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치료제 충분? 일부 병원은 동났다

박세미 기자 2022. 3. 15. 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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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12만명분 재고 있다"고 하지만.. 일선 현장선 구하기 힘들어
질병청이 60%는 비축하고 있어
집중관리 치료 대상 수만명인데 처방받는 환자 하루 4000여명 뿐

울산광역시 한 요양병원에선 최근 일주일 동안 코로나 확진 환자들에게 미국 화이자 먹는 알약 치료제인 팍스로비드를 한 건도 처방하지 못했다. 팍스로비드를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병원 A원장은 “약국과 보건소에 확인해보니 지역 내에서 갑자기 수요가 늘어 물량이 부족했다고 하더라”면서 “약이 오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 확진자가 폭증하면서 팍스로비드를 구하는 사람도 대폭 늘었지만 의료 현장에서는 “약을 구경조차 할 수 없다”는 아우성이 커지고 있다. 최근 어머니가 코로나에 확진된 B씨도 보건소를 비롯해 근처 병원 10여 곳에 팍스로비드 처방을 문의했지만 “어렵다”는 대답만 들었다. 그는 “‘그림의 떡’ 같은 치료제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했다. 대구 한 코로나 전담 병원 역시 최근 환자 가족들에게 “약이 없어서 처방을 못 한다”면서 연신 고개를 숙여야 했다.

◇“재고 12만명분”...현장선 “구경 못 해”

정부는 팍스로비드가 증상 발현 후 5일 이내에 복용할 경우 입원과 사망 확률이 88% 감소한다고 밝혔다. 지난 2년간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백신이 ‘1차 방어선’이었다면 치료제는 ‘2차 저지선’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도입 초기엔 물량 부족 우려로 65세 이상에게만 처방됐지만, 지금은 만 60세 이상과 40세 이상 기저 질환자(당뇨, 고혈압, 과체중 등)까지 처방 대상이다.

방역 당국이 밝힌 팍스로비드 계약 물량은 76만2000만명분. 현재까지 약 16만3000명분이 들어왔다. 올 1월 14일 첫 투약 이후 지금까지 4만111명(24%)이 처방 받았다. 12만2679명분이 재고로 남아있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서는 ‘품귀 현상’으로 애를 먹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가 너무 많은 물량을 틀어쥐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팍스로비드는 질병관리청이 전국 17개 시도에 고위험군 재택치료자, 생활치료센터 입소자 수 등을 근거로 각 지역에 적절한 물량을 배분한다. 다만 치료제가 긴급히 필요할 경우에 대비해 질병청은 일정한 조정 물량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재고분 12만2679명분 가운데 60%에 해당하는 7만4392명분을 정부가 비축하고 있다. 질병청 비축 물량은 지난 3일 32%에서 일주일 만에 대폭 늘었다.

김정기 고려대 약학과 교수는 “시중에 푼 팍스로비드 물량이 너무 부족해서 처방 대상이어도 제때 약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방역 당국이 2~4주 이내에 유행이 정점을 이루고 중증 환자가 쏟아질 것에 대비해 비축해 놓는 것 같다”고 했다.

◇‘치료제 대란’ 앞으로가 더 문제

문제는 치료제 품귀 현상이 앞으로 더 가중되면서 혼란이 확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는 일 집중관리 환자 24만여 명 중 최소 12만명 이상은 팍스로비드 투여가 가능한 환자로 추산되는데, 지금은 매일 4472명(10일 기준 일 처방 인원)만 받고 있다. 방역 당국과 전문가들은 이달 중순 하루 평균 37만명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면서 정점을 지나고 4월 초까지 사망자와 위중증 환자가 대거 나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하루 최대 500~600명 사망자가 나오고, 중증 환자가 2500명 가까이 쏟아진다는 분석도 있다. 치료제 품귀 현상이 앞으로 더 심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럴 경우 지난해의 ‘백신 부족’에 이어 곧 ‘치료제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

치료제 총 계약 물량은 76만2000명분이지만 2만1000명분(1월 13일), 1만1000명분(2월 1일), 4만1000명분(2월 27일), 4만5000명분(3월 4일), 4만5000명분(3월 8일) 식으로 찔끔찔끔 들어오고 있다. 김정기 교수는 “적어도 인구의 10분의 1인 500만명분 치료제는 확보돼야 코로나를 계절 독감처럼 다룰 수 있다”면서 “정부가 지난해 계약 당시 코로나 확진자 폭증 사태를 예측 못 한 것 아닌가”라고 했다. 미국(1000만명분), 영국(275만명분), 일본(200만명분) 등은 우리보다 인구 대비로 더 많은 팍스로비드를 선구매한 바 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교수는 “코로나 환자가 심각한 상태로 가기 전에 치료제를 제때 투여해야 중증 환자와 사망자를 줄일 수 있다”면서 “하지만 지금처럼 치료제 수요가 폭증하는 시기에 치료제 자체를 구할 수 없으니 중증 환자 폭증을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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