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에서 수명 만료되는 첫 원전, 고리 2호기 어찌 될까

김정수 2022. 3. 16.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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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와기후]고리 2호기 설계수명 만료시한 1년여 남아
한수원, 연장추진 여부 결정 준비 작업 중
안전 전제한 경제성이 핵심판단 기준 될 듯
심사시간 촉박..수명종료 전 완료 어려워
부산시 기장군 장안읍 고리원전발전소 1호기(오른쪽)와 2호기 전경. 1호기는 이미 설계수명을 다해 영구 정지된 상태이고, 2호기는 내년 4월8일 설계수명이 만료된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15일 탈원전 정책으로 중단된 신한울 3·4호기 조기 착공 방침을 재확인하면서새 정부 출범 뒤 설계수명이 끝나는 첫 원전인 고리 2호기의 계속 운전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노후 원전의 수명연장 금지는 윤 당선자가 폐기하겠다고 공약한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의 핵심이다. 고리 2호기는 1983년 7월25일 상업운전을 시작한 650㎿의 가압경수로형 원전으로 내년 4월8일 설계수명이 끝난다.

윤 당선자는 지난해 12월29일 “2030년 이전 최초 운영허가가 만료되는 10기의 원전은 국내외 전문가들의 엄격한, 그리고 과학적인 안전평가를 바탕으로 운영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공약했다. 따로 낸 원자력 공약 자료를 보면, “안전성이 확인된 가동 중인 원전에 대해 계속 운전을 허용한다. 계속 운전 등을 통해 기저전원으로서 원자력 발전 비중을 30%대로 유지할 계획”이라고 돼 있다.

고리 2호기가 설계수명이 만료된 뒤에도 가동되려면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원자력안전위원회에 계속 운전을 신청해 수명을 연장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한수원은 지금까지 분명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조만간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수원 관계자는 “지금 계속 운전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내부 의사 결정을 하기 위한 준비 과정에 있다. 결정하려면 이사회를 해야 하는데 그것을 이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사회는 계속 운전의 안전성과 함께 경제성 여부를 따져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2018년 6월의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의결 과정을 돌이켜보면, 특히 경제성이 핵심적인 판단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수원 이사회는 폐쇄 의결 뒤 이 경제성 평가를 두고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를 받는 등 곤욕을 겪었다.

고리 2호기 계속 운전 추진 여부를 심의할 때 한수원 이사회는 지난해 12월 확정한 ‘계속 운전 경제성 평가 지침’에 따른 평가 결과를 참고자료로 삼게 된다. 한수원이 감사원의 요구로 마련한 이 지침은 아직 일반에 공개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수명연장을 위해 설비를 개선·교체해 운영하는데 들어갈 비용과 수명연장으로 기대되는 전기판매 수입에 따라 경제성이 평가된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설계수명이 만료된 원전을 안전하게 계속 가동하려면 최신 기술기준에 따른 전반적인 안전성 평가가 필요하다. 또 각종 배관은 물론 원자로 주기기의 증기발생기, 원자로 헤드까지 교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원자력안전법 시행령은 계속 운전을 하려는 원자로 시설의 안전성 평가에는 최신 기술기준을 활용하도록 규정하고 있어서, 상당한 수준의 시설 교체와 보완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이 대표는 “이런 경우 1조원가량 들어갈 수 있는데, 한수원이 이런 제반 시설 개선 비용을 제대로 반영할지 의문이다.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 안전성을 양보하는 것으로 가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수원 이사회가 어떤 경제성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한수원은 노후 원전 수명연장을 허용하지 않기로 한 문재인 정부 방침에도 불구하고 계속 운전을 신청할 가능성에도 대비해온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계속 운전을 위한 서류제출 마감시한이 종료되기 직전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에 마감시한 연장을 요청한 것이 그 사례다. 원자력안전법 시행령은 계속 운전을 하려면 늦어도 수명 만료 2년 전까지 원안위에 원전 안전을 종합 평가한 ‘주기적 안전성평가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2023년 4월 설계수명이 만료되는 고리 2호기는 2021년 4월까지 제출했어야 했다. 하지만 한수원은 경제성 평가 지침이 마무리되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마감 시간 1년 연장을 요청했다.

한수원 이사회가 계속 운전 방침을 결정해 원안위에 신청하더라도 고리 2호기가 내년 4월 설계수명 만료로 정지되는 것을 막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가장 최근 수명연장이 이뤄진 월성 1호기를 보면 2009년 12월 수명연장을 신청해 2015년 2월 연장 승인을 받기까지 약 5년2개월이 걸렸다. 여기엔 수명연장 심사 중에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해 검토가 길어진 탓도 있다. 하지만 이미 후쿠시마 사고 전에 제출된 서류의 적합성을 평가하는데 소요된 기간만 1년이다. 결국 고리 2호기의 수명연장이 이뤄지더라도 월성 1호기처럼 일단 수명 만료로 수년 간 세웠다가 재가동하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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