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424개 동 집값 순서대로 세우니..尹 득표율과 판박이였다
2년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에 압도적 지지를 보냈던 서울의 정치 지형이 2년만에 완전히 뒤집어졌다.
여야가 양자 대결 형태로 맞붙었던 2020년 총선과 2022년 대선에서 서울지역 424개 전체 동의 득표수와 선거 결과를 비교 분석한 결과다.
2020년 총선에서 민주당은 서울의 전체 동 중 341곳에서 우세를 보였다. 83곳에 그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보다 4배 이상 많았다. 그런데 이번 대선에선 179(민주당)대 245(국민의힘)로 역전됐다.
아파트 가격에 정비례한 尹 득표율
서울의 25개 자치구 중 윤석열 당선인이 높은 득표율을 보인 곳은 강남구(67.01%), 서초구(65.13%), 송파구(56.76%), 용산구(56.44%) 순으로 나타났다. 반면 가장 낮은 득표율은 강북구(43.82%), 금천구(44.5%), 은평구(44.65%), 중랑구(45.73%) 순이다.
그런데 득표율 순위는 구별 아파트 평당 가격 순위와 거의 일치한다.
서울에서 평당 가격이 가장 높은 곳(지난해 12월 KB부동산 기준)은 강남구(8256만원), 서초구(7477만원), 송파구(6060만원), 용산구(5772만원) 등이다. 반대로 금천구(2854만원), 강북구(3125만원), 중랑구(3127만원), 은평구(3220만원)의 평당가는 가장 낮은 편에 속한다.
평당가 상ㆍ하위 지역뿐 아니라, 서울시내 25개 자치구의 집값 순위는 윤 당선인의 구별 득표율 순위와 대체로 일치했다. 구별 평당가와 득표율의 분포를 그래프로 나타내면 각각의 수치들이 우상향 정비례 직선 위에 거의 동일하게 놓였다.
이유 있는 ‘붉은 강남’의 ‘파란 섬’
윤 당선인은 강남구(22개)와 서초구(18개)에 소재한 동 40개 모두에서 승리했다. 다만 송파구에선 27개 동 중 3곳에서 이재명 민주당 후보에게 패했다.
송파구에서 이 후보가 승리한 곳은 삼전동과 마천1ㆍ2동이다. 삼전동은 송파구의 대표적 노후 다세대주택 밀집 지역으로 꼽히는 곳이다. 마천동은 재개발을 완료한 인근 위례신도시에 비해 재개발 진행이 더딘 지역 내 상대적 낙후 지역으로 분류된다.
강남 4구로 불리는 강동구에서도 2년전 10대 7이던 여야의 균형추가 1대 16으로 기울었다. 강동구의 유일한 민주당 우세 지역은 서울의 동쪽 끝인 강일동이었다.
괜히 ‘마ㆍ용ㆍ성’ 아니었다
총선에서 민주당이 16개 동 전체를 석권했던 마포구는 7대 9의 국민의힘 우세지가 됐다.
윤 당선인으로 돌아선 지역은 ‘마래푸(마포 래미안푸르지오 아파트)’ 등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아현동을 비롯해 공덕ㆍ도화ㆍ용강ㆍ대흥ㆍ염리ㆍ신수ㆍ서강동 등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곳이다.
반면 민주당 우세지역은 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는 성산시영아파트가 위치한 성산 1ㆍ2동 정도에 그쳤다.
용산구도 10대 6의 민주당 우세지역에서 4대 12의 국민의힘 우세지로 전환했다. 고급 아파트 단지가 위치한 지역에서 윤 당선인에 대한 강한 지지를 보인 반면, 후암동과 용산2가동, 남영동, 청파동 등은 이 후보에 대한 지지가 높았다. 이곳은 서울역 일대 쪽방촌이 밀집한 곳이다.
성동구 역시 16대 1의 민주당 텃밭에서 3대 14의 국민의힘 표밭으로 변했다. 대표적 개발 사례로 꼽히는 성수동을 중심으로 옥수·금호ㆍ행당ㆍ왕십리동 등이 윤 당선인에 대한 지지를 보였다. 반면 성동구에서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꼽히는 송정동과 용답동에서는 지난 총선에 이어 이번에도 이 후보가 우세를 점했다.
윤석열로 돌아선 지역의 비밀
서울 25개 구 가운데 가장 극적인 표심의 변화를 보인 곳으로는 강서구가 꼽힌다. 2년 전 총선에선 20대 0의 민주당 초강세 지역이었지만, 이번엔 7대 13으로 국민의힘에 역전됐다. 강서구는 최근 몇년간 가장 ‘핫’한 부동산 투자 지역으로 불렸던 ‘마곡지구’가 위치한 곳이다.
과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19ㆍ20대 노원병)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21대 노원병 낙선)의 지역구가 있는 노원구도 큰 변화를 보였다. 지난 총선에선 민주당은 노원구 19개 동 전체에서 승리했지만, 이번엔 10대 9로 경합하는 결과를 보였다. 총선에서 14대 0의 민주당 우세지역이던 도봉구도 이번엔 9대 5가 됐다.
노원ㆍ도봉구에서 윤 당선인이 우세한 지역은 이른바 ‘노원구 학원가 라인’을 따라 배치돼 있다.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승을 거둔 서대문구(14대 0)와 동대문구(13대 1), 동작구(13대 2)도 재개발이 진행된 뒤 모두 야당 우세지가 됐다. 또 구치소 부지 등을 개발하고 있는 구로구에서도 16대 0의 일방적 균형추가 10대 6으로 변화했고, 여권의 표밭이던 관악구에서도 윤 당선인의 우세지(남현동)가 나왔다.
반면 강북구(13개), 금천구(10개)에서는 지난 총선에 이어 이번 대선에서도 이 후보가 윤 당선인에 전 지역에서 앞섰다. 두 지역은 서울에서 가장 부동산 가격이 낮은 곳이다.
이에 대해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과거 민주주의와 법치 등 정치와 이념적 문제에 강하게 반응하던 유권자의 심리가 먹고사는 현실적 문제로 완전히 옮겨갔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말했다.
강태화ㆍ남수현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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