로 영향력을 확대해 온 세력이다. 극우 인사 사토 마사히사(佐藤正久) 자민당 외교부회장이 윤석열정부 출범에 대해 “복잡하게 골절된 일·한 관계가 보수 정권이 탄생한다 해서 간단하게 개선될 수 있다는 몽상은 버리는 편이 좋다”고 현 상황을 오히려 냉정하게 분석하고 있다.

윤 당선인은 한·일 관계 개선이라는 거대담론에 매몰돼 난관에 봉착하기보다는 협력 가능한 구체적 분야에서 차근차근 실적을 쌓아 나가는 방법을 택할 것을 권한다. 환경, 에너지, 고령화, 저출산 등 한·일 공통의 과제는 수두룩하다. 상대적으로 쉬운 것을 먼저 하고 어려운 것은 뒤로 미루는 선이후난(先易後難)의 지혜를 발휘하기 바란다.

김청중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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