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러 노선 강화하는 인도..러시아산 원유 사주며 '어부지리' 모색

박용하 기자 2022. 3. 15.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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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서방 국가들의 제재로 경제적 위기에 놓이자, 인도가 러시아에 대한 물밑 지원에 나서고 있다. 판로가 막혀 저렴해진 러시아산 원자재를 구매해주고 국제결제망에서 퇴출된 러시아의 상황을 감안해 새로운 거래체계를 세우겠다는 것이다.

로이터통신은 14일(현지시간) 복수의 인도 정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인도가 러시아의 원유 등 원자재 상품 구매 제안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보도했다. 국제 유가가 올해 들어 40%나 상승하자, 정부가 에너지 요금을 줄이기 위해 러시아산 원유 수입 비중을 높이려 한다는 것이다. 인도는 원유의 국내 수요량 중 80%를 수입하고 있으며 이 중 러시아산의 비중은 약 2~3% 수준으로 알려져있다.

인도 정부의 방침은 서방 국가들의 제재로 러시아산 원자재가 저렴해진 상황을 이용한 것이다. 러시아 업체들은 최근 서방 국가들의 수입 금지 등으로 자국산 원자재 판매가 어려워지자 큰 폭의 할인율을 제시하며 판매로 확보에 나섰다. 인도 정부 관계자들은 러시아의 저렴한 원자재들을 확보하게 된다면 흡족한 결과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구매량이 어느 정도가 될 지, 어느 정도의 할인율이 예상되는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인도는 러시아와의 원자재 거래를 위해 루피화와 루블화를 이용한 거래 체계를 세우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은행과 기업들이 인도의 국영 은행들에 계좌를 개설하고 루피화를 통한 결제도 가능하게 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이같은 거래체계 구축에 대한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인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는 인도가 서방 국가들의 제재에도 러시아와의 밀월 관계를 강화하려는 것은 국방 분야에서의 의존도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인도가 수입하는 러시아산 군사 장비 물량은 지난 10년간 상당히 감소해왔지만 여전히 60%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입처를 다각화하고 있으나 시간이 걸리는 만큼, 러시아에 대한 의존을 단기간에 끊어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인도가 히말라야 인근과 카슈미르 지역에서 각각 국경 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과 파키스탄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러시아를 적으로 돌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도는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유엔 긴급특별총회 결의에서도 기권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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